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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6. 23:29


지옥같았던 북경공항, 이륙하는 순간 속으로 만세를 외치며 탈출을 기뻐했다. 이륙의 순간은 언제나 눈물겹고 설레인다. 출입을 거절당했던 북경공항 출국 게이트에 내가 수령받기로 되어있었던 보딩카드 두장이 전달되어있는걸 보고 거품물었던건 이미 잊은지 오래, 텅텅빈 비행기에서 누워 자며 비엔나로 향해 날았다.

황량한 흙으로 덮여있었던 중국의 모습과는 달리 푸른 나무와 잔디가 아름답게 덮여있는 녹색땅을 보며 착륙했다. 아 드디어 유럽이구나, 이땅을 밟는게 얼마만인지. 다시 올수 있을거라 생각도 못했었는데, 코끝이 찡해왔다. 피곤에 쩔어 정신이 몽롱했으나 기쁨과 설레임으로 4시간쯤 비는 대기시간을 채우려 공항라운지에 갔는데, 어라 또 거절당했다. 이번여행의 컨셉은 '거절당함'이라도 되는걸까, 왜 한결같이 다들 나를 거절하는걸까. 흑. 도무지 이해가 안되서 한 열번쯤 되묻고 열번쯤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으나 영어가 안들리는건지 영어가 아니라 독일어로 말을 하는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해가 불가하여 결국 포기하고 식당에 앉아 맥주한잔을 시켰다. 배가 고픈데 사방엔 비싼 빵들 뿐이다. 파란눈의 외국인들 사이에 검은머리를 하고 혼자 앉아있으려니 괜히 위축도 된다. 설농탕에 밥한그릇 말아서 뚝딱뚝딱 먹고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도 맥주는 역시, 맛있다.
빈속이라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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