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곳에 어느편에 서있든
누군가에게 속해있고 누군가와 진한 영향을 주고받고 사랑을 느끼며 함께 감동하는 그런 것들이
결국은 내 자신의 존재 자체를 휘저어놓고 스쳐 지나가는 것들 뿐이라면.
어느 조직이든 어느 친구관계든 어느 사랑관계이든 이방인에서 벗어나 얽메임과 동시에 미묘한 꼬임이 시작되어버리고 결국은 그렇게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온전히 머무를 수 없는 것이라면.
누군가를 제대로 받아들이지도.
누군가를 온전히 내보내지도 못한채로 이렇게 이도저도 아닌채로 괴로워 할 바에는.
차라리 그냥
이방인으로 살겠다.
누구든 스쳐지나갈 수 있는 그리고 나도 누구에게든 스쳐지나갈 대상으로 그냥 그렇게만.
그게 나 스스로를 유일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이 든다.
작든 크든 마주하는 상실과 더불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도, 잠깐의 스침이 나를 흔들어내는것도 이제는 지겨워.
그저 마음을 비우고 살며시 닫아두는게 타인에게도 나 스스로에게도 훨씬 좋다라는걸 요즘에서야 깨닫는다.
본래 나는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거늘.
그동안 너무 맞지않는 욕심을 부려왔던 것 같다.
이방인이 아닌 삶을 살기위해서는
다시 태어나야겠지.
이제 더이상 괴롭지도 슬프지도 않다.
그리고,
그렇게 스쳐지나간 사람들의 발자국과 흔적도 이제는 재밌다며 구경하고있는 내가 보인다.
인터넷과 컴퓨터의 발달로 손으로 쓴 편지의 이용이 무척 드물어진 요즘시대에, 가끔씩 손으로 쓴 편지 혹은 선물들을 소포로 보내는 이벤트를 하곤한다.(아주 가끔 나도 놀랄만큼 내가 정말 착해지는 순간에 행하는 일이다.) 여행나가서 사람들에게 일일히 엽서를 써서 보내는 심리와 비슷하기도 한데, 기대하지 못했던 우편물 선물이 상대방을 얼마나 기쁘게 할 수 있는지, 그 기뻐하는 모습에 나 또한 얼마나 행복을 느낄수 있는지 놀라곤 한다. 이럴때엔 특히 준만큼 돌려받겠다 따위의 생각은 당연히 싹조차 자라나지 않기에 더 기쁘지 않나 싶다. 나로 인해 상대방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것 만으로도 행복한 마음처럼, 사랑도 그렇게 바라는것 없이 베풀면서 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또한 스쳐간다.
기뻐해주는 당신들에게 내가 더 고맙습니다. 나도 가치있는 사람이란걸 느끼는 순간입니다.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은,
사랑으로 붉게 물들어 있습니까?
혹독한 칼바람에 벌써 겨울이 온것같단 생각에 조금 슬펐는데,
다행히 다시 가을이 돌아왔다.
아직은 가디건 걸치고 살랑살랑 산책할수있는 가을이 좋다.
겨울은 조금만, 조금만 있다가 와주렴.
넓고 깊게 이어지는 이야기들, 작가 자신의 경험담을 늘어놓는거란 생각이 들만큼 생생하게 빨려들어가는 그들만의 세계를 넋을놓고 바라보다 끝나버리던 소설. 사실 난해하고 어렵다는 느낌에 두 번을 읽었지만 그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걸 모두 이해할수는 없었다. 그래도 조금은 알 것 같다. 세번 네번.. 몇번을 읽어도 읽을 때 마다 와닿는 느낌이 다를거라는 생각이 든다.
김연수 답다라는 느낌. 늘 기대되는 그의 책답게 구석구석 꽉찬 소설.
기억이 존재하는 한,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p.73
인생이 이다지도 짧은 건 우리가 항상 세상에 없는 것을 찾고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 -p.173
그리움의 본질은 온기의 결여였다. -p.368
아직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 때, 더 많이. -p.372
어둠속에 머물다가 단 한번 뿐이었다고 하더라도 빛에 노출되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평생 그 빛을 잊지 못하리라. 그런 순간에 그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됐으므로, 그 기억만으로 그들은 빛을향한 평생에 걸친 여행을 시작한다. -p.374
우리는 지나간 뒤에야 삶에서 일어난 일들이 무슨 의미인지 분명하게 알게 되며, 그 의미를 알게 된 뒤에는 돌이키는게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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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만큼이나 밝았던 달빛아래,
음악을 듣고 맥주를 마시며,
짙고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옅고 하얀 구름들을 보았고,
별을 찾았고,
바람을 느꼈고,
이야기를 하며 내 자신과 당신을 바라보았고,
사람들을 바라보며 비누방울을 불었다.
서울로 올라오면서 외면한 채 내버려둔걸 엄마가 돌봐주고 있었고,
주인 없이도 용케 죽지않고 잘 지내면서 더 크게 자란녀석.
이녀석이 어떤 의미인지를 엄마도 알았던 걸까,
이젠 가져가는게 어떻겠냐는 엄마의 말에 이번에 데리고 왔다.
가져오는 동안 신경을 별로 안쓰고 있었는데,
집에와서 보니 비닐봉다리 안에서 막히는 숨을 참아가며 헉헉대고 있었던 모양이다.
물기 가득하게 축 늘어진 모습에 얼마나 미안하던지.
새로운 곳이 낯설겠지만, 내 보살핌이 엄마손길에 비해 좀 부족하고 힘들테지만 잘 지내보자꾸나.
다시 만나서 반가워.
홀로 바삐걷는 길 위에선, 결코 원하는 만큼 행복해질 수 없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없이 혼자 뛰어 정상에 서는건, 별 행복도, 별 느낌도, 별 의미도 없다.
심호흡.
조금 느리더라도, 손잡고 같이 걷기.
인생의 흐름은 아무것도 예측할수 없다.
그저 현재에 충실할 뿐.
솔직히 지금 현실도 잘 모르는데,
흘러갈것 까지 고민하면 뭘하나.
일본에 있으면서 더위때문에 숙소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덕분에 TV보는 시간도 많았다. 화면속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처음엔 별생각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웃는 얼굴 뒤에 가지고 있는 진심에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화면 속 뿐만 아니라 길거리를 걷고 마트에 가고 가게에 가면서 접하게되는 그들의 웃는얼굴과 모습들에도 조금씩 신물이 났다. 별것 아닌것에도 대단한 반응을 보여주며 치켜세워주는 모습, 인공적이란 느낌이 들정도로 시종일관 과하게 미소짓는 사람들, 게스트가 아닌 이상한 가드같은 느낌으로 진행자 옆에 최홍만을 세워두고 광대같은 노릇을 하며 웃는 모습들, 음식을 먹는 내내 주변에서 시끄럽고 무례하게 지나다니다가 계산할땐 언제 그랬냐는 듯 180도 바뀐 웃는얼굴로 돌변하는 그들을 보면서, 처음엔 친절이 몸에 벤 대단한 민족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내가 그곳을 떠날때 쯤엔 그런 친절에 거부감이 들었고 최홍만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서는 겉과 속이 다른 모습들에 조금 역겹다 라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아마 일본인이거나, 일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표현을 본다면 매우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겠고 물론 나도 5일의 오사카 여행으로 결론내릴 수 있는게 아니라는걸 알지만 대부분의(전부다 그런게 아니다) 그들이 내게 준건 그냥 단순히 우러나는 친절이 아닌 '불편한 과잉친절'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그런 느낌에 나도 조금 당황스러웠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그랬던건 아니라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조금더 바라보고 고민해봐야 할 사항인것 같다. 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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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감성이 섞인듯한 분위기를 가진 젊은 청년이 책을보며 앉아있었던, 빈티지 물품판매와 더불어 테이크아웃 커피를 판매하던 곳. 아이스 라떼를 주문하고 사진찍는걸 허락받아 가게의 모습을 조금 담았다. 사실 이런 느낌에 너무 목말라 있던 터라 되도않는 일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가게가 너무 예쁘다, 엊그제 지나가다 보고 오늘 다시 온거라며 말했더니 조금 놀란 얼굴이지만 좋아하며 이것저것 물어봐온다. 일어로 무언갈 물어보는데 못알아듣자 귀엽게 인상을 찌푸리며 고민하더니 영어로 물어봐온다. 어디서 왔냐고. 일어, 영어, 손짓, 표정들이 섞여서 참 어렵게 이어졌던 짧은 대화지였만 덕분에 메말랐던 여행감성을 충전할 수 있었고 더불어 역시나 일어와 영어능력에 큰 한계를 느낄수 밖에 없었다. 아마 대화만 잘 되었으면 이것저것 더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을텐데.
일본에 그리고 오사카에도 좋은 카페가 많다고 들었었고 이런저런 찾아가볼 만한 곳들도 좀 알고 있었긴 했지만 체인점이나 유명 커피점에서 받는 정없는 친절같은것 보단 이런 진짜 배려를 받을수 있는 작은곳이 더 좋았다. 더위에 찌든 여행속 유일하게 발견한 골목안의 소박함, 그리고 커피도 맛있었다.
오사카에 다시 가게된다면, 한번 더 들르고싶은 그런곳. 다시 그곳에 간다면 그 청년이 날 기억하고 있을까나. 그치만 아마 다시 간다면 가게이름도 모르고 위치도 정확이 모르니 다시 찾지 못할것만 같다. 그래서 더 매력있에 느껴지는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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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일본이 덥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서도 괜찮겠거니 하고 시작했던 여행이었다. 그치만 그 더위앞에 그동안 생각했던 이런저런 계획들, 오사카에 가면 근교에 교토, 나라도 가고 새벽산책도 즐기고 수많은 예쁜 골목을을 걸으며 다니니라 생각했던 그런 계획들에 손을 뻗을 힘마저도 더위와 함께 타서 사라져버렸고, 그런 계획들이 없어도 늘 그랬듯이 지도나 관광지따위 연연하지 않고 마음 가는대로, 발길 닿는대로 걸어다니며 그냥 그 순간순간을 느끼던 내 여행 스타일마저도 더이상 고집할수 없을만큼 더위는 심각하게 느껴졌다.
체력도 바닥이고 몸이 허했던 것도 있었지만 아침일찍 더위를 피해 시작한 길거리 산책도 1시간만에 땀으로 범벅이되고 탈진할것같은 위험을 느끼며 에어컨과 그늘이 있는 상점가 안으로 피할수 밖에 없는 시간들이었다. 누가보면 사막에라도 다녀왔냐고 비웃을수도 있겠단 생각도 든다. 어쨌든 어느덧 목엔 땀띠가 생겼는지 따가웠고 더이상 나만의 여행을 지속할수 없음을 깨닫곤, 그냥 오사카 내에서 지하철을 이용하고(원래 지하철도 잘 안탄단 말이지..ㅡㅜ) 햇빛을 피해 더위를 피해가며 다니는 여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관광과 내스타일의 길거리여행 중간에 서서 애매하게 굴러가는 시간들이었달까.
그리고 오사카는 너무 도시였다. 이런저런 특별할것 없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그냥 서울 종로거리에 혼자 나와 다니는 기분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에 치이고 강렬한 햇빛에 눌려 머무를 곳을 잃은 채 다소 방황하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때문에 찍어온 사진들의 절반은 비행기에서 찍은 하늘사진들이고, 나머지 사진들엔 딱히 '일본'이라는 특성을 보여주는 사진들도, 여행 속 특별한 기억들을 담아온 사진들도 거의 찾기 힘들게 되었다. 아마 소소함을 찾기위한 목적을 가지고 떠난 여행이었다면 그건 '실패'에 가까웠다고 말할수 있었겠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은 '더위' 였고 난 그 걸림돌을 넘지 못해 벽에 부딪힌 한정된 시간들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짧은 여행속에서 다소 욕심을 부리던 것들을 미련없이 버릴수 있었기에 더 잘된걸지도 모른다며 위로했고, 여행자도 일상인도 아닌 할일없는 이방인처럼 지내다 오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 걸림돌들 때문에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 신체적, 정신적 여유가 한국에서 보낸 일상처럼 거의 없었다는게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건 단순히 바쁘지 않다고 해서 생기는게 아니라는것도 새롭게 알게되었다면, 조금 웃긴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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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가 소위 '먹고 죽자' 스타일로 술도 많이 먹고 음식도 맛있고 많이 먹는 지방이라 한다. 타코야끼, 오코노미야끼 같이 한국에 많이 알려진 음식들도 오사카가 특히 더 맛있다고 들었던 터라 오사카에서 먹는 음식들에 대해 기대가 조금 컸다. 그치만 아무런 사전조사나 준비도 없이 그곳에 서있다보니 어디를 가야할지 잘 모르겠던 터에 숙소 가까운곳에 있던 가게를 발견했었다. 아직 익으려면 좀 시간이 걸리니 가게 안에 들어와 기다리는게 어떻겠냐며 선뜻 친절함을 베풀어주던 아주머니. 사실 바깥보다 가게 안이 더 후끈하게 더웠던지라 그냥 밖에 있는게 더 나았을거란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지만, 이런 인간적인 소박한 친절에 약한 나는 비짓땀을 흘리면서도 바로 옆 의자에 앉아 아주머니의 타코야끼 조리광경을 열심히 구경했다. 이렇게 더운날 불판 앞에서 힘드셨을텐데 그래도 연신 웃는 얼굴로 요리에 열심이셨다.
소위 '맛집'이라 불리우는, 사람들이 줄서서 먹는 크고 멋진 가게들도 분명 많고, 이후 여행하는 동안 다른 유명한 곳에서도 타코야끼를 사먹어 봤었지만, 비록 맛이 더 좋고 훌륭했을진 모르겠지만 그런 정감없는 유명한 가게의 음식들보단 맛이 조금은 덜하더라도 이런 소박한 정이 깃들어있는 가게의 타코야끼가 더 좋았다.
(사실 타코야끼.. 조금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유명한 곳이라 해도 감동할만큼 훨씬 더 맛있거나 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서울땅 위에 내가사는 집 바로옆에서 파는 타코야끼가, 작년 지산락페에서 사먹었던게 더 맛있단 생각이 들정도로 특별하지 않았다. 아이러니.)
더운 날씨, 낯선땅위의 긴장으로 지쳐있던 그 날, 일본에서 처음으로 정과 음식을 함께 구입하면서 기분좋게 돌아설 수 있었던.. 그런 타코야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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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의 카운터에 있던 젊은 청년은 참 밝고 착하고 예의바르고 친절했다. 5일여를 머무를 나에게 앞으로 무얼 할건지, 교토에 갈건지를 물어보더니 잠깐 기다리라며 안으로 들어간다. 음.. 제대로 읽지도 않은 론리플래닛 일본편, 오사카 부분만 조금 잘라서 덜렁덜렁 들고온걸 이 청년이 어떻게 알았는지, 한국어로 된 오사카 가이드북을 가지고 나오더니 건네주며 빌려주겠다고 한다. 생각지 못한 친절에 처음엔 가이드북같은거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친절을 받아들고 숙소에 올라왔고, 결국 매일 저녁마다 이걸 들여다보며 다음날 뭘 할까 고민했더랬다.
그청년은 요즘 한국어를 공부하는지 체크인하는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왔다. 'ㅓ'와 'ㅗ' 그리고 '서'와 '소'를 쓰면서 한번씩 읽더니 도대체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 푸핫.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고 아무런 의문이 없었던 그 발음을 물어보니 재밌고 신기하기도 하면서 우리가 외국어 배울때 갖는 의문들도 이런거구나 싶어서 동병상련의 느낌도 받았달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한참을 버벅이고, 여러번 서와 소를 번갈아 들려주며 차이점을 인식시켜주려 했지만 차이점의 인식을 잘 인식시켜주질 못했다. 결국 입술모양을 그림으로 그려주며 다름을 인지시켜주었고 같이 웃었다. 나이드신 직원분도 옆에서 한두마디씩 같이 하면서 유쾌한 체크인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언어가 제대로 통하든 안통하든 중요한건 '소통'의 여부라는 걸 다시금 느낄수 있었다.
그들은 내가 걸어다니며 여행할것이란 이야기를 듣자 숙소 근처는 노숙자도 많고 소득이 낮은 소외계층들이 많이사는 동네였기에 위험지역을 지도에 손수 표시해 주곤 조금 위험하니 조심히 다니라며 전혀 모르고 있었던 중요한 정보를 일러주는것도 잊지 않았다. 아마 그들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난 어느 부랑한 골목길에서 좋지않은 시간을 마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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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을 나서고 지하철 역으로부터 길바닥에 발을 디디는 순간 낯선 땅에서의 진짜 여행은 시작된다. 저 문턱너머 낯선땅에 대해선, 낯선 사람들에 대해선 언제나 두려움이 깔려있지만 이 발걸음을 멈출수 없고 멈춰선 안된다는걸 알고있다. 두려움 너머엔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것을 만나기 위해선 깔려있는 두려움따위에 눈길을 주어선 안된다는것도 알고있다.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무거운 가방 그리고 지도와 함께 이방인이라는 티를 내며 발걸음을 옮기면 많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호기심어린 눈빛을 만나게 되지만 그들은 그저 그게 다일 뿐 더이상 다가오지 않는다. 그들의 일상은 그대로 흘러갈 뿐이고 난 그들의 일상적 공간을 잠시 빌려 서있을 뿐이다.
지도의 유무를 떠나 처음걷는 길은 늘 헤매게 되지만 결국은 원하는 곳에 도달하게 되고 그 헤매임 속에서 좋은것이든 나쁜것이든 의외의 많은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헤매임이 길어지고 원하는곳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실패라고 할수는 없다. 여행엔 정답이 없기에 성공도 실패도 없다. 그 안에서 내가 무얼 느끼느냐, 그것보다 중요한건 없다.
그렇지만, 낯선 초행길에서 긴장을 감추기란 여간 어려운일이 아니다. 사람들에, 길에, 모든것들에 경계의 시선을 보내며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적응해 나간다. 그곳에, 그들의 공기에, 그들의 일상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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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의 순간은 언제나 눈물겹다. 시공간을 초월한 이동을 통해 답답하게 엉겨붙어 있던 것들로부터의 해방감이 밀려오면서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감정들이 솟구친다. 구름위 세상속에 시선을 두며 지내는 시간동안은 그 어느것에서 소속되어 있지 않은 제3 공간속 신선이 된듯한 착각에 스며들어 많은걸 정리하려 한다.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은 저 아래 세상과 관련된 문제들을 짚어보고 정리하고 잊으려 애쓴다. 그래서인지 비행시간이 참 좋다. 좁은 좌석, 답답한 공간때문에 비행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적어도 나에겐, 여행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기억속 소중한 그리움중 가장 첫번째가 비행시간이다. 너무도 중요하고 그립던 그 느낌 그리고 시간.
그래서인지 짧은 비행시간이 너무나도 아쉽게 다가왔다. 아직 아무것도 정리되고 준비된게 없는데 벌써 다시 아래 세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이 여행이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게될지 궁금해하며 따가운 햇살과 함께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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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essional.
이걸 추구하는 것이, 이걸 유지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가끔 아무생각없이 기계적으로 일하는 내모습을 발견하게되며 놀라곤 한다. 단편적으로 업무만 하고 있는 내모습이 한심할때도 있다. 머릿속에 얼마나 어떤것들을 기반으로 다져두고 일하느냐를 생각해 봤을 때 그 뒤에 아무것도 없이 뻥 뚫려있는걸 깨달으며 자괴감을 느끼곤 한다. 그러면서도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렸단 핑계로 그 뻥뚫린곳을 채울 여력이 없어 손을 놓고있는 내모습이 참 웃기다. 무엇이 문제일까. 나 자신 아니면 직업적인 한계? 아니면 한숨 돌릴 여력도 허용하지 않는 현 시스템의 오류? 글쎄.. 지난번 동기들과 이야기하면서 깨달은건, 현 시스템은 분명히 썩은상태로 고착화 되어있기 때문에 이 상황에 대해 불평하고 비판하는게 맞지만 불평만으론 절대 해결되지 않으며, 단순 불평을 하기 이전에 그 시스템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지 않은 나 자신도 반성해야 마땅하다는 것. 하지만 20여년을 거치면서 고착화된 이 썩은물에 신선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공들일만한 애착이 없다는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랄까.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명령들에 진절머리나고 이걸 내가 왜 해야하는지 이유를 알수없는 업무와 잡일들, 불합리하게 흘러가는 업무나 인사시스템에 불만은 쌓여가고 거기다 애정또한 없으니 그냥 포기하고 끌려가고 있는 이 현실에 뻥뚫린 지식을 아무리 채워봐야 과연 professional을 추구할수 있겠느냔 말이다.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어느게 정답인지도 모르겠고. 흠. 공부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글을 시작했는데 뭔가 이야기가 산으로 가고있다. 그만해야지.
화려한 햇살아래 벚꽃 흐드러지던 어느 봄날.
이번 봄은 특별히 그리울만한 추억따위없이 밋밋하게 지나가버린것 같다.
여름엔,
기억을 많이 만들어야지.
이미 여러가지 생긴걸보면 뭔가 많을것만 같은 기대감이 든다.
꼬여있던 봄에 비해 홀가분해진 마음 때문일까나.
커피한잔.. 하실래요? :)
*
정말정말 극도로 피곤할땐,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이면 피로가 녹아 내리는 기분이랄까.
매번 사먹기 번거로워서 오늘 결국 드디어 모카포트랑 원두를 질렀다. *_*
이제, 에스프레소 잔만 지르면 되는걸까? 후훗.
(근데.. 그러고보니, 아직 가스렌지를 안샀구나..... 아이고.. -_-;)
후리지아 변형인것 같았는데,
참 특이하게도 후추향이 났던 아이들.
하얀 책상위에 유독 더 잘 어울려 예뻤던지라,
축축쳐져 다 시든 지금까지도 못치우고있다.
따스한 봄이오길 바라며,
잠시나마 느꼈던 천원의 행복.
:)
Minolta x-700, vista 100.
평소 하루종일 일에 시달리다보면
피곤함과 스트레스에 찌든 몸과 뻑뻑한 눈은 쉬고싶다고 아우성을 치지만
정작 잠자리에 누우면 머릿속은 맑고 선명해지면서 쉽게 잠이들지 못한다.
사실 불면의 시간이 그리 길진 않지만
그 시간 사이에 수많은 생각과 고민들이 머릿속을 오가면서
수면을 원하는 상황에 더욱더 머릿속만 각성되는 악순환이 이루어진다.
막상 자고 일어났을 땐 간밤에 어떤 고민들을 했었는지 그리 잘 기억나진 않지만,
하루의 일과 혹은 그간 해왔던 일들 중 빼먹었던 일들이 부쩍 많이 생각나기에
이불을 박차고 나와 그것들을 메모하거나 해결하고 다시 잠자리로 가기 일쑤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면 잠을 이룰수 없기에,
적당한 선에서 일부러 생각을 끊어버리고 수면을 유도해내며 잠이들고 있다.
정말 피곤한데, 쉽게 잠들지 못하는 상황이 거의 매일 반복되고 있다.
요즘은, 이렇게 잠드는 것 마저도 힘겹다.
잘 짜여졌고 정돈되었다고 믿으며 따라가던 계획인데,
자꾸만 발견되는 오류를 수정하고 다시 따라가느라 바쁘다.
이러다가 고치는게 불가능한 시점에서야 또다른 오류를 발견하곤 좌절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불안하고 생각만 많은 요즘,
성취되는 것 없이 피로만 가득하다.
*
My first shot by the Minolta x-700 with vista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