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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7. 29. 21:23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삶이 있고 그 삶이 가진 빛깔과 촉감은 모두 다르지만 그 안에서도 비슷한 부류끼리 무리지어 다수와 소수로 나눠진다. 우리는 자라면서 다수결을통해 다수가 옳다고 하거나 찬성하는 일이 당연스레 옳은일이라 배워왔고, 그러면서 자신들이 속하지 않은 부류 혹은 조금 낯선 빛깔을 지닌 대상에게 손가락질을 하거나 이상한 시선을 아무렇지 않게 던진다. 심지어 아무런 피해받은것도 없으면서 무조건적으로 비난한다.

 

어릴적부터 그런 사소한 비난들과 마주하다보니 무엇을 생각하던 무엇을 좋아하건 언제나 비난이 두려웠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일 뿐이고 내가 마음에 드는것 뿐인데, 그것 만으로도 어릴때부터 손가락질을 받거나 특이한 소수자로 분류되기 일쑤였다. 어릴때부떠 그런 선긋기를 당하다보니 난 잘못한게 없는데 늘 내가 잘못된거라며 상대방 눈치를 봐야 하기 일쑤였고 결국 누군가 앞에서 말을하거나 행동하는 모든것들에 자신이 없어졌다. 지금도 여전히 난 자신이 없고 두명이 넘는 인원이 나를 주목하고 있으면 머릿속이 하얘지며 극도로 긴장감이 몰려온다. 울렁증이라고 해야하나.

 

그러했던 상황들이, 아마 내가 외향적이거나 대범한, 소위말하는 쿨한 성격이었다면 별로 상처받지 않고 당당하게 잘 자랄수 있었겠지만, 케어와 애정이 부족한 환경에서 자라오다보니 어느곳에서도 이해받지 못하고, 상처만 잔뜩받은 부정적인 사회성부족한 인간으로 자라났다. 사실 이에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대학시절 인간발달 관련된 내용이나 정신분석, 아동발달 등에 대한내용을 공부하다가 깨달았었다. 20년 넘게 살아왔던 나의 가정환경이나 나의 성격형성등엔 모두 문제가 있고 다 이유가 있었다 라는 걸.

 

재밌는건, 중학교때 내가 좋아하던 음악취향에 그런걸 왜 좋아하냐며 비난하던 소위 말하는 일반 대중들이 이제는 음악생활을 향유한다며 삼삼오오 락페스티발을 찾아 떠난다. 사진에 관심을 가지던 나를 신기한 사람으로 치부하던 그들이 이제는 너도 나도 DSLR을 하나씩 어깨에메고 출사를 나간다. 어차피 그렇게 변화할거, 그들과 조금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 비난이나 비아냥대기 이전에 존중을 해주는 문화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생각하는건 어디까지나 나의 이기적인 기준이고 바램일 뿐이겠지.

 

시간이 흐르고 점점 단련이 되면서, 다름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들의 반응에는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으며 알아서 혼자 고립되어 버렸다. 설명하기도, 비난받기도, 특이한 성향 취급받는것도 지쳤으니까. 사람들은 보고싶은 영화가 생기거나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생기면 함께 보러가거나 수다를 떨며 공유하고 시간을 나눈다. 내가 보고싶은 영화를 함께 보러가자고 할 사람이 극 소수 외에 전혀 없게된지는 이미 10년이 넘었다. 그렇다고 전혀 취향과 관련없는 영화를 그들에게 보러가자 강요하기도, 그렇다고 내가 전혀 마음이 없는 영화를 억지로 따라가 보기도 몇번 하다보니 의미 없음을 깨닫고 고립되었고, 이렇게 고립되는 부분이 많아지다보니 거의 혼자가 되었다.

 

친구이건 연인이건 100%맞는사람은 당연히 없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며 조금씩 다가가야 하는건 알고 있지만 이젠 그런 공감대 형성에 대해선 거의 포기했다. 그리고 그냥 그들의 관심사에 관심가져 주며 반쯤은 억지로 수다를 떨어주고 있다. 생각보다 재미있을때도 있지만 너무나도 공허하며 피곤하다.

 

사람을 만나며 시간을 보내면 그 시간만큼 혼자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한 성향의 인간이기에,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한계가 있고 힘이드는 극내향적 사람인데, 이것마저도 이해받지 못하고 앞서 말한것와 짬뽕이되어 정말 독거노인이 되어가고 있다. 가끔 내가 마음안에 여유가 많고 몸상태도 좋고 그럴때는 평소가 가지고 있던 한계점 이상의 활동이 가능하지만, 늘 그런게 아니라서 솔직히 이젠 나도 뭘 얼마나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해받을 대상도 줄어들고, 내가 이해할수 있는 힘도 줄어들고, 그렇게 더 고립되어 가다보면 나의 앞날이 어떤모습으로 있게될지 걱정도 된다. 그나마 의도적으로 조금 외향적으로 바꾼 근래 몇년동안 어느정도 사람들과 부대끼는것에 적응은 했지만 이미 다시 살리기엔 꺼져버린 인간관계가 많다는것에 좌절하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시도해보고 싶은건, 장기적인 여행을 다니면서, 나를 비난하는자도 없고 나의 다른 취향에 이상하다 하기는 커녕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되는 사람들 속에선 나의 이 눈치보는 극 내향적 성향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는 사실에 희망을 품고, 눈치와 비난을 벗어버릴 수 있는 새로운곳으로 나가서 정착해보는 것. 아마 이게 나의 삶에 있어서 거의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는 최후의 도전같은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인종차별이라던지 외국인이라는 한계에는 분명히 직면하게 되겠지만, 철학책에 관심을 갖고 삶을 관철하는 진지한 영화들을 좋아하고, 밴드음악을 좋아하고, 정치와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명품이나 외모가 중요한게 아니고, 연장자의 말이 무조건 맞는게 아닌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에서 살고싶다. 그냥 그거면 될 것 같다.

 

무조건적인 희망을 품지는 않겠지만, 지난 30여년간 한국에서 삶이 힘들었던건, 내가 이곳에 맞지 않은 인간이라는것 말고는 더이상 생각이 미치질 않는다. 해외에 나간다고 극내향적인 사람이 갑자기 극외향으로 바뀌어 활달하게 살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달라지고 싶다.

 

넌 왜 그런걸 좋아해? 넌 왜 그런걸 봐? 넌 왜 혼자쉬어? 넌 왜 결혼안해? 몇살이야?말놔도되지?

이런게 아니라.

넌 그런걸 좋아하는구나, 넌 혼자 쉬는게 필요하구나, 넌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같은 대화를 나누고싶다.

 

그냥 갑자기 너무억울해졌다.

너무 요령없이 열심히만 살았던게 미련하기도 하지만,

내가 왜 이렇게 지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 너무 억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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