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yllic* - 2007, 유럽이야기. 5. [그리스_산토리니에 가자(Greece_Santorini,Th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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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15. 23:33
2007, 유럽이야기. 5. [그리스_산토리니에 가자(Greece_Santorini,Thira)]

밤새 옷을 껴입고 이불을 둘둘말고 잤는데, 자고 일어나니 여전히 숙소안은 춥다. 미코노스섬, 하얀집.. 낭만적인 모습을 하고있지만 실제 집 자체는 보온성이 매우 떨어진다. 그리고 바람많은 섬답게 바람이 참 많고 강했던지라 밤새 방문이 흔들려 시끄러웠다.

짭짤한 감자칩을 먹으며 이불덮고 앉아있다. 춥다. 내가 왜 여기서 덜덜떨고 있어야 하나 싶다. 귀국날짜를 땡기고 싶을만큼 내가 왜 여기 와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산토리니와 소렌토까지 가도 이상태라면 일정 확 바꾸던지 귀국날짜 당기던지 해야겠다. 이대로는 못있겠다.

수첩에 적힌 여행루트들을 검토해보면서 어떻게 변경을 해야하나 머리싸매고 있을 때, 창밖으로 고양이 한마리가 다가왔다. 안녕 아가- :) 내가 줄 건, 짭짤한 감자칩 뿐인데.. 이거 니가 먹기엔 너무 짤텐데 괜찮겠니? 부시럭 거리는 봉지소리에 흥분한 아가는 점프해서 창턱까지 올라와 방으로 들어올 기세다;; 알았어 아가, 이거라도 줄게. 대신 짠거니까 많이 못줘-

야금야금 감자칩을 잘도 받아먹고 쓰다듬어주니 그릉그릉하고.. 벽에 붙어있던 거미가지고 장난도 치고(결국 커다란 거미는 죽었;).. 그렇게 고양이에 빠져있는 사이 여행에 대한 딜레마와 외로움이 잠시 달아났다. 내 맘을알고 고양이가 와서 달래준걸까? 고마워.. 집에갈 생각은 잠시 멈출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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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가 배시간에 맞춰 항구에 데려다줬다. 밝고 명랑하고 친절한 크리스티나, 고마웠어요.

배가 아직 오지않아 항구앞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구름 가득한 하늘과 함께 칼바람이 온몸에 꽂힌다. 혼몸이 후덜덜 떨리고 이가 부딛힐만큼 춥다. 옷을 아무리 여미고 머플러를 동여매봐도 칼바람은 옷깃속으로 새어들어온다. 후.. 나 대체 여기서 뭐하는걸까. 안그래도 계속되던 고민 더더욱 심화되어서 여행 때려치고싶은 마음이 장난이 아니었다.. 젠장..

20분넘게 덜덜 떨다가 배에 올랐다. 내가 탈 배는 Flying cat.. 쾌속선인듯 한데.. 어제탔던 얌전한 배와는 달리.. 이름대로 물위를 거의 달리다시피 빠르게 질주하는데 바람때문에 파도까지 높아서 창밖에 비가 쏟아지는것 처럼 바닷물이 튀어오를만큼 배가 요동을친다. 울렁울렁 물위를 가르며 가는데 바이킹 저리가라 할정도로 장난아니게 멀미를 가져다준다.. 토할것같다.. 후.... 산토리니까지 아직 몇시간이나 남았는데.. 토 안하고 제대로 도착할 수 있을까.. 울렁거리는 속을 다스리고 부여잡는데.. 정말 미칠노릇이다.

토하기 직전쯤 되니 중간에 한 섬에 들른다.. 후.. 바깥바람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아... 배에서 뛰어내리고싶다.. 속이 조금 다스려질만하니 다시 배는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한다. 우욱......... 미치겠네... 나 정말 이대로 토하면 어쩌지.. 꿀렁꿀렁 잘도 가는 배.. 그렇게 두번정도를 더 섬에 들렀던것 같다. 토할것 같다가 다시 속 다스려졌다가 또 토할것같고.. 이런식으로 해서 산토리니에 겨우 도착하니..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기분이다... 아.... 나 여기서 뭐하는거야.. 왜이래..ㅠㅠ

항구에 내려서 내가 예약한 숙소까지 가야하는데, 픽업이 없고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서 Fira마을까지 가야했다. 원래는 당연히 버스를 타고갈 생각이었으나.. 아.. 버스고 뭐고.. 지금 미치겠다..-_- 택시택시. 12유로의 정해진 가격에 피라마을까지 갔다. 속 울렁거리는데 기사아저씨가 자꾸 말시켜서 힘들었지만.. 친절하게 산토리니에 처음왔다고 하니 이것저것 설명해주면서 목적지까지 가준다. 차타고 20분쯤 갔을까, 아무튼 꽤 멀었던 것 같다. 숙소에 들어가는 골목 바로앞까지 데려다주고 짐도 친절히 내려주었다. 친절한 그리스사람들. :)

근데 골목이 전부다 내려가는 계단이다..-_- 후.. 낑낑대며 여기저기 부딛히며 좁은 골목길을 짐을들고 내려가니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숙소앞에 페인트묻은 차림으로 청년하나가 "Kykladonesia(숙소이름임)~:D" 라며 양손을 펼치며 아주아주 해맑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멀미와 추위와 여행딜레마에 찌들어있던지라.. 반갑긴 했지만 반가운 표시를 별로 못하고..-_-;; 체크인을하고 방엘 들어갔다. 6인인가 4인짜리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 2인실방을 주었다. 이래저래 설명듣고, 방에 티비가 나오는지 체크하고 에어컨 체크하고 머 그러고서 관리청년은 방밖으로 나갔다. 문을 닫자마자 난 대성통곡했다. 여행초반부터 쌓여왔던 스트레스, 외로움, 딜레마, 피로.. 등등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정말 시원하게 울었다. 여행이 싫을만큼 힘들었던 시기였다. 특히 추위와 싸우면서 고생하는게 정말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렇게 실컷 울고나니 속이다 후련했다. -_- 그러고서 방을 둘러보니.. 오호.. 좋은데? 도미토리에 있었으면 절대 누리지 못했을 개인욕실과 티비.. 오오.. 그들의 배려에 감사할 따름. 아무튼.. 또다시 낯선곳에 떨어진 지금 난 또다시 익숙해지기까지의 모험이 필요했고 시간이 필요했고 견디는게 필요했다. 하지만 약해질대로 약해진 마음으로 나는 지금 이 여행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근데.. 배가고파왔다. 힘든건 힘든거고 배고픈건 배고픈것.. 바로 눈물닦고 숙소밖으로 나가보았다. 근데 길을 알아야지 원.. 바로앞에 렌트카 가게앞에 서서 느끼하게 웃는 아저씨에게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방향을 가르쳐준다. 근데.. 어깨에 손은 왜 올리시는지..? -_-;; 매우 친절하나 살짝 능글거리신다.

빵집에서 먹을거리를 조금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렇게 배를 채우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갔다.


그리스는, 정말 순수하게 고양이를 보려고 루트에 넣었었다. 원래 와보고 싶었던곳이기도 하고.. 그다음 루트는 이탈리아인데... 후.. 배멀미 그렇게 고생하고 나니 14시간 넘게 배타고 이탈리아로 넘어갈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는다. 죽어도 그 배 타기 싫었다. -_- 게다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는.. 꼭 가고싶었던 곳이라기보다 폴란드에 가기위해 중간중간 들르는 중간게이트로서 루트에 넣었을 뿐이었다. 그렇다. 그렇다면, 굳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는 갈필요 없지 않은가? 내가 거기가서 보고싶은게 있었던가? 아니. 없다. 그럼 가지말자. 어차리 아직 유레일개시도 안했으니. 그럼 어딜갈까? 글쎄.. 파리..? 어? 파리..? 프랑스 파리? 거긴 그냥 대도시일것같아서 싫었는데.. 그래서 루트에서 가차없이 제외했는데.. 사람들이 왜들 그렇게 파리를 갈망하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파리의 자유가 무엇인지 확인해야만 할 것 같아. 파리.. 미친듯이 땡긴다. 뭐지? 어차피 일정도 내가 만들었던건데.. 지난번 여행때처럼 내가만든 일정에 끌려다니며 시간낭비하느니 내가 원하는쪽으로 바꾸어버리는게 차라리 낫다. 이래나 저래나 후회할 일이라면 일단은 원하는쪽으로 추진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우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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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너머에서 난 자기전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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