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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19. 22:31

단순하게 살자고 마음먹고 싫은건 하지말고 좋은것만 하자고 생각하며 지내면서 많은것이 좋아졌다. 가끔씩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긴 하지만 그 와중에 그래도,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은 꾸준히 만나게 되는걸 보면 타고난 인복에 큰 절을 올리며 그냥 매사에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 생각을 곱씹는 버릇을 많이 버렸다. 굳이 깊게 파헤치며 생각하고 분석하면서까지 고민하지 않아도 인생은 어쨌든 알아서 잘 굴러가고 주변 사람들도 어차피 알아서 다 오고 가고 스쳐가고 똑같이 흘러간다는걸 알게되었다. 단순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결국은 좋은 일들 좋은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는것도 배웠다. 그러기 위해선 얼마나 커다란 감정탱크가 내면에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걸 사람에게 풀어선 안된다는걸 잊지말자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알량한 자존심도 세우지 말고. 어차피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한거니까 이해가 안된다며 화내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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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의 존재 자체를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발을 들이지 않은 오랜 시간 동안 바뀐 것 없이 그대로 보존하며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던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한 십여 년 이곳에 안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아주 오랜 과거의 기록이라 생각했는데 가장 마지막 포스팅이 2018년이었던걸 보고 조금 놀랐다. 비공개 글로 한참 동안 힘듬을 토로했던 것 같은데 글을 쓰던 시점은 기억나지 않지만 글 속에 설명되어 있는 그 수많은 이벤트들이 머릿속에 마구 스쳐 지나가서 감회가 새롭다.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었던 그 당시의 바람대로 많은 것들이 안정되었고 남들처럼 불평 많은 직장인이 된 지 2년이 넘었다. 문제라면 나는 지금 코비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수많은 허들을 넘고 넘어 드디어 평범하게 먹고 놀고 일하고 여행 다니고 불평하고 소비하고 그러면서 사는가 보다 하던 찰나에 백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판데믹을, 해외에 홀로 지내는 이 시기에 맞이하였고 심지어 판데믹과 정면 승부하며 싸워야 하는 의료진인 것이 코미디라면 코미디랄까. 뭐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인생은 이렇게 또 다이나믹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감사하게도 코비드에 걸리지 않은 채로, 엄청 건강한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지낼 정도의 건강함을 유지하며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좀 지루할 틈이 있으면 좋겠다, 심심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치열하게 싸우던 일상의 터널을 통과하고 막상 심심한 시간을 마주하고 있자니 금세 그 감사함 따윈 잊고 이것저것 불평불만을 표하며 살고 있다. 원래 인간은 망각의 동물. 좋은 게 좋은 건지 좋은걸 누릴 땐 잘 모르는 법. 코비드 이전 시대에 우리가 누리던 그 많은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 악수와 포옹으로 전해지는 그 작은 온기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우린 그땐 몰랐었지.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난 이 생활이 몇 년은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저 아무도 만나지 않고 고립된 채 이 고난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정말 감사하게도 나처럼 수동적인 인간이 그렇게 절망한 채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던 시간에 적극적으로 사람들은 방법을 찾아 나서고 시도하고 노력하더니 1년도 안돼서 백신을 만들어내었다. 난 정말이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절망은 인간으로부터 나오지만 희망 또한 이렇게 인간으로부터 나오는구나 싶은 마음이고.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잘 지내며 올 한 해를 보냈지만 사실 나 스스로 조차도 모를 분량의 스트레스와 절망과 고독감과 싸워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백신을 만들어낸 과학자분들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 절망과 고통이 큰 시간이었던 만큼 백신 우선 대상자가 될 것 같고 난 망설임 없이 맞고 그토록 원하던 정상적인 삶을 다시 향유하고 싶다. 이전보다 훨씬 더 커다란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소중하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희망, 이라는 단어는 너무 눈부시게 밝은 느낌이라 어둠의 자식인 나는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이번만큼은 이 긴 시간을 마무리할 수 있는 희망이 눈앞에 주어졌다는 게 너무나도 기쁘다. 다 그렇게 각자의 희망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거겠지. 이 시간을 여기에 기록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종종 들어와서 마음을 또 토해내야지. 예전과는 얼마나 결이 다른 불평불만들을 쏟아내게 될지 나조차도 기대가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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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리다가 잘 모르겠는 순간이 오면 아무것도 할수 없는 상태가 된다. 영어도 불어도 다 싫어지는 순간, 사람 만나기도 싫어지고 웃기도 싫어지고 그냥 날좀 내버려두었으면 하는 시간들이 오면 소위말해 동굴로 한 며칠을 들어가 앉아있어야 하는데 한동안 그 동굴생활을 할수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멘탈이 너덜너덜 해지고 예민해져서 결국 가방 들춰메고 다운타운 호텔로 향했다. 다 차단하고 그냥 가만히 있고싶었다. 지친나를 위한 선물이라는 명목아래 불필요한 사치를 하고자 공동생활을 하는 집으러부터 뛰쳐나와 호텔 로비앞에 섰지만 어린여성이 호텔에 혼자 왜, 라는듯한 그들의 머릿속 너머 시선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서른이 넘어서도 미성년자처럼 보이는 동양여성의 얼굴은 외국생활 몇년내내 성인으로써 받아야할 기본적인 존중감같은게 결여된 삶을 살게 하고있다. 서른이 넘은 여성에겐 보통 붙이지 않을 마드모아젤, 마이디어 같은 호칭들, (심지어 나보다 어릴것같은 사람들이..) 스윗한듯 하지만 그들은 결국 나의 외모로 나이를 짐작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는것과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도 전투적인 자세로 삶을 살아왔지만 외국생활 몇년의 경험들이 지금은 다른 형태의 전투적인 자세를 취하게끔 해주고있다. 한국에서와는 다른 여성의 지위를 느끼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페미니즘에 눈을 뜨고 그와 동시에 백인우월사회에 대해서도 눈을 뜨고 결국 제3외국어를 사용하는 소수인종 여성 이라는 사회 속 마이너리티의 최고봉같은, 법적으로 보호받는 약자의 카테고리에 포함된다는걸 깨달은지도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런 약자의 위치에서 살기위해 조국을 뛰쳐나온건 아니었을 텐데 이런걸 알았다면 안나왔을까, 딱히 그럴것 같진 않지만 생각했던 현실과 내가 겪고있는 현실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고, 그러면서 사실 요즘 난 무엇때문에 이렇게 치열하게 삶을 살고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질문들은 무언갈 열심히 하고있는 중이거나 성취를 했거나 혹은 뭔가 다 잘되고 있을때는 하지 않기 마련이니 이런 질문을 하고있다는건 사는게 힘들게 느껴졌다는 증거라고 해야겠지. 2년여 배운 불어로 간호학코스와 병원실습을 실패없이 마쳤다는거 자체가 내 인생에선 기적과같은 일이고, 총 3년의 불어사용으로 병원일을 하겠다고 잡인터뷰를 보러 다니는것 또한 말도안되는 도전같은 건데 현실은 너무나 냉정해서 내가 마이너리티든, 불어를 새로 배운 언어이든, 어떤 도전들을 해서 여기까지 왔는지 같은건 별로 중요하지 않더라. 여기서 나고자란 사람들과 그저 같은 기능을 하고 그들과 비슷한 경쟁력을 갖춰야만 한다는것에 대해서 사실 왜 생각을 못하고 있었을까 바보같다, 너무 나이브했다 라는 반성아닌 반성같은걸 하고있다. 더이상의 좌절을 겪고싶지 않고 더이상 무언가를 이겨내는 삶을 살고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평범하게 살고싶은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거라는걸 몰랐다. 사실 이젠 어떻게 사는게 평범하고 즐거운건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사는게 내가 즐거워지는건지도 잘 모르겠다. 지금이 되기까지 얻은것도 많지만 잃은것도 많은데 어떻게 살았든 어떤 선택을 하며 지내왔든 나는 그냥 타고 태어나기를 즐거움 혹은 행복따위가 상당히 적은 비율로 섞인 삶을 살도록 만들어진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10년여 전 이 블로그를 통해 토해내던 괴로움같은건 비슷한 결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느낀다.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걸 어떻게든 변화시켜 보려고 달려온게 지금까지의 여정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가야 할것같다. 어느덧 나는 영어도 불어도 둘다 멍청하게 구사하며 살고있고 오랜기간 끊었던 한국예능을 요즘은 굳이 찾아서 보고있다. 나혼자 산다 다니엘 헤니를 보면서 헤벌쭉 웃고 비긴어게인의 김윤아 목소리를 들으며 위로를 받는다. 노력없이 얻어지는 웃음과 감동따위가 얼마나 소중한지 전엔 몰랐지. 모르겠다. 두개의 잡 인터뷰 중 하나는 이미 광속탈락했고 두번째 인터뷰도 크게 기대하진 않지만 붙는다면 나는 평생 잘 하지도 못하는 불어에 발목잡혀 살아야 할테고 안붙는다면 또다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문제에 부딪히기 때문에 어느쪽도 나를 만족시켜주질 않는다. (그렇지만 난 붙었으면 좋겠다 제발 어떤 포지션이 됐던간에 스타트를 끊고 병원에 발을 들여야만 한다.) 대체 내 인생은 어느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건지, 내가 원하는 방향이 이게 맞는건지 아닌건지 잘 모르겠고 그냥 파도에 휩쓸려 의지와 상관없이 떠내려가고 있는것 같은데 이 상황에서 그 흘러가는 방향으로 열심히 노를 저어야만 한다고 압박받고있다. 늘 원하는대로 살아갈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게 인생이라지만 내인생은 솔직히 너무 다이나믹하게 흘러왔고 그러면서 에너지를 너무많이 썼고 쉬고싶은데, 쉬는것조차 사치인거같은 이런 바닥인생에서 언제쯤 벗어날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경험과 생각들을 함께 공유하던 자들도 멀리 떠나가고 잠시 머무르다 돌아가고 사라지는 사람들을 많이 겪으면서 곁에 사람을 두는것 자체도 이제는 망설이게 되었다. 외로움의 악순환. 지쳐가고있고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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