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yllic* -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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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3. 19:11

@Dondet island, Laos

동남아를 여행할땐 마침 우기였다. 거의 매일 비가 쏟아졌으나 쏟아지는 비에 대해선 아무런 불평을 할수가 없었다. 타는듯한 그 더위와 햇빛을 싹 걷어주며 토닥여주듯 쏟아부어주던 그 비를 무척 좋아했던것 같다. 예쁜옷이 젖는 그런걱정을 할만한 차림새도 아니었던지라 오히려 질퍽대는 흙에 슬리퍼와 다리가 더러워지는걸 즐거워할만큼 빗속을 거니는게 좋았다. 펼쳐진 상태가 고정되지 않는 고장난 우산이어도 좋았다. 그 우산을 펼칠때마다 마음 한켠에선 늘 든든함을 느끼곤 했다. 그렇게 비가오는 날이면 숙소에 가만히 앉아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메콩강 위로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며 한없이, 한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떨어지는 그 눈물같은 빗방울들을 바라보며 함께 맞물리는 슬픔또한 꺼내놓곤 했다. 그냥 그렇게 마주하고 알고있었던 사실을 남몰래 슬퍼하며 나 대신 눈물흘려주는 하늘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그래서인지 비오는 순간 셔터를 누른 동영상들이 좀 많다. 빗소리는 누군가 내 슬픔을 두들기며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하늘의 배려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렇게 꽁꽁 숨겨둔 슬픔 용케 찾아내 마주하게 하는걸 보며 잔인하단 생각도 들었다.

여행을 나가있었던 올해 여름,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왔다고 했다. 그 빗소리, 떨어지는 빗물들을 바라보며 나처럼 또한 많은 슬픈 감정들을 마주하고 앉아있는 시간이 참 많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지긋지긋 할만큼 바라보았겠지. 그래서 여름은 활기차고 역동적인 계절인것 같지만 실은 쉬임없이 내리치는 비와 함께 떠내려온 슬픔의 생각들을 다독여야 하는 잔인한 계절이기도 하다.

그렇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비가 오면 슬픔이 맞물리게 되었다. 그래서 화창하고 푸른 하늘에 비가 적게오는 지금의 계절에 내가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햇살은 내게 괜찮다. 라고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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