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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28. 19:14


ⓒTPS컴퍼니

사람과의 인연은, 사랑은, 기억은, 상처들은... 버리는 것이 아니며 버릴 수 있는것도 아니기에 손에 묻어있다고 털어낼 것이 아니라 손바닥에 살며시 올려 움켜쥐고 내 살로 녹아들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그것들은 살아가는 걸음걸음 고스란히 발자국처럼 따라와 나를 감싸고 내 주변까지 감싸고 있으며 그사람과는 보이지않는 고리로 연결되어 질기도록 함께 엉킬 수 밖에 없다. 처음 그 고리가 생길땐 살을 파고들어와 견딜 수 없이 아프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굳은살이 되고 단단해지면서 때가되면 그 고리 위에 새로운 고리를 연결 할 수 있게 된다. 그 고리들이 복잡하게 얽힐 수도 있고 정돈되어 차곡차곡 늘어날 수도 있다. 지나간 과거로 인해 현재가 괴롭힘 받는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지나간 과거는 시간만 지나갔을 뿐 사라진것도 버려진것도 아니다. 그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는 법. 나를 사랑하려면 그 과거가 무엇이든 간에 내가 지나온 과거까지 끌어안아줄 수 밖에 없다. 그 과거까지 끌어안아 사랑하기엔 버겁고 두려워 그 끈을 놓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중식은 지나간 시간속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은모의 언니는 중식의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끌어안았고, 은모는 중식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끌어안기엔 사랑보단 두려움이 크다. 그 사이 중식은 과거를 손바닥에 올려잡아 녹아들도록 한뒤 단단한 고리를 만들었고 그 위에 은모라는 고리를 조심스레 만들고 있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조차 그가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기 전까지 사랑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을정도로 아무도 모르게.

사랑영화이긴 하나 그 사랑의 실체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영화이기에, 단순히 처제와 형부사이의 사랑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이목을 끄는건 좀 맞지 않는것 같다.(실제로 영화관엔 그런 자극적인 사랑을 보기위해 온 관객들 중 재미없고 지루하다며 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자기들끼리 수다삼매경에 빠지는 몰상식한 사람들도 있었다.)

어쩌면 박찬옥 감독은 관객들이 한치앞도 보이지 않을만큼 희뿌옇게 낀 안개너머로 손을 뻗어, 이 사람들이 지닌 상처가 어떤건지,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힘들어 하고 있는지를 헤아려주고 쓰다듬어주길 바란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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