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yllic* - 2007, 유럽이야기. 3. [그리스_아테네(Greece_Ath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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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14. 21:10
2007, 유럽이야기. 3. [그리스_아테네(Greece_Athens)]

새벽 6시쯤부터 깨서 뒤척이다가 7시에 일어났다. 숙소안은 여전히 부담스러울 정도로 고요하다. 반면 숙소 밖은 밤새 오토바이 소리로 시끄러웠고 지금은 큰 트럭이 와서 일을 하는지 소란하다.

숙소 관리인에 대해 불만이 많았는지 꿈에서 이 숙소의 친절한 주인가족을 만났다. 그럼 그렇지~ 라며 반갑게 주인가족들을 만났던 꿈속에서.. 난 그게 현실인줄 알았다. 정말로..-_-

이불속에서 밍기적 대다가 씻고 아테네 탐험에 나섰다. 날씨가 엄청나게 좋다. :)  일단 숙소 근처의 여행사에 가서 내일 탈 미코노스행 배표를 샀다. 부디 배가 취소가 안되서 환불하러 여행사까지 다시와야 하는 불행은 없길 바랄뿐이다. 배표를 산 뒤 우체국에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엽서를 보냈다. 여행나와서 처음 써보는 엽서인데, 제대로 잘 전달 될 수 있을까? 여행초반이라 그들이 너무나도 그립다.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서 신따그마 광장에서 따스한 햇빛과 함께 사람구경하며 앉아있다보니 공원이라는 공간이 참 기분좋게 다가왔고 이 도시에 대해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관광객들, 아테네 시민들, 상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복작복작 하지만 즐거운 광장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지난번 여행때는 교회에서의 휴식이 그렇게나 달콤했는데 지금은 이곳 공원에서의 휴식이 참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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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조금 쉬다가 기차역에 가서 며칠 뒤 파트라스 항으로 가기 위한 기차표를 예약했다. 영어도 딸리고.. 의사소통때문에 좀 어려웠지만.. 뭐.. 얼떨결에 성공은 했다. 기차역은 생각보다 많이 낡아있었고 두군데로 나누어져 있던 역은 펠레폰네소스역..인가가 폐쇄되고 한군데에서 모든 기차를 관리하고 있었다.

이제 어디를 갈까 하다가 지도를 보며 걸어다녔다. 아테네의 거리는 낡은 건물들이 많았다. 굳이 초현대적인 큰 건물을 짓기보단 낡았으면 낡은대로 지금까지 살아왔던 건물을 그대로 수용해서 사는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전혀 궁색해보이거나 지저분해보이는건 없었다. 오히려 느낌있고 좋았다. 강렬하고 밝은 햇빛 덕분인지 낡은 건물에서 느껴질 수 있는 우중충함마저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경제력 자체가 조금 뒤떨어지는건 아니었는가 싶기도.

그리고 아테네에서 참 신기했던건 무단횡단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더 당당하게 무단횡단을 하면서 다녔고 지금까지 습관이 들어버려서 큰일이지만;; 어느정도의 매너만 지켜준다면 적절히 허용되는 무단횡단 문화(?)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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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거리를 다니며 구경을 하다가 어느덧 다다른 곳이 커다란 시장쪽이다. 아테네 최대 시장이라고 얼핏 본것같긴 한데, 아테네의 시장은 여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나에게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맞아, 바로 이게 사람사는 느낌이고 사람냄새 나는것이야! 라며 신나서 열심히 돌아다니며 신기하게 구경하였다. 고기시장골목에서 열정적으로 소리치며 장사를 하던 수많은 상인들, 새빨간 고기들, 내장들, 손님들.. 신선한 과일과 수많은 물품들로 채워져있던 시장의 모습.. 여행의 활력을 찾을 수 있었던 곳이다. 여행의 활력이 부족할때면, 그 도시의 시장을 찾아가 보시라. 구경거리도 많고 사람도 많고 그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멋진곳이다. 괜한 신바람과 함께 시장구경을 하며 인파에 휩쓸려 걸었고 모나스트라키 광장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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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스트라키 광장에 도착하니 신따그마 광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훨씬 많은 사람들과 상인들, 가게들 그리고 저멀리 보이는 아크로폴리스까지. 뭔가 더더욱 중심지스러운 느낌이었다. 오오 좋은데+_+ 라며 신나는 것도 잠시, 도저히 주변에 화장실이 없다. 지하철역에 가서 청소하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이쪽엔 화장실이 없다고 한다. 아니.. 이 관광대국에 화장실이 이렇게 없을수가 있는건가? 뭐.. 결국 트러블을 해결하긴 했지만 화장실 찾기가 힘들었던건 참 의외였다.

추웠던 간밤의 날씨와는 달리 강렬한 햇빛을 받으며 아크로 폴리스를 향해 걸었다. 헥헥거리고 땀흘리며 한참을 걸어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했는데, 응? 유료다. 학생할인을 받아서 6유로. 비싸네.. 아무튼 표를 사서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3월 말인데도 이렇게 덥고 힘들에 올라가게 되는데 한여름에 유럽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올라가는지.. 신기하다.

하지만 올라와서 내려다 본 풍경은.. 뭐랄까.. 눈에 내려다보이는 저 도시가 마치 전부 내것 같달까? 문득 영화 300에서 봤던 신전이 생각났다. 신전에 올라가는 길은 매우 가파르고 험해서 머리와 몸을 숙이며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나오던데 이곳도 그런의미에서 이렇게 높은곳에 위치해 있는걸까? 신들은 이곳에서 아테네를 내려다보며 무슨생각을 했을까? 신전 밑은 엄청 더운데 신이 머물던 이곳은 적어도 시원한 바람이 분다. 신들의 특권일까?

이런 풍경, 이런 시원함, 이런 느낌을.. 혼자 전부 느껴야 한다는게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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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 폴리스에서 내려오는 길에 한국인 가족을 만났다. 독일에 사는 가족이라는데 여섯식구가 함께 여행을 나왔다고 한다. 함께다닐 동반자가 있다는건 참 부러운 일이다. 낼모레 산토리니에서 또 만날수 있기를 기약하며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내려오는 길, 골목골목 구경하면서 걷고있는데 왠 그리스인인 듯한 살짝 후줄근해보이는 남자가 옆에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뭐라뭐라 설명해주고 그런다. 나보고 하는소린가 싶어서 멈춰섰다가 다시 갈려니 옆에 따라붙으면서 계속 이것저것 설명해준다. 혹시 나중에 돈달라면 어쩌나.. 이상한 골목으로 가서 나쁜짓하면 어쩌나.. 별별생각 다들면서 무서웠다. 그러던 중 앞에 두갈래길이 있었는데 저 앞에 노부부가 걸어가고 있는 길쪽으로 가려고 방향을 틀었더니 다른쪽 골목으로 가자고 그런다. 허.. 식은땀났다.. 신따그마 광장 숙소쪽으로 갈거라고 했더니 순순히 내쪽 방향으로 따라온다.. 그쪽 방향이 맞다면서.. 후.. 그만 따라왔으면 좋겠는데.. 빠른 걸음과 정신없는 설명때문에 나의 로망 예쁜 골목과 고양이들도 전부 놓치고 말았다. 안되겠다 싶어서 미안하지만 혼자가고 싶다고 했더니 순순히 가준다. 그냥 순수하게 베푼 친절이라면 정말 미안하지만.. 난 무서웠다.

길을 좀 헤매긴 했지만 무사히 신따그마 광장까지 다다랐다. 왜이리 뭔가 서러울까.. 여행초기 향수병일까 아니면 외로움 때문일까.. 겨우겨우 찾은 광장의 한쪽 빈자리에 앉아 눈물을 참으며 사람구경 하고 있었더니 굉장히 향긋한 꽃향기가 날라온다. 바로 뒤 머리위의 꽃나무.. 내 마음을 달래주는 것만 같다. 고맙다.

아테네가 이제겨우 익숙해지는듯 한데, 미코노스로 떠난다. 내일은 비가온다는 예보가 지배적인데.. 부디 비가오지 않기만을 바라고 비가 오더라도 배가 취소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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