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yllic* - 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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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20. 12:11

머리로는 알지만 납득할수 없는 사실에 직면하고 감당할수없는 통증이 밀려온다. 사실 낯설지만도 않은 통증이기에 이를 어떻게 지나가게 해야하는지 대략 알고도 있지만, 그냥 단순히 흘러가게 두는것 조차 차마 할수가 없고 그 통증마저 끌어안고 가지말라고 엉엉우는 내 자신이 참으로 초라하기 짝이없다. 이미 통증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견디는것 조차 익숙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멘탈이 이정도로 초라할만큼 약했었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내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다.

 

여러번 했던 다짐들이 무색하게도 또다시 이러고있는 내 자신이 이해되지 않기도 하다. 잡을수도 놓을수도 없는 나 스스로를보며 한심하다 생각이 들면서도 이러는것 외엔 내가 할수있는 바를 모르겠다. 세게 잡으면 잡을수록 지울수없는 상처만 늘어나고 이미 딱지가 앉아있는 상처들마저도 딱지를 제거하고 들쑤시는 꼴이 되는걸 알고있고 그걸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결국 제어에 실패해버렸다.

 

눈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횟수가 줄어든다고 통증이 줄어드는것 같다 생각하지만 그게 착각이라는걸 나도 이미 알고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그 즈음이 다가오면 내 무의식이 나를 깨워 흔들어댈 것이라는 것을. 꿈속까지 찾아와 수없이도 나를 건들고 깨우며 행복감과 동시에 자괴감을 선사할 거라는 것을. 그래서 그냥 마음에서 밀어내고 눈에서 밀어내고 머리에서 밀어내는걸 포기한지 오래다. 어쩔수 없이 평생 끌어안고 가야한다는것도 이미 알고 있다.

 

어젯밤엔 그분의 마음이 많이 이해가 되었다. 그분이 느꼈을 초라함과 허무함이 얼만큼이었을지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만큼의 통증을 안고 지냈을거라 생각이 들면서, 그분에 대해 늘 가지고있던 원망이 이제는 공감으로 바뀌었다. 불꺼진 침대에 누워 바라보는 천장이 얼마나 황망하게 느껴지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같다. 여전히 그분과의 대화를 원하고 묻고싶은게 많지만 허공으로 흩어져버릴 뿐 대답이 없다. 그분의 손을 잡고싶다는 유혹마저 느껴져 너무도 무서워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타인의 위에 뿌리내리는 삶이 습관이 되어버려서 결국 뿌리가 뽑힐때마다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그렇기때문에 흔들린 삶을 원래대로 다시 빚기까지는 시간이 너무도 많이 걸린다. 그러면서 겁도 두려움도 많아져서 이제는 어느곳에 뿌리 내리기도, 다시 삶을 빚는것도 엄두가 나질 않는다. 수많은 절망앞에 사람들은 어떻게 견디며 일어났는지, 그들의 절망앞에 크게 손내밀어 주지 못했던 내가 미안하게 느껴진다.

 

커다란 벽 앞에서 빛이 들어오는 틈새를 찾아 헤매고 있는것 같다. 그 빛에 의지해 더듬더듬 열쇠구멍을 찾고 열쇠를 찾고, 그 시간이 흐르고나면 문을열고 나가서 밝은 빛과 조우하게 될거라 생각하지만, 그걸 찾아 손에 쥐기까지 아마도, 손도 마음도 새카맣게 물들어 버리겠지.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눈으로 보면 볼수록, 어떻게 해도 만날수없는 평행선이라는걸, 난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그릇이라는걸 이미 알고있지만 이미 알고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붙잡고 있을수밖에 없는 내 자신이 더욱 잔인하게 느껴진다. 마음은 결코 머리를 따라가주지 않는다.

 

스스로만든 함정에 빠져버렸다.

함정밖으로 탈출 하는것도 결국은,

내 몫이라는거,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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