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yllic* - '유럽여행'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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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에 해당되는 글 4건
2007. 5. 15. 23:33
2007, 유럽이야기. 5. [그리스_산토리니에 가자(Greece_Santorini,Thira)]

밤새 옷을 껴입고 이불을 둘둘말고 잤는데, 자고 일어나니 여전히 숙소안은 춥다. 미코노스섬, 하얀집.. 낭만적인 모습을 하고있지만 실제 집 자체는 보온성이 매우 떨어진다. 그리고 바람많은 섬답게 바람이 참 많고 강했던지라 밤새 방문이 흔들려 시끄러웠다.

짭짤한 감자칩을 먹으며 이불덮고 앉아있다. 춥다. 내가 왜 여기서 덜덜떨고 있어야 하나 싶다. 귀국날짜를 땡기고 싶을만큼 내가 왜 여기 와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산토리니와 소렌토까지 가도 이상태라면 일정 확 바꾸던지 귀국날짜 당기던지 해야겠다. 이대로는 못있겠다.

수첩에 적힌 여행루트들을 검토해보면서 어떻게 변경을 해야하나 머리싸매고 있을 때, 창밖으로 고양이 한마리가 다가왔다. 안녕 아가- :) 내가 줄 건, 짭짤한 감자칩 뿐인데.. 이거 니가 먹기엔 너무 짤텐데 괜찮겠니? 부시럭 거리는 봉지소리에 흥분한 아가는 점프해서 창턱까지 올라와 방으로 들어올 기세다;; 알았어 아가, 이거라도 줄게. 대신 짠거니까 많이 못줘-

야금야금 감자칩을 잘도 받아먹고 쓰다듬어주니 그릉그릉하고.. 벽에 붙어있던 거미가지고 장난도 치고(결국 커다란 거미는 죽었;).. 그렇게 고양이에 빠져있는 사이 여행에 대한 딜레마와 외로움이 잠시 달아났다. 내 맘을알고 고양이가 와서 달래준걸까? 고마워.. 집에갈 생각은 잠시 멈출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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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가 배시간에 맞춰 항구에 데려다줬다. 밝고 명랑하고 친절한 크리스티나, 고마웠어요.

배가 아직 오지않아 항구앞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구름 가득한 하늘과 함께 칼바람이 온몸에 꽂힌다. 혼몸이 후덜덜 떨리고 이가 부딛힐만큼 춥다. 옷을 아무리 여미고 머플러를 동여매봐도 칼바람은 옷깃속으로 새어들어온다. 후.. 나 대체 여기서 뭐하는걸까. 안그래도 계속되던 고민 더더욱 심화되어서 여행 때려치고싶은 마음이 장난이 아니었다.. 젠장..

20분넘게 덜덜 떨다가 배에 올랐다. 내가 탈 배는 Flying cat.. 쾌속선인듯 한데.. 어제탔던 얌전한 배와는 달리.. 이름대로 물위를 거의 달리다시피 빠르게 질주하는데 바람때문에 파도까지 높아서 창밖에 비가 쏟아지는것 처럼 바닷물이 튀어오를만큼 배가 요동을친다. 울렁울렁 물위를 가르며 가는데 바이킹 저리가라 할정도로 장난아니게 멀미를 가져다준다.. 토할것같다.. 후.... 산토리니까지 아직 몇시간이나 남았는데.. 토 안하고 제대로 도착할 수 있을까.. 울렁거리는 속을 다스리고 부여잡는데.. 정말 미칠노릇이다.

토하기 직전쯤 되니 중간에 한 섬에 들른다.. 후.. 바깥바람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아... 배에서 뛰어내리고싶다.. 속이 조금 다스려질만하니 다시 배는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한다. 우욱......... 미치겠네... 나 정말 이대로 토하면 어쩌지.. 꿀렁꿀렁 잘도 가는 배.. 그렇게 두번정도를 더 섬에 들렀던것 같다. 토할것 같다가 다시 속 다스려졌다가 또 토할것같고.. 이런식으로 해서 산토리니에 겨우 도착하니..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기분이다... 아.... 나 여기서 뭐하는거야.. 왜이래..ㅠㅠ

항구에 내려서 내가 예약한 숙소까지 가야하는데, 픽업이 없고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서 Fira마을까지 가야했다. 원래는 당연히 버스를 타고갈 생각이었으나.. 아.. 버스고 뭐고.. 지금 미치겠다..-_- 택시택시. 12유로의 정해진 가격에 피라마을까지 갔다. 속 울렁거리는데 기사아저씨가 자꾸 말시켜서 힘들었지만.. 친절하게 산토리니에 처음왔다고 하니 이것저것 설명해주면서 목적지까지 가준다. 차타고 20분쯤 갔을까, 아무튼 꽤 멀었던 것 같다. 숙소에 들어가는 골목 바로앞까지 데려다주고 짐도 친절히 내려주었다. 친절한 그리스사람들. :)

근데 골목이 전부다 내려가는 계단이다..-_- 후.. 낑낑대며 여기저기 부딛히며 좁은 골목길을 짐을들고 내려가니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숙소앞에 페인트묻은 차림으로 청년하나가 "Kykladonesia(숙소이름임)~:D" 라며 양손을 펼치며 아주아주 해맑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멀미와 추위와 여행딜레마에 찌들어있던지라.. 반갑긴 했지만 반가운 표시를 별로 못하고..-_-;; 체크인을하고 방엘 들어갔다. 6인인가 4인짜리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 2인실방을 주었다. 이래저래 설명듣고, 방에 티비가 나오는지 체크하고 에어컨 체크하고 머 그러고서 관리청년은 방밖으로 나갔다. 문을 닫자마자 난 대성통곡했다. 여행초반부터 쌓여왔던 스트레스, 외로움, 딜레마, 피로.. 등등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정말 시원하게 울었다. 여행이 싫을만큼 힘들었던 시기였다. 특히 추위와 싸우면서 고생하는게 정말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렇게 실컷 울고나니 속이다 후련했다. -_- 그러고서 방을 둘러보니.. 오호.. 좋은데? 도미토리에 있었으면 절대 누리지 못했을 개인욕실과 티비.. 오오.. 그들의 배려에 감사할 따름. 아무튼.. 또다시 낯선곳에 떨어진 지금 난 또다시 익숙해지기까지의 모험이 필요했고 시간이 필요했고 견디는게 필요했다. 하지만 약해질대로 약해진 마음으로 나는 지금 이 여행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근데.. 배가고파왔다. 힘든건 힘든거고 배고픈건 배고픈것.. 바로 눈물닦고 숙소밖으로 나가보았다. 근데 길을 알아야지 원.. 바로앞에 렌트카 가게앞에 서서 느끼하게 웃는 아저씨에게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방향을 가르쳐준다. 근데.. 어깨에 손은 왜 올리시는지..? -_-;; 매우 친절하나 살짝 능글거리신다.

빵집에서 먹을거리를 조금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렇게 배를 채우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갔다.


그리스는, 정말 순수하게 고양이를 보려고 루트에 넣었었다. 원래 와보고 싶었던곳이기도 하고.. 그다음 루트는 이탈리아인데... 후.. 배멀미 그렇게 고생하고 나니 14시간 넘게 배타고 이탈리아로 넘어갈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는다. 죽어도 그 배 타기 싫었다. -_- 게다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는.. 꼭 가고싶었던 곳이라기보다 폴란드에 가기위해 중간중간 들르는 중간게이트로서 루트에 넣었을 뿐이었다. 그렇다. 그렇다면, 굳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는 갈필요 없지 않은가? 내가 거기가서 보고싶은게 있었던가? 아니. 없다. 그럼 가지말자. 어차리 아직 유레일개시도 안했으니. 그럼 어딜갈까? 글쎄.. 파리..? 어? 파리..? 프랑스 파리? 거긴 그냥 대도시일것같아서 싫었는데.. 그래서 루트에서 가차없이 제외했는데.. 사람들이 왜들 그렇게 파리를 갈망하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파리의 자유가 무엇인지 확인해야만 할 것 같아. 파리.. 미친듯이 땡긴다. 뭐지? 어차피 일정도 내가 만들었던건데.. 지난번 여행때처럼 내가만든 일정에 끌려다니며 시간낭비하느니 내가 원하는쪽으로 바꾸어버리는게 차라리 낫다. 이래나 저래나 후회할 일이라면 일단은 원하는쪽으로 추진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우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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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너머에서 난 자기전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다음편 : 2007, 유럽이야기. 6. [그리스_산토리니(Greece_Santorini, Thira)]

이전편 : 2007, 유럽이야기. 4. [그리스_미코노스(Greece_Mykonos)]


2007. 5. 14. 21:10
2007, 유럽이야기. 3. [그리스_아테네(Greece_Athens)]

새벽 6시쯤부터 깨서 뒤척이다가 7시에 일어났다. 숙소안은 여전히 부담스러울 정도로 고요하다. 반면 숙소 밖은 밤새 오토바이 소리로 시끄러웠고 지금은 큰 트럭이 와서 일을 하는지 소란하다.

숙소 관리인에 대해 불만이 많았는지 꿈에서 이 숙소의 친절한 주인가족을 만났다. 그럼 그렇지~ 라며 반갑게 주인가족들을 만났던 꿈속에서.. 난 그게 현실인줄 알았다. 정말로..-_-

이불속에서 밍기적 대다가 씻고 아테네 탐험에 나섰다. 날씨가 엄청나게 좋다. :)  일단 숙소 근처의 여행사에 가서 내일 탈 미코노스행 배표를 샀다. 부디 배가 취소가 안되서 환불하러 여행사까지 다시와야 하는 불행은 없길 바랄뿐이다. 배표를 산 뒤 우체국에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엽서를 보냈다. 여행나와서 처음 써보는 엽서인데, 제대로 잘 전달 될 수 있을까? 여행초반이라 그들이 너무나도 그립다.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서 신따그마 광장에서 따스한 햇빛과 함께 사람구경하며 앉아있다보니 공원이라는 공간이 참 기분좋게 다가왔고 이 도시에 대해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관광객들, 아테네 시민들, 상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복작복작 하지만 즐거운 광장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지난번 여행때는 교회에서의 휴식이 그렇게나 달콤했는데 지금은 이곳 공원에서의 휴식이 참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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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조금 쉬다가 기차역에 가서 며칠 뒤 파트라스 항으로 가기 위한 기차표를 예약했다. 영어도 딸리고.. 의사소통때문에 좀 어려웠지만.. 뭐.. 얼떨결에 성공은 했다. 기차역은 생각보다 많이 낡아있었고 두군데로 나누어져 있던 역은 펠레폰네소스역..인가가 폐쇄되고 한군데에서 모든 기차를 관리하고 있었다.

이제 어디를 갈까 하다가 지도를 보며 걸어다녔다. 아테네의 거리는 낡은 건물들이 많았다. 굳이 초현대적인 큰 건물을 짓기보단 낡았으면 낡은대로 지금까지 살아왔던 건물을 그대로 수용해서 사는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전혀 궁색해보이거나 지저분해보이는건 없었다. 오히려 느낌있고 좋았다. 강렬하고 밝은 햇빛 덕분인지 낡은 건물에서 느껴질 수 있는 우중충함마저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경제력 자체가 조금 뒤떨어지는건 아니었는가 싶기도.

그리고 아테네에서 참 신기했던건 무단횡단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더 당당하게 무단횡단을 하면서 다녔고 지금까지 습관이 들어버려서 큰일이지만;; 어느정도의 매너만 지켜준다면 적절히 허용되는 무단횡단 문화(?)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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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거리를 다니며 구경을 하다가 어느덧 다다른 곳이 커다란 시장쪽이다. 아테네 최대 시장이라고 얼핏 본것같긴 한데, 아테네의 시장은 여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나에게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맞아, 바로 이게 사람사는 느낌이고 사람냄새 나는것이야! 라며 신나서 열심히 돌아다니며 신기하게 구경하였다. 고기시장골목에서 열정적으로 소리치며 장사를 하던 수많은 상인들, 새빨간 고기들, 내장들, 손님들.. 신선한 과일과 수많은 물품들로 채워져있던 시장의 모습.. 여행의 활력을 찾을 수 있었던 곳이다. 여행의 활력이 부족할때면, 그 도시의 시장을 찾아가 보시라. 구경거리도 많고 사람도 많고 그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멋진곳이다. 괜한 신바람과 함께 시장구경을 하며 인파에 휩쓸려 걸었고 모나스트라키 광장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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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스트라키 광장에 도착하니 신따그마 광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훨씬 많은 사람들과 상인들, 가게들 그리고 저멀리 보이는 아크로폴리스까지. 뭔가 더더욱 중심지스러운 느낌이었다. 오오 좋은데+_+ 라며 신나는 것도 잠시, 도저히 주변에 화장실이 없다. 지하철역에 가서 청소하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이쪽엔 화장실이 없다고 한다. 아니.. 이 관광대국에 화장실이 이렇게 없을수가 있는건가? 뭐.. 결국 트러블을 해결하긴 했지만 화장실 찾기가 힘들었던건 참 의외였다.

추웠던 간밤의 날씨와는 달리 강렬한 햇빛을 받으며 아크로 폴리스를 향해 걸었다. 헥헥거리고 땀흘리며 한참을 걸어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했는데, 응? 유료다. 학생할인을 받아서 6유로. 비싸네.. 아무튼 표를 사서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3월 말인데도 이렇게 덥고 힘들에 올라가게 되는데 한여름에 유럽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올라가는지.. 신기하다.

하지만 올라와서 내려다 본 풍경은.. 뭐랄까.. 눈에 내려다보이는 저 도시가 마치 전부 내것 같달까? 문득 영화 300에서 봤던 신전이 생각났다. 신전에 올라가는 길은 매우 가파르고 험해서 머리와 몸을 숙이며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나오던데 이곳도 그런의미에서 이렇게 높은곳에 위치해 있는걸까? 신들은 이곳에서 아테네를 내려다보며 무슨생각을 했을까? 신전 밑은 엄청 더운데 신이 머물던 이곳은 적어도 시원한 바람이 분다. 신들의 특권일까?

이런 풍경, 이런 시원함, 이런 느낌을.. 혼자 전부 느껴야 한다는게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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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 폴리스에서 내려오는 길에 한국인 가족을 만났다. 독일에 사는 가족이라는데 여섯식구가 함께 여행을 나왔다고 한다. 함께다닐 동반자가 있다는건 참 부러운 일이다. 낼모레 산토리니에서 또 만날수 있기를 기약하며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내려오는 길, 골목골목 구경하면서 걷고있는데 왠 그리스인인 듯한 살짝 후줄근해보이는 남자가 옆에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뭐라뭐라 설명해주고 그런다. 나보고 하는소린가 싶어서 멈춰섰다가 다시 갈려니 옆에 따라붙으면서 계속 이것저것 설명해준다. 혹시 나중에 돈달라면 어쩌나.. 이상한 골목으로 가서 나쁜짓하면 어쩌나.. 별별생각 다들면서 무서웠다. 그러던 중 앞에 두갈래길이 있었는데 저 앞에 노부부가 걸어가고 있는 길쪽으로 가려고 방향을 틀었더니 다른쪽 골목으로 가자고 그런다. 허.. 식은땀났다.. 신따그마 광장 숙소쪽으로 갈거라고 했더니 순순히 내쪽 방향으로 따라온다.. 그쪽 방향이 맞다면서.. 후.. 그만 따라왔으면 좋겠는데.. 빠른 걸음과 정신없는 설명때문에 나의 로망 예쁜 골목과 고양이들도 전부 놓치고 말았다. 안되겠다 싶어서 미안하지만 혼자가고 싶다고 했더니 순순히 가준다. 그냥 순수하게 베푼 친절이라면 정말 미안하지만.. 난 무서웠다.

길을 좀 헤매긴 했지만 무사히 신따그마 광장까지 다다랐다. 왜이리 뭔가 서러울까.. 여행초기 향수병일까 아니면 외로움 때문일까.. 겨우겨우 찾은 광장의 한쪽 빈자리에 앉아 눈물을 참으며 사람구경 하고 있었더니 굉장히 향긋한 꽃향기가 날라온다. 바로 뒤 머리위의 꽃나무.. 내 마음을 달래주는 것만 같다. 고맙다.

아테네가 이제겨우 익숙해지는듯 한데, 미코노스로 떠난다. 내일은 비가온다는 예보가 지배적인데.. 부디 비가오지 않기만을 바라고 비가 오더라도 배가 취소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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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14. 19:17
2007, 유럽이야기. 2. [그리스_아테네(Greece_Athens)]

착륙하고 짐찾고 공항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괜찮다.
이른아침의 차가운 공기도 기분이 좋다.

아테네 공항에 도착해서 신따그마 광장까지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타니 비행기에서 옆에 앉아있던 타이완 모녀가 그 버스에 앉아있어 서로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비행기에서는 별 대화 못했는데 버스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여행을 격려해주었다.

시내 중심으로 가는길에 LG 광고판, SAMSUNG 광고판이 눈에 쉽게 들어온다.

버스의 종점쯤 되는 신따그마 광장에 내렸다.
뒤에 앉아있떤 중국인 여성과도 서로의 여행을 격려해주며 인사하고 헤어졌다.

이른 아침, 출근하는 그리스인들 사이로 돌길위에서 시끄러운 바퀴소리와 함께 예약한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낯선길에서 짐을 들고 숙소찾기가 쉬운일이 아니라 걱정을 하며 론리플래닛 지도를 보며 이길저길 다니는데, 한참 다니다가 아무래도 길이 아닌것 같아 길에있던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안경을 꺼내 끼며 이래저래 보시더니 옆에 있던사람들과 같이 토론을 하며 펜으로 지도에 표시해주곤 길을 알려주었다.
친절한 그리스인들. :) 시작부터 사람들에 대한 느낌이 참 좋다.

이래저래 헤매다가 비교적 빨리 숙소를 찾았다.
첫 숙소지를 일부러 한인민박으로 잡았기에 반가운 마음에 숙소의 벨을 눌렀더니 현관문이 열린다.
문을열고 들어갔더니 컴컴하고 계단이 있고 고장난듯한 엘리베이터 그리고 여러 문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은 없다.
아니.. 뭘.. 어쩌라는거지..-_- 숙소가 몇층인데? 짐들고 계단을 올라가야 되는거야? 몇층인줄 알고 들고올라가? 1층이면 어떡해? 아 뭐야.. 누가 나오길 기다려야 되는거야? 뭐 어떻게 하라고 말좀 해줘.. -_-
슬슬.. 숙소에대한 실망.. 거기서 10분쯤을 기다리며 헤매다가 그냥 무작정 짐을들고 계단위로 올라갔다.
2층 쯤되니 사람기척이 들리긴 하는데 문이 원췌 많아서 이거원 어쩌라는거야..-_- 어영부영 있다보니 문이 왠 남자 한분이 자다 일어난듯 문을 열어준다.

일단 방에들어가서 맘에드는 침대 골라서 짐을 놨는데.. 근데 내가 누군지는 알고 받은거야? -_-
8명쯤 쓰는 도미토리에 사람은 아무도 없고 오직 나 혼자뿐.
아까 그 남자분이 문을 노크하길래 나갔는데, 숙박비 이야기를 한다. 그럼그렇지.. 내가 누군지 확인도 안하더니.

"한국에서 입금하고 왔거든요 -_-?"
자기가 주인이 아니고 사장님이 다른데에 있어서 나중에 확인을 해보겠다고 한다..
뭐야.. 시스템 왜이래..-_-

호스텔만 다녀봤던 나인지라 한인민박은 처음이고 해서 뭐라 더 말을 못하겠지만.. 한인민박은 다 이런가?
에효.. 모르겠다.. 일단 피곤해 죽겠으니.. 대략 그렇게 체크인하고 방에 들어왔다. 넓은방 혼자쓰려니 뭔가 어색하다.  1인실도 아니고 이 넓은 도미토리를..(나중에서 드는 생각이지만.. 혼자서 쓰는게 얼마나 편한데..-_-;; 암튼..) 여행 처음이라 일부러 다른사람좀 만나려고 한인민박 잡았는데 남자방에도 아무도 없고..
이 숙소 통틀어서 투숙객이 나 혼자뿐이다.
뭐 이래..ㅠㅠ

잠이 쏟아지는데.. 그냥 자버리기엔 바깥의 햇빛가득한 날씨가 좀 아깝다. 그래도. 너무너무 피곤하다..ㅠㅠ

그렇게 4시간쯤 자고 일어나서 가까운 주변에 나가보았는데,
(숙소가 신따그마 광장이랑 가까워서 주변에 돌아보기는 좋았다)
여행 시작이고 낯선곳이라 굉장히 위축되어 버려서 제대로 돌아보지도 못하고 숙소에 금방 들어와버렸다.

숙소에서 인터넷도 하고 가족들과 친구들한테 보낼 엽서도 썼다. 인터넷 펑펑쓸수 있는건 참 좋은듯..

아직 이른 밤시간인데, 시차 때문인지 엄청나게 졸리다.
한인민박은.. 내가 생각하던 이미지랑 너무 다르다. 싼가격도 아닌데.. 주인은 없고 남자 한명이 문밖에 왔다갔다 하는데 영 불편하다. 투숙객이 더 있는것도 아니고 나 혼잔데.. 화장실도 하나뿐이고 아까 그사람도 같이 쓰는듯.. 화장실 휴지통도 그사람이 비우는것 같고.. 에휴.. 숙소가 너무 불편하다. 관리인이 여자라면 신경이 안쓰일텐데.. 아 놔.. 투숙객 누구 하나 들어올사람 없나..ㅠㅠ 게다가 마법에도 걸릴 조짐이 보인다. 날씨도 생각보다 춥고.. 그렇게 뒤척이다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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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14. 13:23
2007, 유럽이야기. Intro

여행 시작전 몇달간 머리싸매고 고민하며 겨우만든 루트가 있었다.
<<창조해낸 황금루트 보러가기..-_ ->>

수많은 시간과 공을들여 만들어낸 루트였으나.
후후.
여행이 어찌 맘대로 되던가?
결론만 이야기 해보자면,

45일의 일정은 수수료를 물어가면서 귀국날짜를 변경해서 40일로 줄어들었고
루트는 완전히 꼬여서 그리스+이탈리아 패스와 동유럽패스는 개시조차 하지 않았으며
비싸고 사람이 미어터지는 부활절기간에 저가항공을 무려 4일전에 사서 비싼돈주고 이동했으며
예정에도 없던 빠리에 가서 흠뻑 빠져왔으며
살인물가로 유명한 런던에서만 2주가량을 머물렀던
그런 여행이 되었다.

꼬려버린 루트, 어깨와 허리와 목까지 뻣뻣하게 만들던 무거운 카메라와 크로스백이 날 힘들게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이제 조금씩 여행이야기를 풀어볼까 하는데 잘 써질지, 어떻게 써야할지 아직 갈피를 못잡고 있어서..
허접한 이야기들만 난무할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머릿속에 여행의 기억들이 남아있을때 얼른 써보련다.




*
2007년 봄이 시작될 무렵, 그녀는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의 컨셉은, 구석구석 사람들의 삶의 흔적 엿보기 였다.
캐리어의 시작무게는 13kg 이었으며 카메라 Canon EOS30+필름(Reala 100) 30통으로 여행을 담았다.
그녀는 혼자였고, 세상과 연결된 끈으로는 5만원이 충전된 선불전화카드.
현금 300유로, 50파운드, 직불카드1장, 체크카드1장, 신용카드1장.
그렇게..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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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아테네-미코노스-산토리니)
폴란드(므와바-바르샤바)
프랑스(파리-생말로-몽생미셸-파리)
영국(런던-해이온와이-솔즈베리-런던)


To be continued..

다음편. : 2007. 유럽이야기. 1. [출발_그리스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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