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yllic* - 바보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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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15. 22:54

TV없이 지낸지 1년 반정도 되었다.

전에는 뭘 하건 늘 거실에는 TV가 떠들어대고 있었고, 식구들이 번갈아가며 그 앞에 앉아 시청하고 있었으며 그렇게 하루 온종일 켜져있는 TV는 틈틈히 내 눈과 시간을 빼앗았다. 더군다나 유선방송까지 연결된 이후로는 채널만 수십번씩 돌려가며 재미있는 볼거리를 찾곤 했었다.

독립 후 처음엔 일하느라 바빠서 TV를 사야겠다 라는 생각자체를 하지 못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TV없이 지내는게 더 익숙해져 버렸다. 간간히 인기있는 프로그램, 보고싶은 프로그램들은 컴퓨터를 통해 보긴 했지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인기 드라마나 프로그램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보니 사람들이랑 얘기다하보면 "TV안보면 뭐하고살아?" , "그냥 TV좀 사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도 전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일단 하루종일 떠들어대는 TV가 없으니 방이 무척이나 조용하다. 방이 조용하다는게 이렇게 좋은건지 몰랐다. 사실 TV를 끄면 되지 않느냐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TV을 껐다가도 잠깐 쉬면서 봐야지 하며 다시 TV를 켜게되고 그러다보면 또 시간은 정신없이 흐르고 주체할 수 없어지기 마련이다. 바보상자라는 말이 괜히나온게 아니다.

필요없는 프로그램에 눈이팔리고 정신이 팔려 멍때리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자연히 다른일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그 다른일이 바로 '책'이 되었다. 책을 뭐 별로 열심히 읽는건 아니지만 전보다는 훨씬 관심이 커졌고, 사람들 드라마 챙겨보는 시간에 조용히 책을 읽다가 잠드는게 좋다.
(피곤에 쩔어있다보니 책 펴자마자 잠드는 날이 훨씬 많지만-_-)

그치만 가끔 멍때리다가 우연히 보게되는 다큐멘터리, 뉴스들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져서 세상과 단절되어 나만의 세계에 사는듯한 단점도 있다. 얼마전 출근준비하면서 아침뉴스를 라디오로 들었는데, 처음듣는 심각한 상황들이 어찌나 많던지.. 심각한 경제공황을 체감 못한 채 귀막고 산게 죄스러울 정도였다. 

뭐 어쨌든 앞으로도 쭉 큰 이변이 없는 한 TV살 생각은 없다.
TV앞에서 나의 절제능력을 발휘할 자신도 없고, 굳이 사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
TV없이도 잘 살수 있다.
보다 더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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