idyllic* - 설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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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 25. 21:21
갑작스러운 수술스케쥴 추가로 오버타임 근무를 하곤 부랴부랴 기차역에 도착했고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앉아 커피한잔을 즐기며 연휴귀성길을 시작했다. 나의 커리어에 대한 심각한 빈틈을 깨달았고 알수 없는 혼란스러운 그 현실과 마음때문에 머릿속은 터지기 일보직전, 심장은 지속되는 palpitation으로 숨이 가쁜 우울한 상태로 기차에 올랐다. 고향을 향한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가득 준비한 선물들을 한아름 들고 한층 상기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고 그런 사람들을 싣고 기차는 출발했다. 연휴동안 읽겠다며 챙긴 책 '프랑스적인 삶'을 몇장 읽다가 지쳐 골아떨어져버렸고 눈을 떴을땐 이미 고향에 가까워져 있었다. 갑작스레 다가온 한파가 차마 준비하지 못한 내 얇은 옷들 사이사이로 스며들었고 온몸에 오한을 느끼며 마중나온 엄마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 가끔씩 만나는 엄마여서 그런지 만날때마다 자꾸만 더 늙고 초라해지는 모습인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효도는 해야하겠는데 말과 행동은 마음처럼 움직여주질 않고 되려 상처만 줘버린다. 아빠가 있었다면 이런생각도 잘 안했겠지. 밤 열한시, 거의 마지막 손님으로 동네 피자집에서 갓 구운 피자 한판을 들고 집엘 들어갔다. 입시전쟁을 막 끝낸 동생과 함께 둘러앉아 피자를 먹으며 TV를 보며 시작된 수다와 이야기들. 자취방에 없던 TV가 있으니 혼자서 괜히 뭔가 어색하다. 이불에 이불에 이불을 겹쳐 덮고는 잠이 들었다. 머리와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자취방에선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강렬한 햇빛을 받으며 눈을 떴다. 집이구나. 라는걸 새삼 느끼며 오랜만에 아침식사를 했다. 지워야겠다는 마음먹던 중 아는것 없는 소심한 쑥맥인 스물여섯 아가씨는 고민만 늘어버린채로 TV에 한눈을 팔며 시간은 잘도 흐른다. 점심을 먹으며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곤 훈훈한 마음과 미소를 머금었다. 눈을 뗄 수 없는 미모의 남자들, 실제론 저런사람 절대 없다며 말도 안되는 연애구도에 반박을 가해보지만 눈이 즐겁고 마음이 훈훈한건 어쩔수 없는 사실이다. 저녁에 보기로 한 친구와의 약속을 한껏 땡겨 영화를 보러 나갔다. 별 생각없이 택시를 잡아타고 길을 나섰는데 연휴라 그런지 길이 막힌다. 다들 차를 가지고 나왔나보다. 내가 모르는 사이 고향의 버스노선도가 통째로 전혀 다르게 바뀐게 눈에띈다. 난 이제 고향집에 와도 대중교통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길을 잃어버릴 처지가 되어버렸다. 체제를 왜들 그리 자주 바꾸는건지, 돈이 남는걸까. 오랜만에 친구와의 재회. 문자와 전화로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했었건만 만나자마자부터 터지는 수다와 구박이 끊이질 않는다. 영화가 시작할때까지도 끊이지않는 수다때문에 옆사람이 컴플레인을 걸어온다. 수다는 멈추었지만 한단계 업되버린 두 여자의 기분은 좀처럼 차분해지지를 않는다. 영화 체인질링' 속의 안젤리나 졸리를 보았고 아이를 보았고 눈물을 보았다. 영화가 끝나고 다른 친구들과 합류하여 저녁을 먹었다. 일년에 한 두번 모일까 말까 한 친구들이지만 만날때마다 변함이 없다. 남자친구가 생긴 친구가 이날의 주요 타겟이었다. 호기심과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한몸에 받아 부끄러웠을 것이다. 저녁을 먹고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친구의 차를타고 멀리있는 노래방엘 갔다. 나이가 들어서 좋은건 차가 있는 친구(운전실력은 믿음직스럽지 않지만 어쨌든)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편하구나 차 얻어타는거. 언제 가고 안갔는지 기억도 나지않는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문득 얼마전에 나보고 노래 못할것 같다고 얘기한게 생각났다. 뭐, 사실이기에 딱히 반박할이유도 없었다. 부를노래도 아는노래도 마땅히 없고.. 그래서 난 노래방이 참 싫다. 전부터 클럽엘 좀 데려가달라고 조르던 얘기가 나왔는데, 어쩔가 고민하다 말나온김에 셋이 클럽구경에 나섰다. 시간이 너무 일러서 사람이 별로 없었기에 구석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사람들이 조금씩 북적일 즈음 사람들 틈에섰고 음악을 즐겼다. 친구 하나는 안맞는다며 집에 간다기에 일찍 보내놓고 친구하나와 둘이 음악속에서 놀았다. 처음엔 신났지만 들이대는 사람도 없고 점점 센터에서 밀려나는 빈정상함을 느꼈고, 우리가 평균연령을 확 높이는구나 라는 자괴감과 체력딸림을 호소하며 새벽녘 나와버렸다. 게다가 너무 닮은사람을 보고는 마음이 무거워져버렸다. 어쨌든 유독 재미없는 날이었다며 다음에 다시와서 재밌게 놀리라 다짐하는 스물여섯 여자 두명이었다. 24시간 운영하는 맥도날드에서 감자튀김과 쉐이크를 먹으며 녹초가된 몸을 회복시키고 마음속 palpitation을 호소하며 귀여웠던 친구의 후배들과 인사도 나누었다. 나도 저런 후배들이 있으면 참 좋으련만, 복도 많은 것 같으니라고. 부러움이 구박으로 친구에게 꽂혀버렸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거울을 보고는 구두굽이 너무 낮은것 같다며 구두하나를 새로 사야겠단 이야기를 했다. 여자의 생명은 구두라는 말, '섹스앤더시티'속 캐리의 구두집착행동을 예전엔 이해할수 없는 사치라고 생각했지만 이것도 역시 나이듬과 관계가 있는건지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가는 중요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통금시간때문에 거짓말한 친구덕에 찜질방에서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오니 5센티도 넘게 눈이 쌓여있다. 한살한살 들어갈수록 눈이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다. 집에가는길, 택시아저씨는 어디 차례라도 지내러 가실 예정인지 잘 다려진 양복을 한쪽 손잡이에 걸어둔 채로 영업중이시다. 녹지않은 눈길위를 조심조심 택시는 미끄러져 나갔고 그렇게 집에 도착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난 전을 부쳤다. 눈때문에 내일 아빠 산소에 갈 수 없음을 결론짓고 내일 타고 갈 기차표 시간을 땡겼다. 자취방에 얼른 가야하는 딱히 바쁜일은 없지만 내 공간에 집착하는 나로써는 어서 돌아가보고 싶은가보다. 다른때와는 달리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설연휴다. 그래서 기록해두고 싶었던걸까, 오랜만의 일상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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