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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1. 23:49


까미노 길을 걷는게 무슨 의미일까 라는 우리 나름대로의 토론하다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눈물, 기쁨, 아픔, 고통, 살면서 겪는 온갖 감정들과 희노애락을 모두 겪는다는 면에서 까미노 길은 우리가 사는 삶의 축소판이다라고. 나혼자 나름 끄덕끄덕 도출해냈던 결론이 하나 있었는데,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었었다. 까미노 길에서 길을 헤맬때 노란 화살표만 찾으면 됐지만 삶에는 화살표따윈 없다. 그 길을 걸을땐 모든게 정화되고 흩어지고 혼란스러운 것들이 슬슬 제자리를 찾아가며 앞으로는 다 잘할수 있다라는 자신감또한 얻을수 있으며 새로운 삶을 잘 만들어 낼수 있을거란 막연한 믿음을 갖게된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다. 물론 그런면도 있으나, 요즘 드는 생각은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그곳에서 잠시 최면에 걸려있었던건 아닐까 한다. 약간의 착각도 함께. 실제로 까미노 이후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동안 현실에 적응하기 어려워 우울증세가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난 까미노 이후 바로 현실에 돌아오기보단 여행자의 신분으로 좀더 오래 지내다 온터라 그 괴리감이 그나마 좀 적었던것 같다. 그리고 이제서야 그 당시에 내가 많은부분 착각을 했었던게 아닐까 하며 그 찬란하게 빛나던 마음을 조금씩 부수고 있는 느낌이랄까. 물론, 그곳에서 얻었던 모든걸 부수고 있다는건 아니다. 현실과 그당시 생각하던 까미노 이후의 삶의 거리감이 한 100정도 되었다면 지금은 한 50정도로 낮춘 정도. 어쨌든, 삶엔 그곳에서 처럼 친절한 화살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옳은 길 바른 길도 없다. 까미노 길 이후에 어떠한 면이 달라집니까, 라는 질문에 "Nothing"이라 대답해준 한 호스피탈레로가 있었는데 그 당시엔 "헐, 그런게 어딨어" 라는 마음으로 반발심이 생겼지만 이제보니 그녀의 말이 정답이라는 생각도 든다. 삶이 달라질거라는 기대감, 달라졌으면 좋겠는 희망들로 한달여의 시간 차를 통해 삶을 잠시 들었다 놓을 뿐이지 그리고 분명 달라졌어, 라고 느낄 뿐이지 삶의 흐름은 그냥 그대로라는 것. 뭐 그래도 괜찮다. 실제로 달라졌든 달라지지 않았든 내가 어떻게 믿느냐,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래도 나에게 다가오는 삶의 향기정도는 0.1%라도 바뀔거라 생각하니까. 적어도 무언가 큰 경험을 한 이상에야 당연히 뭐든 변하기 마련이니.

삶이야 어떻게 흘러가든지간에, 언젠가 그 바람과 함께 밀밭이 사그락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푸른 하늘아래 저 길을 다시 걷는길이 오길 바라는 마음만큼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하고 강해지겠지.

Buen camino on your life, on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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