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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7. 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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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즈베리 기차역에서 버스로 20여분, 허허벌판에 놓여 있었던 스톤헨지.
죽기전에 꼭 보고싶은것들 중에 속해 있던 것이였기에,
터무니없이 비싼 요금과 다소 심심한 그 모습에 쉽게 실망할 순 없었다.
그냥, 스톤헨지를 봤다는 것만으로 난 만족했다.
사실, 스톤헨지 주변에 펼쳐진 넓은 초원, 꽃밭, 양떼들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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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식탐이 많던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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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숨쉬는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기분 좋은 산책길,
뽀송뽀송 아기들이 함께있는 오리가족들이 정말 예뻤다.
그리고, 저멀리 보이는 솔즈베리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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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가게가 많았던 솔즈베리.




비싼 요금으로 인해 티켓을 변경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4시간의 기나긴 시간이 힘들었지만.
공원에서 따스한 햇빛과 함께했던 그 시간이 그리워진다.



Canon EOS30, REALA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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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17. 19:05
2007, 유럽이야기. 6. [그리스_산토리니(Greece_Santorini,Thira)]

숙소에서 나서니 날씨가 엄청나게 좋다.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일단 큰길을 따라 중심가를 향해 걸었다. 후.. 일단 바뀐 일정에 따른 여러가지 일을 처리해야 했다. 어제 고심했던대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는 빼버리기로 했다. 유레일패스는 환불하기로 했고 귀국날짜도 변경하기로 했다. 저가항공은 취소가 불가능하고, 예약해두었던 몇군데 숙소에도 예약취소 메일을 보내야했고, 폴란드에서 빠리로 넘어가는 저가항공도 예약해야 했으며 폴란드로 넘어가는 저가항공부터 구해야 했다.

피라 시내에 있는 여행사에 가서 안통하는 말로 어렵사리 폴란드 넘어가는 비행기편을 문의했는데, 산토리니에서 바르샤바 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어.. 여기서 바르샤바가는 비행기를 구하는 나를 의아하게 생각할뿐.. -.-30분쯤을 서서 기다렸고, 그리하여 알려준 비행기 가격은.. 400유로..ㅡ_ㅡ..컥. 아주 잠시 고민했다. 여행이 중요하냐 돈이 중요하냐를 두고.. 하지만.. 차마.. 이건 살수가 없었다..OTL;;

여행사에서 나와 걷다가 컴퓨터가 보이는 카페에 잽싸게 들어갔다. 오오~ 산토리니에서 인터넷이 가능하군!! 이라고 좋아하면서..(나중에.. 좀더 싼 피씨방 발견하고 좌절했음;;) 가격도 비싸고 음료도 먹어야 하는... 곳이었지만 암튼, 그곳에서 아테네에서 폴란드로 들어가는 저가항공을 알아보니 여행사에서 알려준것보다 훨씬 싸다. -_-;; 부활절 기간이라 그런지 탈수있는 비행기는 딱 하나..-_-;; 잽싸게 샀다. 200유로가 넘었지만.. 괜찮아.. 유레일패스 환불하면 그 비용으로 덮을 수 있으니깐. (여행 내내 이걸 위안삼아 계속 돈이 줄줄 나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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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비싸서.. 추가요금을 낼 엄두가 안나 일단 비행기 하나만 사고 카페를 나왔다. 나와서 벤치에 앉아 이제 뭐할까 고민하다가 쁘리띠님 홈페이지에서 봤었던 럭키 수블라키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 넘 많아서 쭈뼛쭈뼛.. 사람 좀 빠지길 기다리다가 들어갔다. 별 생각없이 수블라키 집이니까 수블라키 삐따를 시켰다. 근데.. 수블라키는 고기가 덩어리네..ㅜ_ㅜ 덩어리 고기라 먹기 조금 힘들었지만 뭐 괜찮았다. 다음엔 기로스에 도전해봐야지 :) 계산을 하려는데 계산대의 주인아저씨가 나보고 어디서왔냐고 물어본다. 꼬레아~ 라고 했더니 "감사합니다~" 라고 하신다. 흐흐..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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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넘넘 좋아서, 오늘 노을을 보러 이아마을을 가야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오늘은 피라마을을 탐험하고 내일 이아마을을 가야지 싶었다. 사실.. 산토리니만 4박 5일 일정이었던지라.. 서두를 필요 없었다..-.- 그래서.. 아직은 다소 어색한 피라마을의 골목탐험에 나섰다. 미코노스의 골목과는 조금 다른 느낌.. 악세서리 가게에서 3유로짜리 나무반지도 하나 샀다. 손가락에 다소 꽉 끼지만 괜찮다. 맘에 든다.

그리고 또 이리저리 다니다가 다소 먼지가 좀 쌓였지만 다른데보다 엽서가 저렴한 것 같아서 엽서몇장을 사서 가게안으로 들어갔는데, 이런(!) 나의 로망 그리스 할아버지가 또 주인이시지 뭔가♡ 난 또 당신의 사진을 사진을 찍고싶단 말도안되는 요구를 했지만 할아버지는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할아버지 만세!^ㅂ^/

이리저래 옷매무새를 다듬으시는 할아버지, 어찌나 귀여우신지>ㅅ<.. 찰칵! 사진을 찍은 뒤 할아버지는 나에게 고맙다며 악수를 청하시며 세월이 묻어나는 느린 걸음걸이로 나에게 다가오셨다. 악수를 하니 양볼에 쪽쪽 소리나는 인사를 해주셨다.^^ 할아버지의 까슬한 수염이 그대로 느껴지는데 어찌나 감동인지!!! +_+b 넘넘 고마워서 고맙단 말을 몇번이나 했는줄 모른다. 할아버지께선 가게를 나서는 나를 문앞까지 배웅해주셨다. 가게 바깥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조정해보다가 할아버지를 한번 더 찍어드렸다. 할아버지 넘넘 감사했어요. 사람이 그리워 힘들어하던 저에게 큰 용기와 감동을 주셨어요. ^-^*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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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마을을 다니다가 무심코 고개를 돌렸는데 정말.. 엽서에서만 보던.. 사진에서만 보던 절벽위 하얀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우.. 굉장히 멋졌다. 미코노스는 아기자기한 골목이 중심이었다면 산토리니는 이런 절벽, 바다절경이 어우러진 마을의 모습이 중심이랄까. 깎아지는 절벽위로 바다를 향해 촘촘히 박혀있는 이 마을의 모습은 정말 멋졌다. 카메라로 담겨진 모습보다 훨씬 마을의 모습은 멋졌고, 바람도 시원했고, 햇빛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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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다닌다고 다녔는데.. 오후 3시다;; 4박 5일 일정에 오늘은 겨우 둘째날인데.. 벌써 산토리니를 다 본것같은 느낌이 들만큼 살짝.. 무료하다..-.- ;; 벤치에 앉아서 사람구경하다가 졸다가 일기쓰다가.. 결국.. 내일 가려고 했던 이아마을을 향해 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그리고 터미널에서는 잠깐 휴가내서 여행오신 한 부부를 만났다. 부러웠다. 부부가 함께 여행을 온다는것. 동반자가 있다는것..T.T

피라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이아마을로 가는 길은 정말 멋졌다. 바로 옆으로 아찔한 절벽도 있었고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들꽃도 피어있었다. 내가 여행 온 시기가 비수기라서 사람 만나는게 조금 어렵긴 하지만 꽃이 정말 많아서 좋았다. 눈도 즐겁고 마음도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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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마을에 내렸고, 다시 마을탐험에 나섰다. 생각보다 이아마을은 피라마을보다 예뻤고 골목탐험하기도 더 좋았다. 해가 지려면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던지라 정말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이아마을은 경사가 심하고 계단도 많아서 거의 등산하는 기분이었다. 두어시간을 그렇게 다녔더니 나중엔 다리가 후들거려서 더이상 걷기가 싫을정도였다. -_-

원래 산토리니에 온 목적은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를 찍고, 고양이와 놀기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많다던 고양이들은 다 어디간건지 동내에는 온통 개들이 널려있었다. 다들 예쁘고 애교많은 개들이어서 좋았지만 고양이가 보고 싶었다고 난..ㅜ_ㅜ 오히려 미코노스에서가 고양이가 많았다. 미코노스에서 하루 더 있을껄 그랬나;;

해기 지길 기다리면서 이아마을을 2바퀴쯤은 돌았다. 그래도.. 오늘 이아마을에 오긴 정말 잘한것 같다. 구름이 한점도 없어서 노을보기 좋을 듯. 해가 져가면서 슬슬 바람이 차가워졌고.. 많이 추웠다.. 사람들은 슬슬 노을을 보기 위해 자리를 잡아 앉았고 나도 한곳에 앉아서 엽서를 썼다. 할아버지 가게에서 산 엽서에 가족, 친구들, 남자친구한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써내려갔다. 엽서를 쓰니.. 휴양지에서 혼자있는 나에게 외로움이 밀려왔다. 더군다나.. 노을을 기다리며 자리잡고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니 전부다 커플, 가족들이었다. 특히 커플이 많았어..... 후....-_-^

노을이 깊어가면서 사람들은 셔터를 누르느라 바빴고 뽀뽀를 하느라도 바빴다..(나 외로웠어 정말..-_ㅜ).. 노을은.. 너무 기대했던 탓인지 생각보단 별로였다. 특별히 유명할 이유까진 모르겠던데.. 그 노을 보려고 강풍과 싸우며 앉아있었다는게 살짝 억울하기도 했다. -_- 칼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던지라 더이상 노을보는건 포기하고 버스정류장으로 냅다 도망쳐나왔다. 그렇게 덜덜 떨면서 한시간여를 기다린뒤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후우.. 추웠어..-_ㅜ

숙소안도, 추웠다.(하얀집이.. 낭만적인게 아니라니깐.. 방안에 냉기가 흘러..-_ㅜ) 그래서 담요와 이불 돌돌말고 티비보며 놀다 잠들었다. 보람찬 하루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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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의 노을, 난.. 진정 외로웠다.


이전편 : 2007, 유럽이야기. 5. [그리스_산토리니에 가자(Greece_Santorini, Thira)]


2007. 5. 15. 23:33
2007, 유럽이야기. 5. [그리스_산토리니에 가자(Greece_Santorini,Thira)]

밤새 옷을 껴입고 이불을 둘둘말고 잤는데, 자고 일어나니 여전히 숙소안은 춥다. 미코노스섬, 하얀집.. 낭만적인 모습을 하고있지만 실제 집 자체는 보온성이 매우 떨어진다. 그리고 바람많은 섬답게 바람이 참 많고 강했던지라 밤새 방문이 흔들려 시끄러웠다.

짭짤한 감자칩을 먹으며 이불덮고 앉아있다. 춥다. 내가 왜 여기서 덜덜떨고 있어야 하나 싶다. 귀국날짜를 땡기고 싶을만큼 내가 왜 여기 와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산토리니와 소렌토까지 가도 이상태라면 일정 확 바꾸던지 귀국날짜 당기던지 해야겠다. 이대로는 못있겠다.

수첩에 적힌 여행루트들을 검토해보면서 어떻게 변경을 해야하나 머리싸매고 있을 때, 창밖으로 고양이 한마리가 다가왔다. 안녕 아가- :) 내가 줄 건, 짭짤한 감자칩 뿐인데.. 이거 니가 먹기엔 너무 짤텐데 괜찮겠니? 부시럭 거리는 봉지소리에 흥분한 아가는 점프해서 창턱까지 올라와 방으로 들어올 기세다;; 알았어 아가, 이거라도 줄게. 대신 짠거니까 많이 못줘-

야금야금 감자칩을 잘도 받아먹고 쓰다듬어주니 그릉그릉하고.. 벽에 붙어있던 거미가지고 장난도 치고(결국 커다란 거미는 죽었;).. 그렇게 고양이에 빠져있는 사이 여행에 대한 딜레마와 외로움이 잠시 달아났다. 내 맘을알고 고양이가 와서 달래준걸까? 고마워.. 집에갈 생각은 잠시 멈출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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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가 배시간에 맞춰 항구에 데려다줬다. 밝고 명랑하고 친절한 크리스티나, 고마웠어요.

배가 아직 오지않아 항구앞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구름 가득한 하늘과 함께 칼바람이 온몸에 꽂힌다. 혼몸이 후덜덜 떨리고 이가 부딛힐만큼 춥다. 옷을 아무리 여미고 머플러를 동여매봐도 칼바람은 옷깃속으로 새어들어온다. 후.. 나 대체 여기서 뭐하는걸까. 안그래도 계속되던 고민 더더욱 심화되어서 여행 때려치고싶은 마음이 장난이 아니었다.. 젠장..

20분넘게 덜덜 떨다가 배에 올랐다. 내가 탈 배는 Flying cat.. 쾌속선인듯 한데.. 어제탔던 얌전한 배와는 달리.. 이름대로 물위를 거의 달리다시피 빠르게 질주하는데 바람때문에 파도까지 높아서 창밖에 비가 쏟아지는것 처럼 바닷물이 튀어오를만큼 배가 요동을친다. 울렁울렁 물위를 가르며 가는데 바이킹 저리가라 할정도로 장난아니게 멀미를 가져다준다.. 토할것같다.. 후.... 산토리니까지 아직 몇시간이나 남았는데.. 토 안하고 제대로 도착할 수 있을까.. 울렁거리는 속을 다스리고 부여잡는데.. 정말 미칠노릇이다.

토하기 직전쯤 되니 중간에 한 섬에 들른다.. 후.. 바깥바람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아... 배에서 뛰어내리고싶다.. 속이 조금 다스려질만하니 다시 배는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한다. 우욱......... 미치겠네... 나 정말 이대로 토하면 어쩌지.. 꿀렁꿀렁 잘도 가는 배.. 그렇게 두번정도를 더 섬에 들렀던것 같다. 토할것 같다가 다시 속 다스려졌다가 또 토할것같고.. 이런식으로 해서 산토리니에 겨우 도착하니..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기분이다... 아.... 나 여기서 뭐하는거야.. 왜이래..ㅠㅠ

항구에 내려서 내가 예약한 숙소까지 가야하는데, 픽업이 없고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서 Fira마을까지 가야했다. 원래는 당연히 버스를 타고갈 생각이었으나.. 아.. 버스고 뭐고.. 지금 미치겠다..-_- 택시택시. 12유로의 정해진 가격에 피라마을까지 갔다. 속 울렁거리는데 기사아저씨가 자꾸 말시켜서 힘들었지만.. 친절하게 산토리니에 처음왔다고 하니 이것저것 설명해주면서 목적지까지 가준다. 차타고 20분쯤 갔을까, 아무튼 꽤 멀었던 것 같다. 숙소에 들어가는 골목 바로앞까지 데려다주고 짐도 친절히 내려주었다. 친절한 그리스사람들. :)

근데 골목이 전부다 내려가는 계단이다..-_- 후.. 낑낑대며 여기저기 부딛히며 좁은 골목길을 짐을들고 내려가니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숙소앞에 페인트묻은 차림으로 청년하나가 "Kykladonesia(숙소이름임)~:D" 라며 양손을 펼치며 아주아주 해맑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멀미와 추위와 여행딜레마에 찌들어있던지라.. 반갑긴 했지만 반가운 표시를 별로 못하고..-_-;; 체크인을하고 방엘 들어갔다. 6인인가 4인짜리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 2인실방을 주었다. 이래저래 설명듣고, 방에 티비가 나오는지 체크하고 에어컨 체크하고 머 그러고서 관리청년은 방밖으로 나갔다. 문을 닫자마자 난 대성통곡했다. 여행초반부터 쌓여왔던 스트레스, 외로움, 딜레마, 피로.. 등등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정말 시원하게 울었다. 여행이 싫을만큼 힘들었던 시기였다. 특히 추위와 싸우면서 고생하는게 정말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렇게 실컷 울고나니 속이다 후련했다. -_- 그러고서 방을 둘러보니.. 오호.. 좋은데? 도미토리에 있었으면 절대 누리지 못했을 개인욕실과 티비.. 오오.. 그들의 배려에 감사할 따름. 아무튼.. 또다시 낯선곳에 떨어진 지금 난 또다시 익숙해지기까지의 모험이 필요했고 시간이 필요했고 견디는게 필요했다. 하지만 약해질대로 약해진 마음으로 나는 지금 이 여행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근데.. 배가고파왔다. 힘든건 힘든거고 배고픈건 배고픈것.. 바로 눈물닦고 숙소밖으로 나가보았다. 근데 길을 알아야지 원.. 바로앞에 렌트카 가게앞에 서서 느끼하게 웃는 아저씨에게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방향을 가르쳐준다. 근데.. 어깨에 손은 왜 올리시는지..? -_-;; 매우 친절하나 살짝 능글거리신다.

빵집에서 먹을거리를 조금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렇게 배를 채우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갔다.


그리스는, 정말 순수하게 고양이를 보려고 루트에 넣었었다. 원래 와보고 싶었던곳이기도 하고.. 그다음 루트는 이탈리아인데... 후.. 배멀미 그렇게 고생하고 나니 14시간 넘게 배타고 이탈리아로 넘어갈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는다. 죽어도 그 배 타기 싫었다. -_- 게다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는.. 꼭 가고싶었던 곳이라기보다 폴란드에 가기위해 중간중간 들르는 중간게이트로서 루트에 넣었을 뿐이었다. 그렇다. 그렇다면, 굳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는 갈필요 없지 않은가? 내가 거기가서 보고싶은게 있었던가? 아니. 없다. 그럼 가지말자. 어차리 아직 유레일개시도 안했으니. 그럼 어딜갈까? 글쎄.. 파리..? 어? 파리..? 프랑스 파리? 거긴 그냥 대도시일것같아서 싫었는데.. 그래서 루트에서 가차없이 제외했는데.. 사람들이 왜들 그렇게 파리를 갈망하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파리의 자유가 무엇인지 확인해야만 할 것 같아. 파리.. 미친듯이 땡긴다. 뭐지? 어차피 일정도 내가 만들었던건데.. 지난번 여행때처럼 내가만든 일정에 끌려다니며 시간낭비하느니 내가 원하는쪽으로 바꾸어버리는게 차라리 낫다. 이래나 저래나 후회할 일이라면 일단은 원하는쪽으로 추진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우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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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너머에서 난 자기전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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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15. 15:55
2007, 유럽이야기. 4. [그리스_미코노스(Greece_Mykonos)]

새벽부터 일어나 나갈준비를 했다. 일기예보가 틀리길 바랬는데.. 밖은 비가 쏟아지고있다. 후.. 배가 안뜨면 어쩌나.. 걱정에 걱정을 하며 숙소를 나섰다. 숙소가 싫긴 했지만 그새 익숙해진 탓인지 막상 떠나려니 아쉽다.

어둠속에서 무거운 짐을 낑낑대며 들고 건물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문 너머로 누군가가 있다. 사람도 없는 이 새벽에, 누굴까? 혹시 어제 숙소에 들어오다가 봤던 거지아저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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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숙소앞에서 주무시던 거지아저씨

사람도 없고 어두운데 헤꼬지하면 어쩌지.. ㅠㅠ 라며 살짝 문을 열었더니.. 이게왠걸;; 살짝 술취한듯한 커플한쌍이 반쯤누워서 무아지경으로 키스중이었다.-_-;; 째려보는 눈과 마주쳐서 움찔;; 미안합니다 방해해서. -_-

비가 생각보다 많이왔다. 쏟아지는 비를 우산으로 막아가며 지하철역으로 향해갔다. 지하철을타고 항구까지는 30분정도 걸렸던가? 항구에 가니 다행히 사람도 많고 내가 생각했던것의 5배는 더 큰 배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가 조금만 안좋아도 배가 취소된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비가오는데도 가는걸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듯.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가족여행객들이 참 많다. 난 혼자인데.. 후. 짐칸에 짐을 묶어두고 자리에 앉아있는데,  저 앞에 남자한명이 식은땀을 흘리고 기력이 없이 쓰러질것같아 보였다. 직원, 직업이 의사인 손님들이 그분을 봐주더니 결국 휠체어에 실려서 배에서 내렸다. 에궁.. 괜찮아야 할텐데.

좌석표를 샀기에 번호를 찾아서 자리에 앉았는데, 안타깝게도 복도석이고 내 옆으로 젊은남자 두명이 탔다.  그럭저럭 앉아 있는데.. 옆 남자들의 친구들이 와서 마구 놀고 떠들고.. 결국 난 그 무리 사이에 끼어앉아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내가 불편할거라고 생각 안하는지 전혀 아랑곳없이 둘러싸고 떠들고 놀고.. 안그래도 외롭고 쓸쓸하고 비도 오고 기분 별로인데 이것들이 자꾸 날 화나게 만든다. 게다가 mp3도 짐칸에 두고와버려서 음악이라도 들으려고 짐칸에 가서 mp3를 가져왔다. 내가 일어났을때 다른자리로 가는거라고 생각했었는지 내가 돌아오니 다들 쳐다보며 움찔거린다. 이어폰을 꽂고 앉아 있어도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왼쪽으로는 앉아있는 친구들, 내 오른쪽으로는 서있는 친구들.. 내가 우유를 마셔도, 일기를 써도 계속 쳐다보고.. 나더러 어쩌라는건지.. 결국 못견디고 아파서 내린 사람들의 빈자리로 옮겨버렸다. 너희들 때문에 그리스마저 싫어지려고해. 후.. 운좋게도 옮긴 자리가 창가자리이다. 비록 기둥과 벽때문에 창문은 거의 없을만큼 작지만..

원래 바다는 아름답고 맘편한 느낌으로 다가와야 하는데 지금 나에겐 왜이리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가 슬픈건지.. 혼자하는 여행이라는게 용감하고 낭만적이고 멋지다는 인상도 있지만 그 실상은 정말.. 비참할만큼 우울하고 외롭고 지독한 향수병에 힘들어하는 시간을 견디고 또 견뎌야 한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한국어 노래들은 향수병을 달래줌과 동시에 날 더 힘들게 하는 듯.. 가족단위, 연인단위, 친구단위로 웃음과 수다가 가득한 미코노스행 페리에서 그렇게.. 창밖을 바라보며 난 결국 울었다. 몇년전에 비해 혼자보다 다수가 좋아진 지금의 나.. 그래서 더더욱 외롭다. 사람이 가득한 이곳에서 난..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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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잠이들었다가 깨니 비가 걷히고 구름고 걷힌 창밖의 모습이 보였다.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 출국전에 깎았던 손톱이 어느새 자라있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나의 손톱.. 손톱 몇번 깎다보면 한국에 돌아가있겠지? 조금씩 자다깨다 하면서 시간이 지나갔고 창밖은 파란하늘과 푸른바다로 화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분좋다. ^^

배를 타고 가면서 이곳 저곳 섬을 들러서 가는데 바깥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날씨가 좋아져서 기분이 좋았는데 바람이 지나치게 심해보여서 이것 또한 걱정이다. 몇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미코노스 항에 내렸다. 숙소에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항구에 내가 예약한 숙소이름의 피켓을 든 여자가 있었다. 어? +_+ 하면서 숙소 예약종이를 보여줬더니 마구마구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How are you~^ㅡ^" 라면서..ㅋ 다른 예약손님들과 함께 가야해서 옆에서 조금 기다리다가 미국여성 두명도 합류하였다. 뭐.. 대화가 안되니 얘기는 잘 못했지만..-_- 미국사람들 이야기는 특히 더 못알아듣겠다. 배려없이 얘기를 하는건지 내 귀가 이상한건지..

숙소 주인인 크리스티나의 차에 심을 싣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은 해주는데.. 도저히 알아들을수가 있어야지 원.. 미국애들은 이것저것 물어보고 웃고 떠들고 그러는데.. 난 할말이 없었다..-_-

미코노스는 저렴한 싱글룸이 있는 숙소가 별로 없어서 어쩌다보니 더블룸을 혼자 쓰게되었다. 숙소는 그럭저럭.. 방에 짐을 대충 놓고 타운으로 나가려고 나서는데 집주인인 크리스티나가 태워다준다며 차에 태워줬다. 크리스티나는 원래 독일사람인데 나처럼 여행을 왔다가 Fall in love 해서 이곳에 눌러앉았다고 한다. 그것도 무려 25년이 흐른 이야기.. :) 크리스티나는 친절하고, 나의 영어실력도 배려해주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었다. 정말정말 친절하고 멋진 그녀였다.

내일 산토리니로 갈 배표를 산뒤 타운으로 걸어갔다. 여기부터 발휘되는 나의 골목휘젓기신공..-.- 미코노스는 정말.. 보물창고처럼 작은 골목골목마다 어쩜그렇게 예쁜지.. 골목끝에서 또다른 골목이 나오는 이 느낌.. 마음에 이끌려 다니다보니 미코노스의 골목이 너무나도 좋아진다. 간판, 계단, 선반 하나하나까지 이 모습을 위해 사람들이 고심한 흔적이 보이고 세심한 손길이 닿았다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론, 나처럼 골목골목 쏘다니는 관광객들 때문에 가정집의 창문마다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맘편히 창문열고 쉬기도 불편해 보였다. 마을이 이만큼 예쁘고 유명세를 얻기까지 그만큼 개인공간의 희생이 필수였으리라. 어쩌면 너무 지나치게 관광객이 개인공간까지 침투해 버린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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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노스의 상징인 하얀집에 예쁜지붕들은 1년에 한번씩 페인트칠하고 보수하는 시기가 있는데 그 시기가 바로 지금인지, 여기저기 공사도 하고 색칠하고 보수하느라 온몸에 페인트 범벅인 아저씨들이 참 많이보였다. 하얀집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난 이런게 더 좋다. 이게 정말 사람사는 모습이고 그들의 생활방식이리라. 봄이되면 농부들이 1년농사를 준비하듯 올 해 영업을 위한 마을을 새단장하는 미코노스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기도 했고 애환이 느껴지기도 했다.

골목골목 누비던 중, 교회밖에 서있는 수많은 사람들, 노래... 누군가가 이곳 세상과 작별을 고한 모양이었다. 처음접한 그리스인의 장례식 풍경을 사진에 담고싶은 욕구가 가득했지만 고인이 되신분께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카메라를 거두고, 좋은곳으로 편안히 가시길 잠시 기도했다. 잠시 지켜보면서 느낀건.. 이런 장례식마저.. 관광객의 발걸음으로 침범받는 느낌이 들었다. 관광업이 주요 생업이긴 해도 방해받고 싶지않은 그들만의 영역이란게 있을텐데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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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없이 내멋대로 다니다보니 어디가 어딘지를 모르겠던 찰나, 미코노스의 명물이라던 펠리컨녀석을 만났다.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맞닥뜨렸다. 이녀석.. 너무나도 당당하게 계단을 걸어내려와 내앞을 지나가 저쪽으로 걸어간다. 사람들이 이녀석을 구경하는건지 이녀석이 사람을 구경하는건지..-_-;; 능청스러운 이녀석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났다. 신기하기도 했고.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카메라 세례를 받았을 이녀석에게 조차도 미코노스의 삶이 녹아나는 듯 했다.

돌아다니다가 눈여겨봤던 기로스집에 들어가 (나름, 매우 용감하게-_-;;) 돼지고기 기로스와 물을 사서 가게 앞 테이블에 앉았다. 야금야금 기로스의 맛을 느끼며 먹고있는데 어디선가 초절정 미묘 한마리가 나타나 내옆에 앉아 나의 기로스를 주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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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_+
산토리니에 고양이가 많은건 알았지만 미코노스에서도 이렇게 쉽게 고양이랑 어울릴수 있을줄이야+_+
아가야 너 너무 예쁘다+_+
이거 줄까+_+?
그래그래 맛있지+_+?
이리와 쓰다듬어줄게+_+
또달라고? 그래 알았어 +_+ 맛있지? +_+
너 양파도 먹을수있니? 못먹겟지? 양파는 안줄게~ 자여깄어 이거먹어~+_+
어우야 그새 다먹었어? 줄게줄게~ 바지에 발톱걸지마 아포..ㅠ.ㅠ
맛있니?+_+ 나도 맛있다+_+
목 좀 긁어줄까? 그래그래 기분좋지? +_+
깔깔깔~

혼자 이러면서.. 초절정 미묘씨랑 기로스 식사를 하고있었다. 우후후후.. 우린 함께 식사했다. 함께 식사하는동안은 전혀 외롭지 않았다. 기로스도 물론 맛있었고..^^ (아.. 먹고싶다.......기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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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려니 고양이가 내 뒤를 따른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했겠지?
아가 안녕- 건강하고, 맛있는거 많이먹으며 행복하게 지내려무나. :)

어느새 바람도 차가워지고 구름도 많아져서 상당히 추웠다.. 숙소로 발길을 돌려 걸어갔다. 간식거리좀 사러 작은 슈퍼에 들어갔는데, 앗.. 나의 로망♡ 하얀눈썹 백발의 그리스 할아버지가 주인이신거다(!) 게다가 친절하셔! 그리스의 할아버지들은 백발과 하얀 눈썹 그리고 뭐라 표헌이 안되는 굉장히 좋은 느낌을 풍기신다. 지중해의 햇빛과 여유롭고 화끈한 성향으로 평생을 살아오셔서일까, 인자하고 따뜻한 느낌이 참 많았다. 개인적으로 그리스에 있는동안 그게 너무너무 좋았는데.. 할아버지.. 딱걸리셨어요! :D

간식거리를 계산하고는.. 죄송한데 할아버지 사진좀 찍어도 되겠냐는 말도 안되는 웃긴 부탁을 했지만.. 할아버지께선 흔쾌히 허락해주셨다+_+ 꺅~ 감사함니다+_+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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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그리스 할아버지♡

뿌듯하고 따뜻해진 마음을 안고 숙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근데.. 자동차로 10분가량 갔던 거리인데.. 막상 걸어가려고 보니 장난이 아닌것 같다..-_- 강풍을 가르며 힘겹게 걸어가고 있으니 지나가던 트럭청년들도 지나가면서 말걸고;; 뭐.. 그럭저럭 열심히 걷고 있던찰나 크리스티나가 나를 발견하고 또 픽업해줬다. 으흐.. 이런 센스쟁이 크리스티나♡

방에 들어와 이런저런 일기도 쓰고 티비도 보고.. 근데 방이 심하게 추웠다. 샤워를 할려고 시도했다가 방과 욕실 공기자체가 얼음장같아서 바로 포기하고 갖고있는 옷 전부다 껴입고 이불둘둘말고 들어가 덜덜덜 떨었다..-_-;; 그렇게 덜덜 떨다가.. 잠이들었다.


2007. 5. 14. 21:10
2007, 유럽이야기. 3. [그리스_아테네(Greece_Athens)]

새벽 6시쯤부터 깨서 뒤척이다가 7시에 일어났다. 숙소안은 여전히 부담스러울 정도로 고요하다. 반면 숙소 밖은 밤새 오토바이 소리로 시끄러웠고 지금은 큰 트럭이 와서 일을 하는지 소란하다.

숙소 관리인에 대해 불만이 많았는지 꿈에서 이 숙소의 친절한 주인가족을 만났다. 그럼 그렇지~ 라며 반갑게 주인가족들을 만났던 꿈속에서.. 난 그게 현실인줄 알았다. 정말로..-_-

이불속에서 밍기적 대다가 씻고 아테네 탐험에 나섰다. 날씨가 엄청나게 좋다. :)  일단 숙소 근처의 여행사에 가서 내일 탈 미코노스행 배표를 샀다. 부디 배가 취소가 안되서 환불하러 여행사까지 다시와야 하는 불행은 없길 바랄뿐이다. 배표를 산 뒤 우체국에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엽서를 보냈다. 여행나와서 처음 써보는 엽서인데, 제대로 잘 전달 될 수 있을까? 여행초반이라 그들이 너무나도 그립다.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서 신따그마 광장에서 따스한 햇빛과 함께 사람구경하며 앉아있다보니 공원이라는 공간이 참 기분좋게 다가왔고 이 도시에 대해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관광객들, 아테네 시민들, 상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복작복작 하지만 즐거운 광장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지난번 여행때는 교회에서의 휴식이 그렇게나 달콤했는데 지금은 이곳 공원에서의 휴식이 참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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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조금 쉬다가 기차역에 가서 며칠 뒤 파트라스 항으로 가기 위한 기차표를 예약했다. 영어도 딸리고.. 의사소통때문에 좀 어려웠지만.. 뭐.. 얼떨결에 성공은 했다. 기차역은 생각보다 많이 낡아있었고 두군데로 나누어져 있던 역은 펠레폰네소스역..인가가 폐쇄되고 한군데에서 모든 기차를 관리하고 있었다.

이제 어디를 갈까 하다가 지도를 보며 걸어다녔다. 아테네의 거리는 낡은 건물들이 많았다. 굳이 초현대적인 큰 건물을 짓기보단 낡았으면 낡은대로 지금까지 살아왔던 건물을 그대로 수용해서 사는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전혀 궁색해보이거나 지저분해보이는건 없었다. 오히려 느낌있고 좋았다. 강렬하고 밝은 햇빛 덕분인지 낡은 건물에서 느껴질 수 있는 우중충함마저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경제력 자체가 조금 뒤떨어지는건 아니었는가 싶기도.

그리고 아테네에서 참 신기했던건 무단횡단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더 당당하게 무단횡단을 하면서 다녔고 지금까지 습관이 들어버려서 큰일이지만;; 어느정도의 매너만 지켜준다면 적절히 허용되는 무단횡단 문화(?)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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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거리를 다니며 구경을 하다가 어느덧 다다른 곳이 커다란 시장쪽이다. 아테네 최대 시장이라고 얼핏 본것같긴 한데, 아테네의 시장은 여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나에게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맞아, 바로 이게 사람사는 느낌이고 사람냄새 나는것이야! 라며 신나서 열심히 돌아다니며 신기하게 구경하였다. 고기시장골목에서 열정적으로 소리치며 장사를 하던 수많은 상인들, 새빨간 고기들, 내장들, 손님들.. 신선한 과일과 수많은 물품들로 채워져있던 시장의 모습.. 여행의 활력을 찾을 수 있었던 곳이다. 여행의 활력이 부족할때면, 그 도시의 시장을 찾아가 보시라. 구경거리도 많고 사람도 많고 그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멋진곳이다. 괜한 신바람과 함께 시장구경을 하며 인파에 휩쓸려 걸었고 모나스트라키 광장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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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스트라키 광장에 도착하니 신따그마 광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훨씬 많은 사람들과 상인들, 가게들 그리고 저멀리 보이는 아크로폴리스까지. 뭔가 더더욱 중심지스러운 느낌이었다. 오오 좋은데+_+ 라며 신나는 것도 잠시, 도저히 주변에 화장실이 없다. 지하철역에 가서 청소하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이쪽엔 화장실이 없다고 한다. 아니.. 이 관광대국에 화장실이 이렇게 없을수가 있는건가? 뭐.. 결국 트러블을 해결하긴 했지만 화장실 찾기가 힘들었던건 참 의외였다.

추웠던 간밤의 날씨와는 달리 강렬한 햇빛을 받으며 아크로 폴리스를 향해 걸었다. 헥헥거리고 땀흘리며 한참을 걸어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했는데, 응? 유료다. 학생할인을 받아서 6유로. 비싸네.. 아무튼 표를 사서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3월 말인데도 이렇게 덥고 힘들에 올라가게 되는데 한여름에 유럽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올라가는지.. 신기하다.

하지만 올라와서 내려다 본 풍경은.. 뭐랄까.. 눈에 내려다보이는 저 도시가 마치 전부 내것 같달까? 문득 영화 300에서 봤던 신전이 생각났다. 신전에 올라가는 길은 매우 가파르고 험해서 머리와 몸을 숙이며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나오던데 이곳도 그런의미에서 이렇게 높은곳에 위치해 있는걸까? 신들은 이곳에서 아테네를 내려다보며 무슨생각을 했을까? 신전 밑은 엄청 더운데 신이 머물던 이곳은 적어도 시원한 바람이 분다. 신들의 특권일까?

이런 풍경, 이런 시원함, 이런 느낌을.. 혼자 전부 느껴야 한다는게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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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 폴리스에서 내려오는 길에 한국인 가족을 만났다. 독일에 사는 가족이라는데 여섯식구가 함께 여행을 나왔다고 한다. 함께다닐 동반자가 있다는건 참 부러운 일이다. 낼모레 산토리니에서 또 만날수 있기를 기약하며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내려오는 길, 골목골목 구경하면서 걷고있는데 왠 그리스인인 듯한 살짝 후줄근해보이는 남자가 옆에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뭐라뭐라 설명해주고 그런다. 나보고 하는소린가 싶어서 멈춰섰다가 다시 갈려니 옆에 따라붙으면서 계속 이것저것 설명해준다. 혹시 나중에 돈달라면 어쩌나.. 이상한 골목으로 가서 나쁜짓하면 어쩌나.. 별별생각 다들면서 무서웠다. 그러던 중 앞에 두갈래길이 있었는데 저 앞에 노부부가 걸어가고 있는 길쪽으로 가려고 방향을 틀었더니 다른쪽 골목으로 가자고 그런다. 허.. 식은땀났다.. 신따그마 광장 숙소쪽으로 갈거라고 했더니 순순히 내쪽 방향으로 따라온다.. 그쪽 방향이 맞다면서.. 후.. 그만 따라왔으면 좋겠는데.. 빠른 걸음과 정신없는 설명때문에 나의 로망 예쁜 골목과 고양이들도 전부 놓치고 말았다. 안되겠다 싶어서 미안하지만 혼자가고 싶다고 했더니 순순히 가준다. 그냥 순수하게 베푼 친절이라면 정말 미안하지만.. 난 무서웠다.

길을 좀 헤매긴 했지만 무사히 신따그마 광장까지 다다랐다. 왜이리 뭔가 서러울까.. 여행초기 향수병일까 아니면 외로움 때문일까.. 겨우겨우 찾은 광장의 한쪽 빈자리에 앉아 눈물을 참으며 사람구경 하고 있었더니 굉장히 향긋한 꽃향기가 날라온다. 바로 뒤 머리위의 꽃나무.. 내 마음을 달래주는 것만 같다. 고맙다.

아테네가 이제겨우 익숙해지는듯 한데, 미코노스로 떠난다. 내일은 비가온다는 예보가 지배적인데.. 부디 비가오지 않기만을 바라고 비가 오더라도 배가 취소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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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14. 19:17
2007, 유럽이야기. 2. [그리스_아테네(Greece_Athens)]

착륙하고 짐찾고 공항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괜찮다.
이른아침의 차가운 공기도 기분이 좋다.

아테네 공항에 도착해서 신따그마 광장까지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타니 비행기에서 옆에 앉아있던 타이완 모녀가 그 버스에 앉아있어 서로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비행기에서는 별 대화 못했는데 버스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여행을 격려해주었다.

시내 중심으로 가는길에 LG 광고판, SAMSUNG 광고판이 눈에 쉽게 들어온다.

버스의 종점쯤 되는 신따그마 광장에 내렸다.
뒤에 앉아있떤 중국인 여성과도 서로의 여행을 격려해주며 인사하고 헤어졌다.

이른 아침, 출근하는 그리스인들 사이로 돌길위에서 시끄러운 바퀴소리와 함께 예약한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낯선길에서 짐을 들고 숙소찾기가 쉬운일이 아니라 걱정을 하며 론리플래닛 지도를 보며 이길저길 다니는데, 한참 다니다가 아무래도 길이 아닌것 같아 길에있던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안경을 꺼내 끼며 이래저래 보시더니 옆에 있던사람들과 같이 토론을 하며 펜으로 지도에 표시해주곤 길을 알려주었다.
친절한 그리스인들. :) 시작부터 사람들에 대한 느낌이 참 좋다.

이래저래 헤매다가 비교적 빨리 숙소를 찾았다.
첫 숙소지를 일부러 한인민박으로 잡았기에 반가운 마음에 숙소의 벨을 눌렀더니 현관문이 열린다.
문을열고 들어갔더니 컴컴하고 계단이 있고 고장난듯한 엘리베이터 그리고 여러 문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은 없다.
아니.. 뭘.. 어쩌라는거지..-_- 숙소가 몇층인데? 짐들고 계단을 올라가야 되는거야? 몇층인줄 알고 들고올라가? 1층이면 어떡해? 아 뭐야.. 누가 나오길 기다려야 되는거야? 뭐 어떻게 하라고 말좀 해줘.. -_-
슬슬.. 숙소에대한 실망.. 거기서 10분쯤을 기다리며 헤매다가 그냥 무작정 짐을들고 계단위로 올라갔다.
2층 쯤되니 사람기척이 들리긴 하는데 문이 원췌 많아서 이거원 어쩌라는거야..-_- 어영부영 있다보니 문이 왠 남자 한분이 자다 일어난듯 문을 열어준다.

일단 방에들어가서 맘에드는 침대 골라서 짐을 놨는데.. 근데 내가 누군지는 알고 받은거야? -_-
8명쯤 쓰는 도미토리에 사람은 아무도 없고 오직 나 혼자뿐.
아까 그 남자분이 문을 노크하길래 나갔는데, 숙박비 이야기를 한다. 그럼그렇지.. 내가 누군지 확인도 안하더니.

"한국에서 입금하고 왔거든요 -_-?"
자기가 주인이 아니고 사장님이 다른데에 있어서 나중에 확인을 해보겠다고 한다..
뭐야.. 시스템 왜이래..-_-

호스텔만 다녀봤던 나인지라 한인민박은 처음이고 해서 뭐라 더 말을 못하겠지만.. 한인민박은 다 이런가?
에효.. 모르겠다.. 일단 피곤해 죽겠으니.. 대략 그렇게 체크인하고 방에 들어왔다. 넓은방 혼자쓰려니 뭔가 어색하다.  1인실도 아니고 이 넓은 도미토리를..(나중에서 드는 생각이지만.. 혼자서 쓰는게 얼마나 편한데..-_-;; 암튼..) 여행 처음이라 일부러 다른사람좀 만나려고 한인민박 잡았는데 남자방에도 아무도 없고..
이 숙소 통틀어서 투숙객이 나 혼자뿐이다.
뭐 이래..ㅠㅠ

잠이 쏟아지는데.. 그냥 자버리기엔 바깥의 햇빛가득한 날씨가 좀 아깝다. 그래도. 너무너무 피곤하다..ㅠㅠ

그렇게 4시간쯤 자고 일어나서 가까운 주변에 나가보았는데,
(숙소가 신따그마 광장이랑 가까워서 주변에 돌아보기는 좋았다)
여행 시작이고 낯선곳이라 굉장히 위축되어 버려서 제대로 돌아보지도 못하고 숙소에 금방 들어와버렸다.

숙소에서 인터넷도 하고 가족들과 친구들한테 보낼 엽서도 썼다. 인터넷 펑펑쓸수 있는건 참 좋은듯..

아직 이른 밤시간인데, 시차 때문인지 엄청나게 졸리다.
한인민박은.. 내가 생각하던 이미지랑 너무 다르다. 싼가격도 아닌데.. 주인은 없고 남자 한명이 문밖에 왔다갔다 하는데 영 불편하다. 투숙객이 더 있는것도 아니고 나 혼잔데.. 화장실도 하나뿐이고 아까 그사람도 같이 쓰는듯.. 화장실 휴지통도 그사람이 비우는것 같고.. 에휴.. 숙소가 너무 불편하다. 관리인이 여자라면 신경이 안쓰일텐데.. 아 놔.. 투숙객 누구 하나 들어올사람 없나..ㅠㅠ 게다가 마법에도 걸릴 조짐이 보인다. 날씨도 생각보다 춥고.. 그렇게 뒤척이다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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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14. 17:13
2007, 유럽이야기. 1. [출발_그리스에 가자.]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너무 오랜기간 준비했던 탓일까, 출국의 순간은 영영 안올줄 알았는데 완전 심하게 긴장된다. 일을 너무 크게 벌인것 같기도 하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게 걱정을 하면서 공항엘 가고있었는데, 가뜩이나 잔뜩 흐리고 비내리던 날씨.. 갑자기 우박이 떨어진다.
응?? 우..우박?? -_-
(정말입니다. 2007년 3월 28일 우박 관련글을 찾아보시면 아실거에요.)
정말 얼음덩어리가 하늘에서 마구 떨어지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우박이라 신기한 것까진 좋은데 그게 왜 하필 오늘인건데? 어? 왜 오늘이어야 하는건데?? -_-^ 여행 처음부터 이래야 하는거야? -_-

우박때문에 비행기 안뜨면 어쩌나, 비행기 안뜨면 숙소 예약된거 전부다 미뤄야하는데.. 그걸 어떻게 전부다 하나.. 비행기 날짜를 조정해야하나.. 저가항공은 날짜변경도 못하는데.. 이를 어쩌지.. 시작부터 왜이런거야.. 이러면서 마음졸이면서 가고있는데..
뒤에 앉은 여자두명 뫌,
 "오오 우박이다 오예~ 비행기 안떴으면 좋겠다~~!!" x 20

...
장난해? -_-...
가는 내내 저렇게 말을 하는데 정말 한대 쥐어박고 싶었다.

후.. 정말 맘졸이면서 공항엘 가고있는데 다행히 인천에 가까워오면서 우박은 내리지 않았다.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한 탓에, 체크인 카운터 열리길 기다렸다가 5등쯤(;)으로 체크인했다. (1등으로 하고싶었는데..- _-)

시간이 많이 남아서 공항 인터넷 라운지에서 인터넷을 하면서 대충 시간을 보내다가 비행기에 올랐다.
타이페이 경유 방콕행 타이항공.. 타이페이까지 2시간정도밖에 안되는줄 알았으면 창가자리에 앉을껄 후회중이다. 난 당당히 요청해서 배정받은 복도자리(;).. 마침 창가자리가 남아있길래 앉으려고 기회엿보고 있었는데 다른 외국인한테 자리를 뺏겼다.-_ - Shit.

땅에선 바람불고 우박까지 떨어지더니, 얼핏 보이는 창밖의 구름위 모습들은 강한 햇빛이 쏟아지고 있다. 부디 아테네는 날씨가 좋길.. 이번 여행 내내 날씨가 좋길..(몇 년전, 비에 쩔어서 다니던 여행기억이 새록새록..-_-)

긴장속에 시작한 비행, 첫 기내서비스 음료서비스가 다가왔다. 종류가 뭐가있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종류를 뭐라고 해야하는지 조차 기억이 안났다. 결국 머릿속으론 Water를 입으로는 Beer를 외치고말았다.  후. -_- 시작부터 빈속에 술이라니..좋은데? -_-b 알딸딸하게 긴장풀고 일기를 쓰면서 나는 타이페이로 향해갔다. 지난번 여행의 아쉬움들을 이번엔 어떻게 만회하고 채워야 할지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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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기내식을 먹으면서 알딸딸한 기운을 내보냈다. 닭고기 덮밥종류였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몇년 전 탔던 에어프랑스의 기내식을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정말정말 맛있는 기내식이랄까. :)

2시간여의 비행끝에 타이페이 공항에 내려 Transit 표지를 받고 대기중이다. 한국을 떠난지 2시간밖에 안됬다는게 믿겨지지 않을만큼 피곤에 쩔어있다. 지금 이 컨디션 정도라면 아테네에 도착했어야 하는건데.. 기절하지 않고 아테네에 도착할수 있을까? 의문이 안들 수 없었다..(정말로.)

1시간정도의 대기 후 다시 비행기에 올라 내가 앉았던 같은자리에 앉았다. 다시 시작된 비행.. 한번 더 기내식.. 3시간정도의 비행.. 그리고 방콕공항에 도착했다. 밤 12시 방콕에 떨어져서 추울것 같아서 옷을 껴입고 있었는데 이게 왠걸.. 왜이리 더워? 습하고 더운 완전 여름날씨..ㅡㅡ;; 태국이.. 더운나라인걸 완전 까먹었음..

Transfer하기까지 시간은 한시간여 남았는데.. 갈아탈 게이트가.. 걸어도 걸어도.. 나오지 않고 온통 면세점 뿐이다. 직원인듯 한 사람에게 영어로 대충 물어봤더니 영어를 못하는건지 어버버 하다가 면세점 상점쪽으로 안내하면서 쇼핑을 하란다. 장난해?-_- 아 씨.. 땀뻘뻘 흘려가며 다리가 부러져라 열심히 걷는데도.. 게이트는 아직 멀은걸까.. 정말 너무 멀어..ㅠㅠ 30분넘게 뛰다시피 걸어서 겨우겨우 갈아 탈 게이트에 도착했다. Transfer하는 게이트를 어쩜 이렇게 배려없이 먼곳에다가 해놓은건지.. 비행기 놓치지 않아 다행이라며 혼자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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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안도함도 잠시.. 초췌하게 피곤에 쩔어 땀범벅된 내모습.. 갈아타는 사람은 나뿐인걸까.. 다들 바캉스라도 하다가 집에 돌아가는건지.. 여유로운 반바지에 반팔차림.. 난..가디건까지 따뜻하게 챙겨입은 차림.. 청바지 안에 쫄바지도 입었다고 차마 말할수 없어.. 힐끔힐끔 집중되는 시선들..-_-;; 알아요.. 내가봐도 내모습이 웃길것 같다구..-_ㅜ

새롭게 보딩하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정말 극도로 피곤한 몸, 집에서 이불덮고 푹 잠이나 자고싶다. 집에서 평소에 자던 늦잠이 얼마나 소중한건지.. 절실히 깨닫게되는 시점이었다. 누워서 이불덮고 잔다는게 얼마나 행복한건지 다들 알아야한다. 후.. 이제 아테네까지 대략 10시간을 가야하는데.. 이대로 잠을 안잔다면 난 죽을지도 모를것 같았다. 짧은 비행은 복도석, 긴 비행은 창가석으로 배정받은 이상한 상황이지만 차라리 잘됐다. 이불덮고 도착할때까지 죽은듯이 잠만자야지.

정말, 방콕에서 출발하자마자 골아떨어져서 기내식도 안먹고 계속잤다. 그치만 푹 잔건 아니고 계속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도착하기 1시간쯤 남은시점 아침기내식을 기다리고 있다. 아침기내식으로 오믈렛이랑 크로와상이 나왔는데 칫솔을 못챙겨서 24시간여를 양치도 못하고 계속 있었더니 안그래도 이가 아팠는데 크로와상을 한입 뜯어먹으려다가 이가 빠질것만 같은 공포를 느꼈다.-_- 양치하고싶다..

한번의 Transit, 한번의 Transfer.. 비행시간만 약 15시간, 인천공항 이륙부터 아테네 착륙까지는 약 20시간.. 정말 심하게 피곤하다. 짧은시간 내에 총 3번의 이착륙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비행기타는걸 좋아하고 이륙과 착륙의 짜릿함을 좋아했던 나이지만 슬슬 이제 이륙을 하건 착륙을 하건 무덤덤하다.

아테네 시각으로 7시가 넘었는데도 해가 안뜨네.. 시계를 잘못맞춘걸까. 7시 5분 도착인데.. 20분이 되도록 도착은 커녕 계속 고공비행중이다. 비행정보가 모니터에 좀 뜨면 좋겠는데 계속 영화만 나오니 답답하다. 밖은 여전히 칠흙같은 어둠뿐이고.. 아놔.. 지금 몇시인거야..ㅠㅠ 몇시야..ㅠㅠ

한참을 간 뒤 창밖으로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행기 뒤쪽으로 해가 뜨려는 것 같기도 하고.
착륙을 앞두고 타이를 상징하는 듯한 꽃을 나눠준다. 타이항공.. 태국의 국가이미지 향상에 제대로 한몫하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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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말, 그리스에 온걸까?



다음편 : 2007, 유럽이야기. 2. [그리스_아테네(Greece_Ath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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