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yllic* - 20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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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13. 08:13

이 공간의 존재 자체를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발을 들이지 않은 오랜 시간 동안 바뀐 것 없이 그대로 보존하며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던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한 십여 년 이곳에 안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아주 오랜 과거의 기록이라 생각했는데 가장 마지막 포스팅이 2018년이었던걸 보고 조금 놀랐다. 비공개 글로 한참 동안 힘듬을 토로했던 것 같은데 글을 쓰던 시점은 기억나지 않지만 글 속에 설명되어 있는 그 수많은 이벤트들이 머릿속에 마구 스쳐 지나가서 감회가 새롭다.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었던 그 당시의 바람대로 많은 것들이 안정되었고 남들처럼 불평 많은 직장인이 된 지 2년이 넘었다. 문제라면 나는 지금 코비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수많은 허들을 넘고 넘어 드디어 평범하게 먹고 놀고 일하고 여행 다니고 불평하고 소비하고 그러면서 사는가 보다 하던 찰나에 백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판데믹을, 해외에 홀로 지내는 이 시기에 맞이하였고 심지어 판데믹과 정면 승부하며 싸워야 하는 의료진인 것이 코미디라면 코미디랄까. 뭐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인생은 이렇게 또 다이나믹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감사하게도 코비드에 걸리지 않은 채로, 엄청 건강한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지낼 정도의 건강함을 유지하며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좀 지루할 틈이 있으면 좋겠다, 심심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치열하게 싸우던 일상의 터널을 통과하고 막상 심심한 시간을 마주하고 있자니 금세 그 감사함 따윈 잊고 이것저것 불평불만을 표하며 살고 있다. 원래 인간은 망각의 동물. 좋은 게 좋은 건지 좋은걸 누릴 땐 잘 모르는 법. 코비드 이전 시대에 우리가 누리던 그 많은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 악수와 포옹으로 전해지는 그 작은 온기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우린 그땐 몰랐었지.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난 이 생활이 몇 년은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저 아무도 만나지 않고 고립된 채 이 고난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정말 감사하게도 나처럼 수동적인 인간이 그렇게 절망한 채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던 시간에 적극적으로 사람들은 방법을 찾아 나서고 시도하고 노력하더니 1년도 안돼서 백신을 만들어내었다. 난 정말이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절망은 인간으로부터 나오지만 희망 또한 이렇게 인간으로부터 나오는구나 싶은 마음이고.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잘 지내며 올 한 해를 보냈지만 사실 나 스스로 조차도 모를 분량의 스트레스와 절망과 고독감과 싸워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백신을 만들어낸 과학자분들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 절망과 고통이 큰 시간이었던 만큼 백신 우선 대상자가 될 것 같고 난 망설임 없이 맞고 그토록 원하던 정상적인 삶을 다시 향유하고 싶다. 이전보다 훨씬 더 커다란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소중하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희망, 이라는 단어는 너무 눈부시게 밝은 느낌이라 어둠의 자식인 나는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이번만큼은 이 긴 시간을 마무리할 수 있는 희망이 눈앞에 주어졌다는 게 너무나도 기쁘다. 다 그렇게 각자의 희망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거겠지. 이 시간을 여기에 기록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종종 들어와서 마음을 또 토해내야지. 예전과는 얼마나 결이 다른 불평불만들을 쏟아내게 될지 나조차도 기대가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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