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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여행'에 해당되는 글 57건
2014. 4. 29. 13:32

 

까미노 여행을 마친 후 처음으로 순례자에서 여행자로 돌아가는 시점이 이 때였다. 포르투갈의 예쁜 항구도시 포르투. 사진에 보이다시피 이미 습관화 되었던 비닐봉다리 사랑과 방만해진 자세를 갖추었지만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아름답게 정화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미소를 보이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늘 따뜻한 포옹과 좋은말들을 건네는, 아주 영롱한(...) 상태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비닐봉다리 하나라도 소중하게 들고다니며 가방으로 쓰는 사람들은 순례자 외엔 거지와 집시들 뿐이었고... 시간이 좀 흐르고 현실감각이 돌아온 후에서야 비닐봉다리가 부끄럽게 느껴지기 시작했었다..)

 

포르투에서 머무는 숙소에선 매일같이 한국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저 때 같은방에서 만나게 된 한 한국남자아이와는 인연이 계속되어 한국에 있을때 종종 만나고 안부도 물으며 지내고 있다. 포르투 하면 생각나는건 무엇보다도 매일같이 마시던 포트와인. 와이너리 투어까진 아니더라도 직접 만드는곳에 가서 시음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껏 마셔봤던 와인중에 정말 최고 최고 최고 맛있었다. 그 날 이후 매일같이 마트에가서 저렴한 포트와인과 치즈를 사다가 니나노를 외치며 즐겼더랬다. (하지만 이후 한국에 와서 사마신 포트와인들은.. 아.. 그맛이 아니야....)

 

그렇게 한참 즐겁던 어느날, 슬프게도 숙소 내 개미군단의 출현으로 여기저기 물리고 가려움증에 시달리다가 결국 비오킬을 구입, 사방에 뿌리며 사투했다. 까미노 걸을때 배드벅으로부터 심하게 어택당한 이후 '벌레' 그리고 '가려움증'에 대해선 거의 노이로제가 걸리다시피 했었다. (배드벅 상처가 다 아물고 흉터가 사라지기 까지는 거의 3년여가 걸린것 같다. 최근에서야 흉터가 안보이기 시작했음.)

 

그치만 이건 어디까지나 숙소가 가졌던 일부의 문제였고, 일주일여 머물면서 내가 느꼈던 포르투는 그냥 모든게 좋았다. 햇살도 좋고 바닷바람도 좋고 골목도 예쁘고 음식도 맛있고 모든게 좋았던 포르투. 그치만 사람에 따라 다를수 있는게... 길가다가 이유없이 얻어맞았다 하는 사람도 있으니, 치안에 대해서는 보장할수가 없다. 그.렇.지.만. 골목도, 건물도, 음식도 낡은듯 색이 바랜듯 포르투만의 그 어둑한 느낌이 난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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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16. 00:00



사흘간의 홍콩,

길거리는 복잡하고 정신없으며
골목은 조금 무섭고
음식도 왠일인지 영 입에 맞지 않지만

그래도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곳.
럭셔리함과 도시 전반적으로 남아있는 오래된 때와 낡음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곳.
행인들의 국적이 놀랍도록 다양한 곳.
길을 잃는게 무서우면서도 설레는 곳.

안녕 홍콩,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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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3. 24. 23:45

하나만 더해볼까.

 

 

.누구한명 다녀왔다는 정보도 전무한 빌바오락페를 가겠다고 덜컥 표를사고 일행을 구하기 시작했었다.

.한국여자로만 구성된 그룹이 만들어졌고 낯선도시에서 처음 조우했었다. 덜컥 같이가자고 모집을 해놓고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았지만 락페를 즐기기에는 흠잡을데 없는 조합이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개개인이 모두 훌륭하고 예쁜 친구들이라 이만한 인연이 생겼음에 참 아직도 감사해하고 있다.

.산페르민에서 거지꼴이되어 빌바오에 입성했었다. 첫날만 다른숙소에서 있었는데, 도미토리 같은방에 있는 남자애들 대부분이 내일 나와같은 락페를 갈 아이들이었는데, 역시 난 그냥 동양인 쭈구리, 자기들끼리 노는 분위기.

.뭣도모르고 일단 가보자 하면서 약속장소로 예약했던 숙소로 다음날 이동했는데, 위치상 락페를 즐기기에 기가막힐정도로 베스트초이스였다. 하늘이 도왔던것 같다.

.빌바오락페를 검색하면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가 썼던 모집글이 고스란히 있으며 정보를 찾으려는 사람들 눈에는 우리가 다녀왔던 사진과 정보가 대부분인듯 하다. 그렇다. 우린 선구자였다.

.콜드플레이를 보러 간거였지만 생각보다 감동은 적었고 다른 좋은 팀들을 많이 보고왔음에 즐거움게이지는 충족만땅.

.락페 방문객을 통틀어봐도 동양인끼리 온 조합이 전무했을 터, 방송국 인터뷰를 당했는데 왜왔냐는 물음에도 횡설수설 내가 뭔소리를 했었는지 모르겠다. 영문과학생도 있고 스페인어 유창한 유학생들도 있었는데 왜 하필 나한테 굳이 물어봤는지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화끈.(근데 인터뷰영상은 아무리 뒤져봐도 흔적도 없다. 헛소리해서 버렸는가보다)

.맛있는것도 많고 행사도 많고 공연도 좋았고 전반적으로 즐거웁고 즐거웠다.

.포르투에서 만났던 남자아이가 미국인 친구와 함께 빌바오로 입성했거 무턱대고 나를 찾아왔다. 락페도 보고 누나도 보겠다며. 어이쿠. 후에 숙소문제로 헤어지고 락페에서 만났는데, 이미 술취해서 헤롱헤롱, 맥주를 몇리터를 마신건지 화장실가느라 바쁘고, 나눠준 콘돔을 풍선부는 사진은 아직도 내 외장하드에 들어있으며, 결국 만취한 이친구들은 어느샌가 사라져 숙소로 돌아갔다. (그래 이왕 노는거 그렇게 정줄놓고 놀아야지...)

.낮에는 별탈없더니 밤이되면서 마리화나냄새 솔솔 풍겨오고 치근덕대는 주정뱅이들도 많아졌다.

.케미컬 브라더스 공연할때는 마리화나가 절정에 이르러서 야외임에도 마리화나 소굴이 되었다. 가루마약도 목격했고, 주변에서 동양여자애라 골려먹을 심산이었는지 발 밟고, 콜라 쏟고, 춤추던 남자에게 팔꿈치로 턱 가격당하고 마무리가 영 구리구리 했었다.

.동양인 여자애를 처음본건지 만만한건지 키스하고싶다고 조르며 쫓아오는 남자도 있더라.(아 나한테는 말고)

.그래도 용케 삼일을 모두 즐겼고 아직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날들이 되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soso였고, 빌바오 내에는 뭐가 다른게 있는지 안봐서 잘 모르겠다. 조금 무겁고 어둑어둑 조용한 공업도시의 느낌이었던듯.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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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3. 24. 23:09

 

.2011. 산페르민 시작하던날, 정말 빡셌지만 그만큼 여행을 기억하다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 중 하나가 되었다. 그냥 미친척 미친사람처럼 반쯤 미치게 노는 경험을 언제 해봤던가.

.일본인 친구 타쿠미를 만났다.(제일 큰 수확)

.펜스위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는데 방송국에서 나를 밀착촬영해갔다. 영상이나 사진에 대한 행방은 묘연함.

.12시 행사시작과 동시에 압사로인한 죽음의 문턱을 경험함.(락페는 아무것도 아님)

.샹그리아와 깔리무초로 아침을 열었던 덕에 화장실찾느라 동동거리는데, 화장실 어딨냐고 묻는 내게 한 아저씨는 손을 모아서 보여주며 여기에 볼일을 보란다. 개새끼.

.화장실 앞에 줄을서서 기다리는데 한 무리에있던 아저씨가 내게 오더니 춤을 추자며 손을 마주잡고 이리저리 돌림. 내 크로스백을 치우고 몸을 밀착하려해서 거부함. 시발. 화장실에 들어가려니 같이가자며 따라들어오려한다. 개새끼 꺼지라고.

.혼자 헤매고 있던중에 한 남자가 이래저래 말을 걸더니 아파트키를 보여주며 자기집에 가자고 했다. 꺼져.

.머리부터 발끝까지 샹그리아로 범벅되서 찌든내가 가시지 않았음에도 그게 신났어서 그날 입었던 얼룩덜룩 나시는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피로에 찌든 친구와 공원에서 담요덮고 음악들으며 사람구경 하고있는데, 모여있는 그룹마다 흑형에게 마리화나를 사서 뭉게뭉게 피우며 놀고있었다. 걔들은 우리더러 너네 안놀고 뭐하냐고.

.그날 사마신 비싼 깔리무초가 제일 맛있었다.

.스페인을 여행하다보면 욕이 늘수밖에 없다. 사과드리는 바 이지만 욕 말고는 표현할 방법을 모르겠다.

.뜬금없는 여행기억기록 끝.

.어쩌면 다음에 종종 또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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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7. 1. 15:44

 

여행을 다녀온지 거의 1년이 되어간다. 무거운 삶을 정돈하고 가볍게 하고자 가졌던 시간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 좋은기억들 누적하여 돌아왔지만 그곳에서 가지고있었던 고민의 무게는 조금도 덜해지지 않았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오히려 더해진것 같다는 기분은 왜일까. 

 

여행의 기억을 묻어두고 현실에 집중하며 마음이 부르는대로 마음이 시키는대로 흐름타고 흘러흘러 지금이 되었지만 행복하다, 라는 느낌은 사실 없다. 무덤덤함 혹은 무감각해진 느낌에 점점 어두운 구석으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있는 내 자신을 보곤 채찍질하며 어둠의 통로를 봉쇄하고 끌어내느라 바쁜 일상인것 같다. 그렇다고 그렇게 모든것이 절망적인것 만은 아니고 그리 절망할 것도 아니다. 그저 욕심을 버리면 되는것인데 역시나 그게 쉽지 않다.

 

마음의 공허함을 무엇으로 채우려하지말고 그냥 모조리 다 비우는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운다, 라는건 어떻게 하는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모든것을 '내려놓는다'정도의 느낌은 알겠는데, 집착도 버리고 욕심도 버리고 많은것들을 내려놓고 한걸음 물러서있기는 한데 이게 좋아지는 길인지에 대해선 아직 확신이 없지만 적어도 통증은 없으니까 맞는가보다, 하고있다.

 

이미 뒤죽박죽 그리고 정돈됨을 잃어버린 여행의 기억들을 다시금 기록해야겠다라는 계기가 생겨서 여행사진을 다시 열어보았다. 벌써 아득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다행인건 사진속 순간순간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여행기록장을 열어보지 않았음에도 기억이 난다. 아마 순서도 기억도 엉망진창이 되겠지만 그래도 가끔씩이라도 하나씩 풀어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광객으로 가득했던 앙코르 왓, 관광객의 발길이 그나마 적었던 해자. 그 물결이 주는 평온함을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왕의 목욕탕에서 가방이고 자전거고 내던지고 물에풍덩 뛰어들어 물장난, 진흙싸움을 하던 아이들을 바라보며 도대체 즐거움과 행복함의 기준이 무엇인지. 왜 우리는 그리고 나는 이렇게 마음이 늘 무거워야만 하는건지 한참을 고민하며 앉아있었다. 관광객 앞에선 1달러를 외치며 물건을 팔던 아이들이 저렇게 해맑게 자유롭게 물놀이를 하는 모습이 한켠으로는 속상하기도 짠하기도 했고. 어쩌면 그들은 내가 이런마음을 가진것에 대해 동정심을 가진다며 화를 낼지도 모를일이다. 

 

우산을 쓰고 빗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를 새기며 해자주위를 한바퀴 거닐다가 만났던 할아버지. 어쩌다 눈이 마주쳤고 양손을 모으며 "쑤어 쓰데이"라며 인사를 건네드리니 조금 긴장했던 할아버지의 얼굴에 난생 처음봤다 생각이 들만큼의 환하고 순수한 미소로 화답해주신다. 뭉클하고 울컥해지는 마음으로 서로 환한 미소를 주고받으며, 그렇게 지나쳤다. 이미 수많은 대화를 나눈것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반갑다는 느낌을 미소 하나만으로 주고받았고 마음이 따스해졌다. 이렇게 사람들은 스치듯 위로를 건네주곤 했다. 사실 할아버지와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해보고 싶었던것들이 많았다. 할아버지는 내가 가진 쓸데없는 고민들을 스르르륵 눈녹듯이 녹여줄수 있을것같단 혼자만의 착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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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같았던 북경공항, 이륙하는 순간 속으로 만세를 외치며 탈출을 기뻐했다. 이륙의 순간은 언제나 눈물겹고 설레인다. 출입을 거절당했던 북경공항 출국 게이트에 내가 수령받기로 되어있었던 보딩카드 두장이 전달되어있는걸 보고 거품물었던건 이미 잊은지 오래, 텅텅빈 비행기에서 누워 자며 비엔나로 향해 날았다.

황량한 흙으로 덮여있었던 중국의 모습과는 달리 푸른 나무와 잔디가 아름답게 덮여있는 녹색땅을 보며 착륙했다. 아 드디어 유럽이구나, 이땅을 밟는게 얼마만인지. 다시 올수 있을거라 생각도 못했었는데, 코끝이 찡해왔다. 피곤에 쩔어 정신이 몽롱했으나 기쁨과 설레임으로 4시간쯤 비는 대기시간을 채우려 공항라운지에 갔는데, 어라 또 거절당했다. 이번여행의 컨셉은 '거절당함'이라도 되는걸까, 왜 한결같이 다들 나를 거절하는걸까. 흑. 도무지 이해가 안되서 한 열번쯤 되묻고 열번쯤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으나 영어가 안들리는건지 영어가 아니라 독일어로 말을 하는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해가 불가하여 결국 포기하고 식당에 앉아 맥주한잔을 시켰다. 배가 고픈데 사방엔 비싼 빵들 뿐이다. 파란눈의 외국인들 사이에 검은머리를 하고 혼자 앉아있으려니 괜히 위축도 된다. 설농탕에 밥한그릇 말아서 뚝딱뚝딱 먹고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도 맥주는 역시, 맛있다.
빈속이라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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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6. 23:05


북경공항에 도착했고 뭐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안나는 환승수속 밟고 엄청나게 커다란 북경공항에 덩그러니 서있었다. 밀려오는 황망함.. 오스트리아를 거쳐 바르샤바로 들어갈 비행기를 타기까진 16시간이 남아있었고, 미리 발급받아온 카드로 24시간 오픈하는 공항라운지를 이용할 셈이었던지라 아무준비도없이 그곳에 떨어졌다. 나름의 전략이 있었지만 영어도 중국어도 이렇다할 고객 서비스도 통하지않는 북경공항에서 결국 라운지 이용도 못하고, 북경시내를 나가지도 못하고, 오스트리아 항공 사무실에 빌고 빌어 발급받은 보딩패스조차 출국심사장에서 거절당하고, 답답함과 열받음이 머리끝까지 뻗쳐 출국 하루만에 엉엉 울어버리고는 구석 카페테리아 의자에서 쭈그려 잠을 청했다.

난생처음 밟은 중국땅이 고작 그 작은 공항뿐이었지만, 사람도 시설도 서비스도 아무것도 기억하고 싶지않을만큼 최악인 시간이었다. 노숙할 의자조차 적은 그 불친절한 공간에서 결국 16시간을 보냈다. 절대 그럴일 없을거라 생각하며 철저히 준비했었는데 첫날부터 공항 노숙이라니, 이래서 여행전에 아무리 머리를 싸매봤자 소용이 없는 것이거늘. 그래도 괜찮다 느꼈다. 그냥 계획이 어긋난 것일뿐 문제가 일어난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아침이 밝아오면 1등으로 공항 카운터로 달려가 싸워야겠단 생각은 그래도 일단 버리지 않고 남겨두었다.(하지만 서비스마인드 제로인 북경공항에서 싸움은 커녕 사과조차 받을수 없단걸 이때까지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소용없다. 너그러워져야한다. 그래야 편해진다.)

그 와중에 예쁘다고 느꼈던건 북경공항 천장에 달린 불빛들.. 유리창 너머로 반사된 그 전구들은 얼핏보면 별빛같았고 우주공간 같았다. 눈부시도록 쏟아질듯 별이 가득찬 그런 밤하늘.. 공항천장이 위잉 열리며 예쁜 밤하늘을 보여주는 상상을 해보며, 주변에 함께 잠들어있는 여행객들에 위안을 받으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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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이고 11.5kg 배낭과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익숙치 않은 배낭에 휘청대는 나 대신 셀파노릇을 해주며 배웅해주는 그를 뒤로하고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채 공항라운지 소파에 앉아 떨고있었다. 해외여행은 벌써 여러번 경험이 있지만 긴장감이 몰려왔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긴장감이다. 너무 긴장해서 울것만 같다. 여행초반 불안장애 고질병이 벌써 돋으려는걸까.

잘 다니던(이라고 쓰고 사실 혼이 빠져나갈 정도로 힘들게 다니던이라고 읽는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나 자신을 찾아오겠다며 멋지게 사표를 냈고 사람들은 부럽다, 멋있다 라며 격려해주었다. 근데 멋있어 보이고 괜찮아 보이지만 정작 내면에는 얼마나 큰 용기와 두려움을 가지고 발걸음을 딛는건지 그들은 알까. 사실, 꾹꾹 눌러참으며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그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치만 난, 내 삶에 내가 없는 현실을 뒤엎고 잃어버린 나를 찾아오고 싶었다. 비행기를 타고 나간 어디쯔음 잃어버린 내 자신이 있을거라 장담할수도, 믿을수도 없는걸 뻔히 알지만 나는 떠나야만 했다.

그래서 떠났다.

내 인생에서 이런 배낭여행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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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frances 걷기가 끝났고, 산티아고를 떠나왔다. 함께걷던 사람들과 눈물의 포옹을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며 아쉬움속에 헤어졌고, 종점에서 만나지못한 수많은 그 사람들을 궁금해하고 걱정하며 무겁게 발걸음을 돌렸다. 산티아고 걷기여행이라는게 어떤이에겐 무척 생소하고 어떤이에겐 다들가는 흔한 여행지처럼 느껴지기도하고 어떤이에겐 신을 가까이 만나기위한 길로 인식되기도한다. 사실 걷는내내 사람들의 다양한 걷기형태와 태도들을 보며 까미노길 걷기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의문이 들었고 아직 명쾌하게 답을 얻진 못했지만, 누군가 이 길을 걸으러 가겠다고 한다면 마음속에 무거운 돌을하나 매달고 무겁고 경건하게 한발한발 내딛는 시간을 가지라고 해주고싶다. 그리고 이왕이면 꾸준히 휴식하는날없이 풀코스로, 서두르지말고 길을 음미하며 그렇게.
..

많은것들을 얻고 느끼고 깨닫고 버리는 시간들이었고 이렇다하게 설명하기 어려운것들이 많지만 분명히 느껴지는건 삶의 결이 혹은 각도가 1도정도, 아주 조금이지만 변화했다는 것.

그 안에서 가능했던 내면의 변화와 정리된 생각들을 잊고싶지않아서인지 길이 끝난지 5일째지만 선뜻 다시 일반여행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아직도 걷던 그 순간들이 아련한 꿈처럼 느껴진다.

시간이지나면 발의통증도, 베드벅에 물린 상처들도, 귀에생긴 햇빛화상도 조금씩 사라지겠지만 그 길에서 얻었던 것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길은 계속되고 삶도 계속될 것이다. 시간이 계속 흐르듯이.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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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거 필요없는걸 알면서도 늘 만들고있는 난, 여행루트 집착증이 분명하다.
(사실 루트집착은 결국 비용때문이란걸 요즘 깨닫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한가지,
아마 다음에 여행을 한다면 유럽은 못가지 싶다.
준비하면서부터 비싼 물가를 체감하고 있다. 손이떨린다. ㄷㄷㄷ..
그리고 사실 유럽은 여행자 보단 관광객의 느낌이 더 진한곳인것 같아서 불편함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걸 좀더 일찍 깨달았다면 동남아 기간을 더 늘렸을텐데,
이미 비행스케쥴가지고 여러번 씨름했기에, 그냥 go.
또 기회가 올거야.
지금 유럽이 벌써 세번째인 것처럼.
많이 남겨둬야 다음에 또 가지.. 한번에 다보면 체한다.

전보단 여행에 능숙해졌음을 느끼지만, 여전히 어설프다.
게다가 디지털 사회에 접어든 뒤로 전자기기없이 여행다니는게 어색할 정도가 된걸 보니,
여행자의 편리함을 어느정도까지 수용할런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든다.

아무튼.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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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 20:15


이 여행, 특별히 목적은 없었지만 무언가 명료해지길 바라던건 있었다. 난 이여행을 통해 무엇을 맺고 끊었던가. 더위에 지쳐 아무것도.. 뭔가 정리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시간들이었지만 그래도 한가지를 끊었고, 한가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유일하게 여행을 독려해준 사람에게 엽서도 보낼수 있었고. 그정도 만으로도 내겐 중요한 여행으로 남게 될거라 믿어본다. 하지만 이번 여행이 무언가 큰 전환점이 된다던지, 심적으로 부족한 무언가를 채워주는 등의 작용은 하지 못했다. 5일의 여행으로 풀기엔 역시나 무리였을지도.

너무도 아쉽게 흘러간 이번 여행, 3년만의 비행, 난 거의 아무것도 버리지 못한 채 돌아가게 되었다. 애초에 버릴게 없었던게 맞는거라면 좋겠단 생각마저 든다.

앉아서 나를 한국으로 데려다 줄 비행기를 기다리며 비행기들의 이착륙을 보았다. 이륙의 순간은 어김없이 눈물이 날것같은 뭉클함과 애틋함같은게 밀려온다. 언제나, 꾸준하게 그리워하던 그 이륙의 순간이라서 그런걸까. 노리플라이의 애잔한 노래 한음 한음, 가사 한구절 한구절이 마음을 쓰다듬어주는것 같다. 별로 변한 것 없는 일상이겠지만 아마 내가 모르는 사이 내면 어딘가는 조금 달라져있겠지. 그리고 그렇게 흘러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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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 19:32


일본에 있으면서 더위때문에 숙소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덕분에 TV보는 시간도 많았다. 화면속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처음엔 별생각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웃는 얼굴 뒤에 가지고 있는 진심에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화면 속 뿐만 아니라 길거리를 걷고 마트에 가고 가게에 가면서 접하게되는 그들의 웃는얼굴과 모습들에도 조금씩 신물이 났다. 별것 아닌것에도 대단한 반응을 보여주며 치켜세워주는 모습, 인공적이란 느낌이 들정도로 시종일관 과하게 미소짓는 사람들, 게스트가 아닌 이상한 가드같은 느낌으로 진행자 옆에 최홍만을 세워두고 광대같은 노릇을 하며 웃는 모습들, 음식을 먹는 내내 주변에서 시끄럽고 무례하게 지나다니다가 계산할땐 언제 그랬냐는 듯 180도 바뀐 웃는얼굴로 돌변하는 그들을 보면서, 처음엔 친절이 몸에 벤 대단한 민족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내가 그곳을 떠날때 쯤엔 그런 친절에 거부감이 들었고 최홍만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서는 겉과 속이 다른 모습들에 조금 역겹다 라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아마 일본인이거나, 일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표현을 본다면 매우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겠고 물론 나도 5일의 오사카 여행으로 결론내릴 수 있는게 아니라는걸 알지만 대부분의(전부다 그런게 아니다) 그들이 내게 준건 그냥 단순히 우러나는 친절이 아닌 '불편한 과잉친절'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그런 느낌에 나도 조금 당황스러웠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그랬던건 아니라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조금더 바라보고 고민해봐야 할 사항인것 같다. 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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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 19:06

자유와 감성이 섞인듯한 분위기를 가진 젊은 청년이 책을보며 앉아있었던, 빈티지 물품판매와 더불어 테이크아웃 커피를 판매하던 곳. 아이스 라떼를 주문하고 사진찍는걸 허락받아 가게의 모습을 조금 담았다. 사실 이런 느낌에 너무 목말라 있던 터라 되도않는 일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가게가 너무 예쁘다, 엊그제 지나가다 보고 오늘 다시 온거라며 말했더니 조금 놀란 얼굴이지만 좋아하며 이것저것 물어봐온다. 일어로 무언갈 물어보는데 못알아듣자 귀엽게 인상을 찌푸리며 고민하더니 영어로 물어봐온다. 어디서 왔냐고. 일어, 영어, 손짓, 표정들이 섞여서 참 어렵게 이어졌던 짧은 대화지였만 덕분에 메말랐던 여행감성을 충전할 수 있었고 더불어 역시나 일어와 영어능력에 큰 한계를 느낄수 밖에 없었다. 아마 대화만 잘 되었으면 이것저것 더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을텐데.

일본에 그리고 오사카에도 좋은 카페가 많다고 들었었고 이런저런 찾아가볼 만한 곳들도 좀 알고 있었긴 했지만 체인점이나 유명 커피점에서 받는 정없는 친절같은것 보단 이런 진짜 배려를 받을수 있는 작은곳이 더 좋았다. 더위에 찌든 여행속 유일하게 발견한 골목안의 소박함, 그리고 커피도 맛있었다.

오사카에 다시 가게된다면, 한번 더 들르고싶은 그런곳. 다시 그곳에 간다면 그 청년이 날 기억하고 있을까나. 그치만 아마 다시 간다면 가게이름도 모르고 위치도 정확이 모르니 다시 찾지 못할것만 같다. 그래서 더 매력있에 느껴지는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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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 18:27


숙소에서 샤방하고 멀쩡한 정신으로 출발했지만 더위에 반쯤 정신을 잃었을 때 오사카 성에 오를 수 있었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유독 지친모습으로 계단에 널부러져 앉아서야 정신을 차렸고 사람들을 구경하며 앉아있었다. 바람이 좀 시원하게 불어왔으면 하는 바램따윈 결국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햇빛하나만 피해도 이렇게 살만하구나를 온몸으로 느낄수 있었달까. 그렇게 숨을 몰아쉬고 온몸을 돌계단에 의지한채 사람들을 구경하며 한참을 앉아있었다.

더위를 피해 나무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여럿이 모여 신나게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 나처럼 앉아서 쉬며 더위를 이기는 사람들, 천수각 사진찍느라 바쁜 관광객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이곳에 왔고 지금 어떤걸 느끼고들 있는걸까. 사실 나처럼 괜히 복잡하게 살며 머리식힌다고 멀리 날아와 앉아있는듯한 사람은 없어보였다. 그래서 사람구경이 더 재밌게 느껴졌달까나.

그러고보니 지하철에서 옆에 계시던 할머니가 나한테 머라머라 뭐 어디서 내려야되냐 이런걸 물어보는거 같았는데, 알아들을수가 있어야지. 할아버지한테 자리양보한 나를 일본인으로 봤는 모양이다. 일본어 못한다고 했더니 할머니 재밌어한다. "오메~ 일본사람 아니었네~!" 이런 뉘앙스. 결국은 내가 텐노지공원 가려면 어디서 내리냐고 물어보게 되었었다. 그리고 내가 내릴때 '키요츠께떼'를 잊지 않으셨다. 일본에서 할머니들한테 이말을 들을때마다 왠지모를 감동과 고마움 그리고 그리움같은 감정이 섞여 뿜어져나왔다. 어딜가나 할머니가 손녀에게 갖는 그런 마음은 동일한가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생판 남이라도 이렇게 전달되는 모양이다.

사실 관광지는 대체로 좀 뻔하고 비싸단 관념이 박혀있어서 이곳에 들를 생각이 없었는데, 시간이 너무너무 남아서 들르게 되었고 생각보단 그래도 평온한 관광지 느낌이라 다행이었다. 그치만 역시 관광지는 관광지, 터무니없이 비싼 타코야끼와 음료들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이 작열하는 태양을 어찌해야 하나 난감해 하다가 바로 도망치듯 하산했다. 나무그늘 하나 없는 길을 걸으며 태양과 마주할땐 정말 죽을것 같았다. 


지하철을 타고 바로 우메다로 나갈 계획이었지만 산책아닌 산책에 탈진해 울고싶었던 차에 저멀리 모스버거를 발견하고 반가워서 소리지를 뻔했다. 100미터쯤 떨어진 지하철역을 외면하고 냉큼 가게로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그때 이걸 먹었었지 라며, 지난 도쿄여행을 상기시키며, 에어컨 빵빵하고 한산한 2층 창가에 앉았다. 원래 모스버거가 이렇게 맛있었나, 새삼 느끼며 기분좋게 먹곤 창밖에 사람구경 하면서 정신을 좀 차릴수 있었다.

솔직히 비싼 햄버거에 그닥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진 않지만, 모스버거는 한국에 좀 들어와줬음 좋겠단 생각이다. 맛있단말이지. 그리고 특히 일본스러우면서도 딱히 그런것도 아닌, 이 심플하고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는 컵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그래도 이 컵 가져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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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 17:14


여름의 일본이 덥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서도 괜찮겠거니 하고 시작했던 여행이었다. 그치만 그 더위앞에 그동안 생각했던 이런저런 계획들, 오사카에 가면 근교에 교토, 나라도 가고 새벽산책도 즐기고 수많은 예쁜 골목을을 걸으며 다니니라 생각했던 그런 계획들에 손을 뻗을 힘마저도 더위와 함께 타서 사라져버렸고, 그런 계획들이 없어도 늘 그랬듯이 지도나 관광지따위 연연하지 않고 마음 가는대로, 발길 닿는대로 걸어다니며 그냥 그 순간순간을 느끼던 내 여행 스타일마저도 더이상 고집할수 없을만큼 더위는 심각하게 느껴졌다.

체력도 바닥이고 몸이 허했던 것도 있었지만 아침일찍 더위를 피해 시작한 길거리 산책도 1시간만에 땀으로 범벅이되고 탈진할것같은 위험을 느끼며 에어컨과 그늘이 있는 상점가 안으로 피할수 밖에 없는 시간들이었다. 누가보면 사막에라도 다녀왔냐고 비웃을수도 있겠단 생각도 든다. 어쨌든 어느덧 목엔 땀띠가 생겼는지 따가웠고 더이상 나만의 여행을 지속할수 없음을 깨닫곤, 그냥 오사카 내에서 지하철을 이용하고(원래 지하철도 잘 안탄단 말이지..ㅡㅜ) 햇빛을 피해 더위를 피해가며 다니는 여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관광과 내스타일의 길거리여행 중간에 서서 애매하게 굴러가는 시간들이었달까.

그리고 오사카는 너무 도시였다. 이런저런 특별할것 없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그냥 서울 종로거리에 혼자 나와 다니는 기분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에 치이고 강렬한 햇빛에 눌려 머무를 곳을 잃은 채 다소 방황하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때문에 찍어온 사진들의 절반은 비행기에서 찍은 하늘사진들이고, 나머지 사진들엔 딱히 '일본'이라는 특성을 보여주는 사진들도, 여행 속 특별한 기억들을 담아온 사진들도 거의 찾기 힘들게 되었다. 아마 소소함을 찾기위한 목적을 가지고 떠난 여행이었다면 그건 '실패'에 가까웠다고 말할수 있었겠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은 '더위' 였고 난 그 걸림돌을 넘지 못해 벽에 부딪힌 한정된 시간들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짧은 여행속에서 다소 욕심을 부리던 것들을 미련없이 버릴수 있었기에 더 잘된걸지도 모른다며 위로했고, 여행자도 일상인도 아닌 할일없는 이방인처럼 지내다 오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 걸림돌들 때문에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 신체적, 정신적 여유가 한국에서 보낸 일상처럼 거의 없었다는게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건 단순히 바쁘지 않다고 해서 생기는게 아니라는것도 새롭게 알게되었다면, 조금 웃긴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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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 16:29


오사카가 소위 '먹고 죽자' 스타일로 술도 많이 먹고 음식도 맛있고 많이 먹는 지방이라 한다. 타코야끼, 오코노미야끼 같이 한국에 많이 알려진 음식들도 오사카가 특히 더 맛있다고 들었던 터라 오사카에서 먹는 음식들에 대해 기대가 조금 컸다. 그치만 아무런 사전조사나 준비도 없이 그곳에 서있다보니 어디를 가야할지 잘 모르겠던 터에 숙소 가까운곳에 있던 가게를 발견했었다. 아직 익으려면 좀 시간이 걸리니 가게 안에 들어와 기다리는게 어떻겠냐며 선뜻 친절함을 베풀어주던 아주머니. 사실 바깥보다 가게 안이 더 후끈하게 더웠던지라 그냥 밖에 있는게 더 나았을거란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지만, 이런 인간적인 소박한 친절에 약한 나는 비짓땀을 흘리면서도 바로 옆 의자에 앉아 아주머니의 타코야끼 조리광경을 열심히 구경했다. 이렇게 더운날 불판 앞에서 힘드셨을텐데 그래도 연신 웃는 얼굴로 요리에 열심이셨다.

소위 '맛집'이라 불리우는, 사람들이 줄서서 먹는 크고 멋진 가게들도 분명 많고, 이후 여행하는 동안 다른 유명한 곳에서도 타코야끼를 사먹어 봤었지만, 비록 맛이 더 좋고 훌륭했을진 모르겠지만 그런 정감없는 유명한 가게의 음식들보단 맛이 조금은 덜하더라도 이런 소박한 정이 깃들어있는 가게의 타코야끼가 더 좋았다.

(사실 타코야끼.. 조금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유명한 곳이라 해도 감동할만큼 훨씬 더 맛있거나 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서울땅 위에 내가사는 집 바로옆에서 파는 타코야끼가, 작년 지산락페에서 사먹었던게 더 맛있단 생각이 들정도로 특별하지 않았다. 아이러니.)

더운 날씨, 낯선땅위의 긴장으로 지쳐있던 그 날, 일본에서 처음으로 정과 음식을 함께 구입하면서 기분좋게 돌아설 수 있었던.. 그런 타코야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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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 16:28


숙소의 카운터에 있던 젊은 청년은 참 밝고 착하고 예의바르고 친절했다. 5일여를 머무를 나에게 앞으로 무얼 할건지, 교토에 갈건지를 물어보더니 잠깐 기다리라며 안으로 들어간다. 음.. 제대로 읽지도 않은 론리플래닛 일본편, 오사카 부분만 조금 잘라서 덜렁덜렁 들고온걸 이 청년이 어떻게 알았는지, 한국어로 된 오사카 가이드북을 가지고 나오더니 건네주며 빌려주겠다고 한다. 생각지 못한 친절에 처음엔 가이드북같은거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친절을 받아들고 숙소에 올라왔고, 결국 매일 저녁마다 이걸 들여다보며 다음날 뭘 할까 고민했더랬다.

그청년은 요즘 한국어를 공부하는지 체크인하는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왔다. 'ㅓ'와 'ㅗ' 그리고 '서'와 '소'를 쓰면서 한번씩 읽더니 도대체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 푸핫.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고 아무런 의문이 없었던 그 발음을 물어보니 재밌고 신기하기도 하면서 우리가 외국어 배울때 갖는 의문들도 이런거구나 싶어서 동병상련의 느낌도 받았달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한참을 버벅이고, 여러번 서와 소를 번갈아 들려주며 차이점을 인식시켜주려 했지만 차이점의 인식을 잘 인식시켜주질 못했다. 결국 입술모양을 그림으로 그려주며 다름을 인지시켜주었고 같이 웃었다. 나이드신 직원분도 옆에서 한두마디씩 같이 하면서 유쾌한 체크인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언어가 제대로 통하든 안통하든 중요한건 '소통'의 여부라는 걸 다시금 느낄수 있었다.

그들은 내가 걸어다니며 여행할것이란 이야기를 듣자 숙소 근처는 노숙자도 많고 소득이 낮은 소외계층들이 많이사는 동네였기에 위험지역을 지도에 손수 표시해 주곤 조금 위험하니 조심히 다니라며 전혀 모르고 있었던 중요한 정보를 일러주는것도 잊지 않았다. 아마 그들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난 어느 부랑한 골목길에서 좋지않은 시간을 마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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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 15:45



이 문을 나서고 지하철 역으로부터 길바닥에 발을 디디는 순간 낯선 땅에서의 진짜 여행은 시작된다. 저 문턱너머 낯선땅에 대해선, 낯선 사람들에 대해선 언제나 두려움이 깔려있지만 이 발걸음을 멈출수 없고 멈춰선 안된다는걸 알고있다. 두려움 너머엔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것을 만나기 위해선 깔려있는 두려움따위에 눈길을 주어선 안된다는것도 알고있다.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무거운 가방 그리고 지도와 함께 이방인이라는 티를 내며 발걸음을 옮기면 많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호기심어린 눈빛을 만나게 되지만 그들은 그저 그게 다일 뿐 더이상 다가오지 않는다. 그들의 일상은 그대로 흘러갈 뿐이고 난 그들의 일상적 공간을 잠시 빌려 서있을 뿐이다.

지도의 유무를 떠나 처음걷는 길은 늘 헤매게 되지만 결국은 원하는 곳에 도달하게 되고 그 헤매임 속에서 좋은것이든 나쁜것이든 의외의 많은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헤매임이 길어지고 원하는곳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실패라고 할수는 없다. 여행엔 정답이 없기에 성공도 실패도 없다. 그 안에서 내가 무얼 느끼느냐, 그것보다 중요한건 없다.

그렇지만, 낯선 초행길에서 긴장을 감추기란 여간 어려운일이 아니다. 사람들에, 길에, 모든것들에 경계의 시선을 보내며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적응해 나간다. 그곳에, 그들의 공기에, 그들의 일상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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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 14:59


이륙의 순간은 언제나 눈물겹다. 시공간을 초월한 이동을 통해 답답하게 엉겨붙어 있던 것들로부터의 해방감이 밀려오면서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감정들이 솟구친다. 구름위 세상속에 시선을 두며 지내는 시간동안은 그 어느것에서 소속되어 있지 않은 제3 공간속 신선이 된듯한 착각에 스며들어 많은걸 정리하려 한다.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은 저 아래 세상과 관련된 문제들을 짚어보고 정리하고 잊으려 애쓴다. 그래서인지 비행시간이 참 좋다. 좁은 좌석, 답답한 공간때문에 비행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적어도 나에겐, 여행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기억속 소중한 그리움중 가장 첫번째가 비행시간이다. 너무도 중요하고 그립던 그 느낌 그리고 시간.

그래서인지 짧은 비행시간이 너무나도 아쉽게 다가왔다. 아직 아무것도 정리되고 준비된게 없는데 벌써 다시 아래 세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이 여행이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게될지 궁금해하며 따가운 햇살과 함께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2010. 8. 1. 14:29


집에서 가방을 끌고 나설땐 꾸물꾸물 흐리더니, 공항버스를 타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3년만에 혼자떠나는 여행. 그동안 그렇게 여행에 대한 갈증을 느꼈으면서도 실제 여행을 가기위한 노력은 별로 하지 않았던것 같다. 왜일까. 이미 혼자 싸우는 삶속에서 너무도 지쳐있었기에 또다시 낯선곳에서 혼자 지내기 싫었던걸까.

한강을 따라 달리는 버스의 창을 통해 보이는 서울의 모습에 예테보리의 그 느낌이 오버랩되었다. 흐리고 비오던 그 곳, 바다를 끼고있던 그 도시에서 받은 그 풍경과 느낌이 떠오르면서 잊고있던 그 여행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매일같이 지내고 있을땐 잘 모르다가도 이렇게 타인인 척 한걸음 밖에서 바라보니 서울의 겉모습도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찌들어 있고 불평만 가득하던 그 도시가 한껏 다른 매력을 품고 있음에 새삼 놀라웠다.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이렇게나 크게 다가올 줄이야.

이 여행에 특별히 바라는게 있는것도 아니고 목적이 있는것도 아니고 뭔가 보고싶단 욕심도 없었다. 의욕적이지 않은 밍숭맹숭한 여행이 될지라도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건 상관 없었다. 다만, 다소 답답하게 흘러가는 이 일상의 고리를 끊어주거나 혹은 전환시켜 주길 바라는, 작은 스위치를 발견할수 있으면 좋겠단 작은 바램은 있었다. 그냥, 그런 바램만이 내가 가진 여행에 대한 기대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렇게 떠났다.


2007. 5. 17. 19:05
2007, 유럽이야기. 6. [그리스_산토리니(Greece_Santorini,Thira)]

숙소에서 나서니 날씨가 엄청나게 좋다.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일단 큰길을 따라 중심가를 향해 걸었다. 후.. 일단 바뀐 일정에 따른 여러가지 일을 처리해야 했다. 어제 고심했던대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는 빼버리기로 했다. 유레일패스는 환불하기로 했고 귀국날짜도 변경하기로 했다. 저가항공은 취소가 불가능하고, 예약해두었던 몇군데 숙소에도 예약취소 메일을 보내야했고, 폴란드에서 빠리로 넘어가는 저가항공도 예약해야 했으며 폴란드로 넘어가는 저가항공부터 구해야 했다.

피라 시내에 있는 여행사에 가서 안통하는 말로 어렵사리 폴란드 넘어가는 비행기편을 문의했는데, 산토리니에서 바르샤바 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어.. 여기서 바르샤바가는 비행기를 구하는 나를 의아하게 생각할뿐.. -.-30분쯤을 서서 기다렸고, 그리하여 알려준 비행기 가격은.. 400유로..ㅡ_ㅡ..컥. 아주 잠시 고민했다. 여행이 중요하냐 돈이 중요하냐를 두고.. 하지만.. 차마.. 이건 살수가 없었다..OTL;;

여행사에서 나와 걷다가 컴퓨터가 보이는 카페에 잽싸게 들어갔다. 오오~ 산토리니에서 인터넷이 가능하군!! 이라고 좋아하면서..(나중에.. 좀더 싼 피씨방 발견하고 좌절했음;;) 가격도 비싸고 음료도 먹어야 하는... 곳이었지만 암튼, 그곳에서 아테네에서 폴란드로 들어가는 저가항공을 알아보니 여행사에서 알려준것보다 훨씬 싸다. -_-;; 부활절 기간이라 그런지 탈수있는 비행기는 딱 하나..-_-;; 잽싸게 샀다. 200유로가 넘었지만.. 괜찮아.. 유레일패스 환불하면 그 비용으로 덮을 수 있으니깐. (여행 내내 이걸 위안삼아 계속 돈이 줄줄 나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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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비싸서.. 추가요금을 낼 엄두가 안나 일단 비행기 하나만 사고 카페를 나왔다. 나와서 벤치에 앉아 이제 뭐할까 고민하다가 쁘리띠님 홈페이지에서 봤었던 럭키 수블라키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 넘 많아서 쭈뼛쭈뼛.. 사람 좀 빠지길 기다리다가 들어갔다. 별 생각없이 수블라키 집이니까 수블라키 삐따를 시켰다. 근데.. 수블라키는 고기가 덩어리네..ㅜ_ㅜ 덩어리 고기라 먹기 조금 힘들었지만 뭐 괜찮았다. 다음엔 기로스에 도전해봐야지 :) 계산을 하려는데 계산대의 주인아저씨가 나보고 어디서왔냐고 물어본다. 꼬레아~ 라고 했더니 "감사합니다~" 라고 하신다. 흐흐..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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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넘넘 좋아서, 오늘 노을을 보러 이아마을을 가야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오늘은 피라마을을 탐험하고 내일 이아마을을 가야지 싶었다. 사실.. 산토리니만 4박 5일 일정이었던지라.. 서두를 필요 없었다..-.- 그래서.. 아직은 다소 어색한 피라마을의 골목탐험에 나섰다. 미코노스의 골목과는 조금 다른 느낌.. 악세서리 가게에서 3유로짜리 나무반지도 하나 샀다. 손가락에 다소 꽉 끼지만 괜찮다. 맘에 든다.

그리고 또 이리저리 다니다가 다소 먼지가 좀 쌓였지만 다른데보다 엽서가 저렴한 것 같아서 엽서몇장을 사서 가게안으로 들어갔는데, 이런(!) 나의 로망 그리스 할아버지가 또 주인이시지 뭔가♡ 난 또 당신의 사진을 사진을 찍고싶단 말도안되는 요구를 했지만 할아버지는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할아버지 만세!^ㅂ^/

이리저래 옷매무새를 다듬으시는 할아버지, 어찌나 귀여우신지>ㅅ<.. 찰칵! 사진을 찍은 뒤 할아버지는 나에게 고맙다며 악수를 청하시며 세월이 묻어나는 느린 걸음걸이로 나에게 다가오셨다. 악수를 하니 양볼에 쪽쪽 소리나는 인사를 해주셨다.^^ 할아버지의 까슬한 수염이 그대로 느껴지는데 어찌나 감동인지!!! +_+b 넘넘 고마워서 고맙단 말을 몇번이나 했는줄 모른다. 할아버지께선 가게를 나서는 나를 문앞까지 배웅해주셨다. 가게 바깥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조정해보다가 할아버지를 한번 더 찍어드렸다. 할아버지 넘넘 감사했어요. 사람이 그리워 힘들어하던 저에게 큰 용기와 감동을 주셨어요. ^-^*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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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마을을 다니다가 무심코 고개를 돌렸는데 정말.. 엽서에서만 보던.. 사진에서만 보던 절벽위 하얀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우.. 굉장히 멋졌다. 미코노스는 아기자기한 골목이 중심이었다면 산토리니는 이런 절벽, 바다절경이 어우러진 마을의 모습이 중심이랄까. 깎아지는 절벽위로 바다를 향해 촘촘히 박혀있는 이 마을의 모습은 정말 멋졌다. 카메라로 담겨진 모습보다 훨씬 마을의 모습은 멋졌고, 바람도 시원했고, 햇빛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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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다닌다고 다녔는데.. 오후 3시다;; 4박 5일 일정에 오늘은 겨우 둘째날인데.. 벌써 산토리니를 다 본것같은 느낌이 들만큼 살짝.. 무료하다..-.- ;; 벤치에 앉아서 사람구경하다가 졸다가 일기쓰다가.. 결국.. 내일 가려고 했던 이아마을을 향해 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그리고 터미널에서는 잠깐 휴가내서 여행오신 한 부부를 만났다. 부러웠다. 부부가 함께 여행을 온다는것. 동반자가 있다는것..T.T

피라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이아마을로 가는 길은 정말 멋졌다. 바로 옆으로 아찔한 절벽도 있었고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들꽃도 피어있었다. 내가 여행 온 시기가 비수기라서 사람 만나는게 조금 어렵긴 하지만 꽃이 정말 많아서 좋았다. 눈도 즐겁고 마음도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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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마을에 내렸고, 다시 마을탐험에 나섰다. 생각보다 이아마을은 피라마을보다 예뻤고 골목탐험하기도 더 좋았다. 해가 지려면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던지라 정말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이아마을은 경사가 심하고 계단도 많아서 거의 등산하는 기분이었다. 두어시간을 그렇게 다녔더니 나중엔 다리가 후들거려서 더이상 걷기가 싫을정도였다. -_-

원래 산토리니에 온 목적은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를 찍고, 고양이와 놀기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많다던 고양이들은 다 어디간건지 동내에는 온통 개들이 널려있었다. 다들 예쁘고 애교많은 개들이어서 좋았지만 고양이가 보고 싶었다고 난..ㅜ_ㅜ 오히려 미코노스에서가 고양이가 많았다. 미코노스에서 하루 더 있을껄 그랬나;;

해기 지길 기다리면서 이아마을을 2바퀴쯤은 돌았다. 그래도.. 오늘 이아마을에 오긴 정말 잘한것 같다. 구름이 한점도 없어서 노을보기 좋을 듯. 해가 져가면서 슬슬 바람이 차가워졌고.. 많이 추웠다.. 사람들은 슬슬 노을을 보기 위해 자리를 잡아 앉았고 나도 한곳에 앉아서 엽서를 썼다. 할아버지 가게에서 산 엽서에 가족, 친구들, 남자친구한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써내려갔다. 엽서를 쓰니.. 휴양지에서 혼자있는 나에게 외로움이 밀려왔다. 더군다나.. 노을을 기다리며 자리잡고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니 전부다 커플, 가족들이었다. 특히 커플이 많았어..... 후....-_-^

노을이 깊어가면서 사람들은 셔터를 누르느라 바빴고 뽀뽀를 하느라도 바빴다..(나 외로웠어 정말..-_ㅜ).. 노을은.. 너무 기대했던 탓인지 생각보단 별로였다. 특별히 유명할 이유까진 모르겠던데.. 그 노을 보려고 강풍과 싸우며 앉아있었다는게 살짝 억울하기도 했다. -_- 칼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던지라 더이상 노을보는건 포기하고 버스정류장으로 냅다 도망쳐나왔다. 그렇게 덜덜 떨면서 한시간여를 기다린뒤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후우.. 추웠어..-_ㅜ

숙소안도, 추웠다.(하얀집이.. 낭만적인게 아니라니깐.. 방안에 냉기가 흘러..-_ㅜ) 그래서 담요와 이불 돌돌말고 티비보며 놀다 잠들었다. 보람찬 하루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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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의 노을, 난.. 진정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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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15. 23:33
2007, 유럽이야기. 5. [그리스_산토리니에 가자(Greece_Santorini,Thira)]

밤새 옷을 껴입고 이불을 둘둘말고 잤는데, 자고 일어나니 여전히 숙소안은 춥다. 미코노스섬, 하얀집.. 낭만적인 모습을 하고있지만 실제 집 자체는 보온성이 매우 떨어진다. 그리고 바람많은 섬답게 바람이 참 많고 강했던지라 밤새 방문이 흔들려 시끄러웠다.

짭짤한 감자칩을 먹으며 이불덮고 앉아있다. 춥다. 내가 왜 여기서 덜덜떨고 있어야 하나 싶다. 귀국날짜를 땡기고 싶을만큼 내가 왜 여기 와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산토리니와 소렌토까지 가도 이상태라면 일정 확 바꾸던지 귀국날짜 당기던지 해야겠다. 이대로는 못있겠다.

수첩에 적힌 여행루트들을 검토해보면서 어떻게 변경을 해야하나 머리싸매고 있을 때, 창밖으로 고양이 한마리가 다가왔다. 안녕 아가- :) 내가 줄 건, 짭짤한 감자칩 뿐인데.. 이거 니가 먹기엔 너무 짤텐데 괜찮겠니? 부시럭 거리는 봉지소리에 흥분한 아가는 점프해서 창턱까지 올라와 방으로 들어올 기세다;; 알았어 아가, 이거라도 줄게. 대신 짠거니까 많이 못줘-

야금야금 감자칩을 잘도 받아먹고 쓰다듬어주니 그릉그릉하고.. 벽에 붙어있던 거미가지고 장난도 치고(결국 커다란 거미는 죽었;).. 그렇게 고양이에 빠져있는 사이 여행에 대한 딜레마와 외로움이 잠시 달아났다. 내 맘을알고 고양이가 와서 달래준걸까? 고마워.. 집에갈 생각은 잠시 멈출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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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가 배시간에 맞춰 항구에 데려다줬다. 밝고 명랑하고 친절한 크리스티나, 고마웠어요.

배가 아직 오지않아 항구앞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구름 가득한 하늘과 함께 칼바람이 온몸에 꽂힌다. 혼몸이 후덜덜 떨리고 이가 부딛힐만큼 춥다. 옷을 아무리 여미고 머플러를 동여매봐도 칼바람은 옷깃속으로 새어들어온다. 후.. 나 대체 여기서 뭐하는걸까. 안그래도 계속되던 고민 더더욱 심화되어서 여행 때려치고싶은 마음이 장난이 아니었다.. 젠장..

20분넘게 덜덜 떨다가 배에 올랐다. 내가 탈 배는 Flying cat.. 쾌속선인듯 한데.. 어제탔던 얌전한 배와는 달리.. 이름대로 물위를 거의 달리다시피 빠르게 질주하는데 바람때문에 파도까지 높아서 창밖에 비가 쏟아지는것 처럼 바닷물이 튀어오를만큼 배가 요동을친다. 울렁울렁 물위를 가르며 가는데 바이킹 저리가라 할정도로 장난아니게 멀미를 가져다준다.. 토할것같다.. 후.... 산토리니까지 아직 몇시간이나 남았는데.. 토 안하고 제대로 도착할 수 있을까.. 울렁거리는 속을 다스리고 부여잡는데.. 정말 미칠노릇이다.

토하기 직전쯤 되니 중간에 한 섬에 들른다.. 후.. 바깥바람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아... 배에서 뛰어내리고싶다.. 속이 조금 다스려질만하니 다시 배는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한다. 우욱......... 미치겠네... 나 정말 이대로 토하면 어쩌지.. 꿀렁꿀렁 잘도 가는 배.. 그렇게 두번정도를 더 섬에 들렀던것 같다. 토할것 같다가 다시 속 다스려졌다가 또 토할것같고.. 이런식으로 해서 산토리니에 겨우 도착하니..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기분이다... 아.... 나 여기서 뭐하는거야.. 왜이래..ㅠㅠ

항구에 내려서 내가 예약한 숙소까지 가야하는데, 픽업이 없고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서 Fira마을까지 가야했다. 원래는 당연히 버스를 타고갈 생각이었으나.. 아.. 버스고 뭐고.. 지금 미치겠다..-_- 택시택시. 12유로의 정해진 가격에 피라마을까지 갔다. 속 울렁거리는데 기사아저씨가 자꾸 말시켜서 힘들었지만.. 친절하게 산토리니에 처음왔다고 하니 이것저것 설명해주면서 목적지까지 가준다. 차타고 20분쯤 갔을까, 아무튼 꽤 멀었던 것 같다. 숙소에 들어가는 골목 바로앞까지 데려다주고 짐도 친절히 내려주었다. 친절한 그리스사람들. :)

근데 골목이 전부다 내려가는 계단이다..-_- 후.. 낑낑대며 여기저기 부딛히며 좁은 골목길을 짐을들고 내려가니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숙소앞에 페인트묻은 차림으로 청년하나가 "Kykladonesia(숙소이름임)~:D" 라며 양손을 펼치며 아주아주 해맑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멀미와 추위와 여행딜레마에 찌들어있던지라.. 반갑긴 했지만 반가운 표시를 별로 못하고..-_-;; 체크인을하고 방엘 들어갔다. 6인인가 4인짜리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 2인실방을 주었다. 이래저래 설명듣고, 방에 티비가 나오는지 체크하고 에어컨 체크하고 머 그러고서 관리청년은 방밖으로 나갔다. 문을 닫자마자 난 대성통곡했다. 여행초반부터 쌓여왔던 스트레스, 외로움, 딜레마, 피로.. 등등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정말 시원하게 울었다. 여행이 싫을만큼 힘들었던 시기였다. 특히 추위와 싸우면서 고생하는게 정말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렇게 실컷 울고나니 속이다 후련했다. -_- 그러고서 방을 둘러보니.. 오호.. 좋은데? 도미토리에 있었으면 절대 누리지 못했을 개인욕실과 티비.. 오오.. 그들의 배려에 감사할 따름. 아무튼.. 또다시 낯선곳에 떨어진 지금 난 또다시 익숙해지기까지의 모험이 필요했고 시간이 필요했고 견디는게 필요했다. 하지만 약해질대로 약해진 마음으로 나는 지금 이 여행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근데.. 배가고파왔다. 힘든건 힘든거고 배고픈건 배고픈것.. 바로 눈물닦고 숙소밖으로 나가보았다. 근데 길을 알아야지 원.. 바로앞에 렌트카 가게앞에 서서 느끼하게 웃는 아저씨에게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방향을 가르쳐준다. 근데.. 어깨에 손은 왜 올리시는지..? -_-;; 매우 친절하나 살짝 능글거리신다.

빵집에서 먹을거리를 조금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렇게 배를 채우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갔다.


그리스는, 정말 순수하게 고양이를 보려고 루트에 넣었었다. 원래 와보고 싶었던곳이기도 하고.. 그다음 루트는 이탈리아인데... 후.. 배멀미 그렇게 고생하고 나니 14시간 넘게 배타고 이탈리아로 넘어갈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는다. 죽어도 그 배 타기 싫었다. -_- 게다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는.. 꼭 가고싶었던 곳이라기보다 폴란드에 가기위해 중간중간 들르는 중간게이트로서 루트에 넣었을 뿐이었다. 그렇다. 그렇다면, 굳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는 갈필요 없지 않은가? 내가 거기가서 보고싶은게 있었던가? 아니. 없다. 그럼 가지말자. 어차리 아직 유레일개시도 안했으니. 그럼 어딜갈까? 글쎄.. 파리..? 어? 파리..? 프랑스 파리? 거긴 그냥 대도시일것같아서 싫었는데.. 그래서 루트에서 가차없이 제외했는데.. 사람들이 왜들 그렇게 파리를 갈망하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파리의 자유가 무엇인지 확인해야만 할 것 같아. 파리.. 미친듯이 땡긴다. 뭐지? 어차피 일정도 내가 만들었던건데.. 지난번 여행때처럼 내가만든 일정에 끌려다니며 시간낭비하느니 내가 원하는쪽으로 바꾸어버리는게 차라리 낫다. 이래나 저래나 후회할 일이라면 일단은 원하는쪽으로 추진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우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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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너머에서 난 자기전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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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15. 15:55
2007, 유럽이야기. 4. [그리스_미코노스(Greece_Mykonos)]

새벽부터 일어나 나갈준비를 했다. 일기예보가 틀리길 바랬는데.. 밖은 비가 쏟아지고있다. 후.. 배가 안뜨면 어쩌나.. 걱정에 걱정을 하며 숙소를 나섰다. 숙소가 싫긴 했지만 그새 익숙해진 탓인지 막상 떠나려니 아쉽다.

어둠속에서 무거운 짐을 낑낑대며 들고 건물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문 너머로 누군가가 있다. 사람도 없는 이 새벽에, 누굴까? 혹시 어제 숙소에 들어오다가 봤던 거지아저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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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숙소앞에서 주무시던 거지아저씨

사람도 없고 어두운데 헤꼬지하면 어쩌지.. ㅠㅠ 라며 살짝 문을 열었더니.. 이게왠걸;; 살짝 술취한듯한 커플한쌍이 반쯤누워서 무아지경으로 키스중이었다.-_-;; 째려보는 눈과 마주쳐서 움찔;; 미안합니다 방해해서. -_-

비가 생각보다 많이왔다. 쏟아지는 비를 우산으로 막아가며 지하철역으로 향해갔다. 지하철을타고 항구까지는 30분정도 걸렸던가? 항구에 가니 다행히 사람도 많고 내가 생각했던것의 5배는 더 큰 배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가 조금만 안좋아도 배가 취소된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비가오는데도 가는걸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듯.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가족여행객들이 참 많다. 난 혼자인데.. 후. 짐칸에 짐을 묶어두고 자리에 앉아있는데,  저 앞에 남자한명이 식은땀을 흘리고 기력이 없이 쓰러질것같아 보였다. 직원, 직업이 의사인 손님들이 그분을 봐주더니 결국 휠체어에 실려서 배에서 내렸다. 에궁.. 괜찮아야 할텐데.

좌석표를 샀기에 번호를 찾아서 자리에 앉았는데, 안타깝게도 복도석이고 내 옆으로 젊은남자 두명이 탔다.  그럭저럭 앉아 있는데.. 옆 남자들의 친구들이 와서 마구 놀고 떠들고.. 결국 난 그 무리 사이에 끼어앉아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내가 불편할거라고 생각 안하는지 전혀 아랑곳없이 둘러싸고 떠들고 놀고.. 안그래도 외롭고 쓸쓸하고 비도 오고 기분 별로인데 이것들이 자꾸 날 화나게 만든다. 게다가 mp3도 짐칸에 두고와버려서 음악이라도 들으려고 짐칸에 가서 mp3를 가져왔다. 내가 일어났을때 다른자리로 가는거라고 생각했었는지 내가 돌아오니 다들 쳐다보며 움찔거린다. 이어폰을 꽂고 앉아 있어도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왼쪽으로는 앉아있는 친구들, 내 오른쪽으로는 서있는 친구들.. 내가 우유를 마셔도, 일기를 써도 계속 쳐다보고.. 나더러 어쩌라는건지.. 결국 못견디고 아파서 내린 사람들의 빈자리로 옮겨버렸다. 너희들 때문에 그리스마저 싫어지려고해. 후.. 운좋게도 옮긴 자리가 창가자리이다. 비록 기둥과 벽때문에 창문은 거의 없을만큼 작지만..

원래 바다는 아름답고 맘편한 느낌으로 다가와야 하는데 지금 나에겐 왜이리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가 슬픈건지.. 혼자하는 여행이라는게 용감하고 낭만적이고 멋지다는 인상도 있지만 그 실상은 정말.. 비참할만큼 우울하고 외롭고 지독한 향수병에 힘들어하는 시간을 견디고 또 견뎌야 한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한국어 노래들은 향수병을 달래줌과 동시에 날 더 힘들게 하는 듯.. 가족단위, 연인단위, 친구단위로 웃음과 수다가 가득한 미코노스행 페리에서 그렇게.. 창밖을 바라보며 난 결국 울었다. 몇년전에 비해 혼자보다 다수가 좋아진 지금의 나.. 그래서 더더욱 외롭다. 사람이 가득한 이곳에서 난..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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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잠이들었다가 깨니 비가 걷히고 구름고 걷힌 창밖의 모습이 보였다.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 출국전에 깎았던 손톱이 어느새 자라있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나의 손톱.. 손톱 몇번 깎다보면 한국에 돌아가있겠지? 조금씩 자다깨다 하면서 시간이 지나갔고 창밖은 파란하늘과 푸른바다로 화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분좋다. ^^

배를 타고 가면서 이곳 저곳 섬을 들러서 가는데 바깥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날씨가 좋아져서 기분이 좋았는데 바람이 지나치게 심해보여서 이것 또한 걱정이다. 몇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미코노스 항에 내렸다. 숙소에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항구에 내가 예약한 숙소이름의 피켓을 든 여자가 있었다. 어? +_+ 하면서 숙소 예약종이를 보여줬더니 마구마구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How are you~^ㅡ^" 라면서..ㅋ 다른 예약손님들과 함께 가야해서 옆에서 조금 기다리다가 미국여성 두명도 합류하였다. 뭐.. 대화가 안되니 얘기는 잘 못했지만..-_- 미국사람들 이야기는 특히 더 못알아듣겠다. 배려없이 얘기를 하는건지 내 귀가 이상한건지..

숙소 주인인 크리스티나의 차에 심을 싣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은 해주는데.. 도저히 알아들을수가 있어야지 원.. 미국애들은 이것저것 물어보고 웃고 떠들고 그러는데.. 난 할말이 없었다..-_-

미코노스는 저렴한 싱글룸이 있는 숙소가 별로 없어서 어쩌다보니 더블룸을 혼자 쓰게되었다. 숙소는 그럭저럭.. 방에 짐을 대충 놓고 타운으로 나가려고 나서는데 집주인인 크리스티나가 태워다준다며 차에 태워줬다. 크리스티나는 원래 독일사람인데 나처럼 여행을 왔다가 Fall in love 해서 이곳에 눌러앉았다고 한다. 그것도 무려 25년이 흐른 이야기.. :) 크리스티나는 친절하고, 나의 영어실력도 배려해주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었다. 정말정말 친절하고 멋진 그녀였다.

내일 산토리니로 갈 배표를 산뒤 타운으로 걸어갔다. 여기부터 발휘되는 나의 골목휘젓기신공..-.- 미코노스는 정말.. 보물창고처럼 작은 골목골목마다 어쩜그렇게 예쁜지.. 골목끝에서 또다른 골목이 나오는 이 느낌.. 마음에 이끌려 다니다보니 미코노스의 골목이 너무나도 좋아진다. 간판, 계단, 선반 하나하나까지 이 모습을 위해 사람들이 고심한 흔적이 보이고 세심한 손길이 닿았다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론, 나처럼 골목골목 쏘다니는 관광객들 때문에 가정집의 창문마다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맘편히 창문열고 쉬기도 불편해 보였다. 마을이 이만큼 예쁘고 유명세를 얻기까지 그만큼 개인공간의 희생이 필수였으리라. 어쩌면 너무 지나치게 관광객이 개인공간까지 침투해 버린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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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노스의 상징인 하얀집에 예쁜지붕들은 1년에 한번씩 페인트칠하고 보수하는 시기가 있는데 그 시기가 바로 지금인지, 여기저기 공사도 하고 색칠하고 보수하느라 온몸에 페인트 범벅인 아저씨들이 참 많이보였다. 하얀집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난 이런게 더 좋다. 이게 정말 사람사는 모습이고 그들의 생활방식이리라. 봄이되면 농부들이 1년농사를 준비하듯 올 해 영업을 위한 마을을 새단장하는 미코노스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기도 했고 애환이 느껴지기도 했다.

골목골목 누비던 중, 교회밖에 서있는 수많은 사람들, 노래... 누군가가 이곳 세상과 작별을 고한 모양이었다. 처음접한 그리스인의 장례식 풍경을 사진에 담고싶은 욕구가 가득했지만 고인이 되신분께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카메라를 거두고, 좋은곳으로 편안히 가시길 잠시 기도했다. 잠시 지켜보면서 느낀건.. 이런 장례식마저.. 관광객의 발걸음으로 침범받는 느낌이 들었다. 관광업이 주요 생업이긴 해도 방해받고 싶지않은 그들만의 영역이란게 있을텐데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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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없이 내멋대로 다니다보니 어디가 어딘지를 모르겠던 찰나, 미코노스의 명물이라던 펠리컨녀석을 만났다.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맞닥뜨렸다. 이녀석.. 너무나도 당당하게 계단을 걸어내려와 내앞을 지나가 저쪽으로 걸어간다. 사람들이 이녀석을 구경하는건지 이녀석이 사람을 구경하는건지..-_-;; 능청스러운 이녀석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났다. 신기하기도 했고.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카메라 세례를 받았을 이녀석에게 조차도 미코노스의 삶이 녹아나는 듯 했다.

돌아다니다가 눈여겨봤던 기로스집에 들어가 (나름, 매우 용감하게-_-;;) 돼지고기 기로스와 물을 사서 가게 앞 테이블에 앉았다. 야금야금 기로스의 맛을 느끼며 먹고있는데 어디선가 초절정 미묘 한마리가 나타나 내옆에 앉아 나의 기로스를 주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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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_+
산토리니에 고양이가 많은건 알았지만 미코노스에서도 이렇게 쉽게 고양이랑 어울릴수 있을줄이야+_+
아가야 너 너무 예쁘다+_+
이거 줄까+_+?
그래그래 맛있지+_+?
이리와 쓰다듬어줄게+_+
또달라고? 그래 알았어 +_+ 맛있지? +_+
너 양파도 먹을수있니? 못먹겟지? 양파는 안줄게~ 자여깄어 이거먹어~+_+
어우야 그새 다먹었어? 줄게줄게~ 바지에 발톱걸지마 아포..ㅠ.ㅠ
맛있니?+_+ 나도 맛있다+_+
목 좀 긁어줄까? 그래그래 기분좋지? +_+
깔깔깔~

혼자 이러면서.. 초절정 미묘씨랑 기로스 식사를 하고있었다. 우후후후.. 우린 함께 식사했다. 함께 식사하는동안은 전혀 외롭지 않았다. 기로스도 물론 맛있었고..^^ (아.. 먹고싶다.......기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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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려니 고양이가 내 뒤를 따른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했겠지?
아가 안녕- 건강하고, 맛있는거 많이먹으며 행복하게 지내려무나. :)

어느새 바람도 차가워지고 구름도 많아져서 상당히 추웠다.. 숙소로 발길을 돌려 걸어갔다. 간식거리좀 사러 작은 슈퍼에 들어갔는데, 앗.. 나의 로망♡ 하얀눈썹 백발의 그리스 할아버지가 주인이신거다(!) 게다가 친절하셔! 그리스의 할아버지들은 백발과 하얀 눈썹 그리고 뭐라 표헌이 안되는 굉장히 좋은 느낌을 풍기신다. 지중해의 햇빛과 여유롭고 화끈한 성향으로 평생을 살아오셔서일까, 인자하고 따뜻한 느낌이 참 많았다. 개인적으로 그리스에 있는동안 그게 너무너무 좋았는데.. 할아버지.. 딱걸리셨어요! :D

간식거리를 계산하고는.. 죄송한데 할아버지 사진좀 찍어도 되겠냐는 말도 안되는 웃긴 부탁을 했지만.. 할아버지께선 흔쾌히 허락해주셨다+_+ 꺅~ 감사함니다+_+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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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그리스 할아버지♡

뿌듯하고 따뜻해진 마음을 안고 숙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근데.. 자동차로 10분가량 갔던 거리인데.. 막상 걸어가려고 보니 장난이 아닌것 같다..-_- 강풍을 가르며 힘겹게 걸어가고 있으니 지나가던 트럭청년들도 지나가면서 말걸고;; 뭐.. 그럭저럭 열심히 걷고 있던찰나 크리스티나가 나를 발견하고 또 픽업해줬다. 으흐.. 이런 센스쟁이 크리스티나♡

방에 들어와 이런저런 일기도 쓰고 티비도 보고.. 근데 방이 심하게 추웠다. 샤워를 할려고 시도했다가 방과 욕실 공기자체가 얼음장같아서 바로 포기하고 갖고있는 옷 전부다 껴입고 이불둘둘말고 들어가 덜덜덜 떨었다..-_-;; 그렇게 덜덜 떨다가.. 잠이들었다.


2007. 5. 14. 21:10
2007, 유럽이야기. 3. [그리스_아테네(Greece_Athens)]

새벽 6시쯤부터 깨서 뒤척이다가 7시에 일어났다. 숙소안은 여전히 부담스러울 정도로 고요하다. 반면 숙소 밖은 밤새 오토바이 소리로 시끄러웠고 지금은 큰 트럭이 와서 일을 하는지 소란하다.

숙소 관리인에 대해 불만이 많았는지 꿈에서 이 숙소의 친절한 주인가족을 만났다. 그럼 그렇지~ 라며 반갑게 주인가족들을 만났던 꿈속에서.. 난 그게 현실인줄 알았다. 정말로..-_-

이불속에서 밍기적 대다가 씻고 아테네 탐험에 나섰다. 날씨가 엄청나게 좋다. :)  일단 숙소 근처의 여행사에 가서 내일 탈 미코노스행 배표를 샀다. 부디 배가 취소가 안되서 환불하러 여행사까지 다시와야 하는 불행은 없길 바랄뿐이다. 배표를 산 뒤 우체국에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엽서를 보냈다. 여행나와서 처음 써보는 엽서인데, 제대로 잘 전달 될 수 있을까? 여행초반이라 그들이 너무나도 그립다.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서 신따그마 광장에서 따스한 햇빛과 함께 사람구경하며 앉아있다보니 공원이라는 공간이 참 기분좋게 다가왔고 이 도시에 대해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관광객들, 아테네 시민들, 상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복작복작 하지만 즐거운 광장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지난번 여행때는 교회에서의 휴식이 그렇게나 달콤했는데 지금은 이곳 공원에서의 휴식이 참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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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조금 쉬다가 기차역에 가서 며칠 뒤 파트라스 항으로 가기 위한 기차표를 예약했다. 영어도 딸리고.. 의사소통때문에 좀 어려웠지만.. 뭐.. 얼떨결에 성공은 했다. 기차역은 생각보다 많이 낡아있었고 두군데로 나누어져 있던 역은 펠레폰네소스역..인가가 폐쇄되고 한군데에서 모든 기차를 관리하고 있었다.

이제 어디를 갈까 하다가 지도를 보며 걸어다녔다. 아테네의 거리는 낡은 건물들이 많았다. 굳이 초현대적인 큰 건물을 짓기보단 낡았으면 낡은대로 지금까지 살아왔던 건물을 그대로 수용해서 사는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전혀 궁색해보이거나 지저분해보이는건 없었다. 오히려 느낌있고 좋았다. 강렬하고 밝은 햇빛 덕분인지 낡은 건물에서 느껴질 수 있는 우중충함마저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경제력 자체가 조금 뒤떨어지는건 아니었는가 싶기도.

그리고 아테네에서 참 신기했던건 무단횡단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더 당당하게 무단횡단을 하면서 다녔고 지금까지 습관이 들어버려서 큰일이지만;; 어느정도의 매너만 지켜준다면 적절히 허용되는 무단횡단 문화(?)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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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거리를 다니며 구경을 하다가 어느덧 다다른 곳이 커다란 시장쪽이다. 아테네 최대 시장이라고 얼핏 본것같긴 한데, 아테네의 시장은 여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나에게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맞아, 바로 이게 사람사는 느낌이고 사람냄새 나는것이야! 라며 신나서 열심히 돌아다니며 신기하게 구경하였다. 고기시장골목에서 열정적으로 소리치며 장사를 하던 수많은 상인들, 새빨간 고기들, 내장들, 손님들.. 신선한 과일과 수많은 물품들로 채워져있던 시장의 모습.. 여행의 활력을 찾을 수 있었던 곳이다. 여행의 활력이 부족할때면, 그 도시의 시장을 찾아가 보시라. 구경거리도 많고 사람도 많고 그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멋진곳이다. 괜한 신바람과 함께 시장구경을 하며 인파에 휩쓸려 걸었고 모나스트라키 광장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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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스트라키 광장에 도착하니 신따그마 광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훨씬 많은 사람들과 상인들, 가게들 그리고 저멀리 보이는 아크로폴리스까지. 뭔가 더더욱 중심지스러운 느낌이었다. 오오 좋은데+_+ 라며 신나는 것도 잠시, 도저히 주변에 화장실이 없다. 지하철역에 가서 청소하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이쪽엔 화장실이 없다고 한다. 아니.. 이 관광대국에 화장실이 이렇게 없을수가 있는건가? 뭐.. 결국 트러블을 해결하긴 했지만 화장실 찾기가 힘들었던건 참 의외였다.

추웠던 간밤의 날씨와는 달리 강렬한 햇빛을 받으며 아크로 폴리스를 향해 걸었다. 헥헥거리고 땀흘리며 한참을 걸어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했는데, 응? 유료다. 학생할인을 받아서 6유로. 비싸네.. 아무튼 표를 사서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3월 말인데도 이렇게 덥고 힘들에 올라가게 되는데 한여름에 유럽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올라가는지.. 신기하다.

하지만 올라와서 내려다 본 풍경은.. 뭐랄까.. 눈에 내려다보이는 저 도시가 마치 전부 내것 같달까? 문득 영화 300에서 봤던 신전이 생각났다. 신전에 올라가는 길은 매우 가파르고 험해서 머리와 몸을 숙이며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나오던데 이곳도 그런의미에서 이렇게 높은곳에 위치해 있는걸까? 신들은 이곳에서 아테네를 내려다보며 무슨생각을 했을까? 신전 밑은 엄청 더운데 신이 머물던 이곳은 적어도 시원한 바람이 분다. 신들의 특권일까?

이런 풍경, 이런 시원함, 이런 느낌을.. 혼자 전부 느껴야 한다는게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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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 폴리스에서 내려오는 길에 한국인 가족을 만났다. 독일에 사는 가족이라는데 여섯식구가 함께 여행을 나왔다고 한다. 함께다닐 동반자가 있다는건 참 부러운 일이다. 낼모레 산토리니에서 또 만날수 있기를 기약하며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내려오는 길, 골목골목 구경하면서 걷고있는데 왠 그리스인인 듯한 살짝 후줄근해보이는 남자가 옆에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뭐라뭐라 설명해주고 그런다. 나보고 하는소린가 싶어서 멈춰섰다가 다시 갈려니 옆에 따라붙으면서 계속 이것저것 설명해준다. 혹시 나중에 돈달라면 어쩌나.. 이상한 골목으로 가서 나쁜짓하면 어쩌나.. 별별생각 다들면서 무서웠다. 그러던 중 앞에 두갈래길이 있었는데 저 앞에 노부부가 걸어가고 있는 길쪽으로 가려고 방향을 틀었더니 다른쪽 골목으로 가자고 그런다. 허.. 식은땀났다.. 신따그마 광장 숙소쪽으로 갈거라고 했더니 순순히 내쪽 방향으로 따라온다.. 그쪽 방향이 맞다면서.. 후.. 그만 따라왔으면 좋겠는데.. 빠른 걸음과 정신없는 설명때문에 나의 로망 예쁜 골목과 고양이들도 전부 놓치고 말았다. 안되겠다 싶어서 미안하지만 혼자가고 싶다고 했더니 순순히 가준다. 그냥 순수하게 베푼 친절이라면 정말 미안하지만.. 난 무서웠다.

길을 좀 헤매긴 했지만 무사히 신따그마 광장까지 다다랐다. 왜이리 뭔가 서러울까.. 여행초기 향수병일까 아니면 외로움 때문일까.. 겨우겨우 찾은 광장의 한쪽 빈자리에 앉아 눈물을 참으며 사람구경 하고 있었더니 굉장히 향긋한 꽃향기가 날라온다. 바로 뒤 머리위의 꽃나무.. 내 마음을 달래주는 것만 같다. 고맙다.

아테네가 이제겨우 익숙해지는듯 한데, 미코노스로 떠난다. 내일은 비가온다는 예보가 지배적인데.. 부디 비가오지 않기만을 바라고 비가 오더라도 배가 취소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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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14. 19:17
2007, 유럽이야기. 2. [그리스_아테네(Greece_Athens)]

착륙하고 짐찾고 공항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괜찮다.
이른아침의 차가운 공기도 기분이 좋다.

아테네 공항에 도착해서 신따그마 광장까지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타니 비행기에서 옆에 앉아있던 타이완 모녀가 그 버스에 앉아있어 서로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비행기에서는 별 대화 못했는데 버스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여행을 격려해주었다.

시내 중심으로 가는길에 LG 광고판, SAMSUNG 광고판이 눈에 쉽게 들어온다.

버스의 종점쯤 되는 신따그마 광장에 내렸다.
뒤에 앉아있떤 중국인 여성과도 서로의 여행을 격려해주며 인사하고 헤어졌다.

이른 아침, 출근하는 그리스인들 사이로 돌길위에서 시끄러운 바퀴소리와 함께 예약한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낯선길에서 짐을 들고 숙소찾기가 쉬운일이 아니라 걱정을 하며 론리플래닛 지도를 보며 이길저길 다니는데, 한참 다니다가 아무래도 길이 아닌것 같아 길에있던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안경을 꺼내 끼며 이래저래 보시더니 옆에 있던사람들과 같이 토론을 하며 펜으로 지도에 표시해주곤 길을 알려주었다.
친절한 그리스인들. :) 시작부터 사람들에 대한 느낌이 참 좋다.

이래저래 헤매다가 비교적 빨리 숙소를 찾았다.
첫 숙소지를 일부러 한인민박으로 잡았기에 반가운 마음에 숙소의 벨을 눌렀더니 현관문이 열린다.
문을열고 들어갔더니 컴컴하고 계단이 있고 고장난듯한 엘리베이터 그리고 여러 문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은 없다.
아니.. 뭘.. 어쩌라는거지..-_- 숙소가 몇층인데? 짐들고 계단을 올라가야 되는거야? 몇층인줄 알고 들고올라가? 1층이면 어떡해? 아 뭐야.. 누가 나오길 기다려야 되는거야? 뭐 어떻게 하라고 말좀 해줘.. -_-
슬슬.. 숙소에대한 실망.. 거기서 10분쯤을 기다리며 헤매다가 그냥 무작정 짐을들고 계단위로 올라갔다.
2층 쯤되니 사람기척이 들리긴 하는데 문이 원췌 많아서 이거원 어쩌라는거야..-_- 어영부영 있다보니 문이 왠 남자 한분이 자다 일어난듯 문을 열어준다.

일단 방에들어가서 맘에드는 침대 골라서 짐을 놨는데.. 근데 내가 누군지는 알고 받은거야? -_-
8명쯤 쓰는 도미토리에 사람은 아무도 없고 오직 나 혼자뿐.
아까 그 남자분이 문을 노크하길래 나갔는데, 숙박비 이야기를 한다. 그럼그렇지.. 내가 누군지 확인도 안하더니.

"한국에서 입금하고 왔거든요 -_-?"
자기가 주인이 아니고 사장님이 다른데에 있어서 나중에 확인을 해보겠다고 한다..
뭐야.. 시스템 왜이래..-_-

호스텔만 다녀봤던 나인지라 한인민박은 처음이고 해서 뭐라 더 말을 못하겠지만.. 한인민박은 다 이런가?
에효.. 모르겠다.. 일단 피곤해 죽겠으니.. 대략 그렇게 체크인하고 방에 들어왔다. 넓은방 혼자쓰려니 뭔가 어색하다.  1인실도 아니고 이 넓은 도미토리를..(나중에서 드는 생각이지만.. 혼자서 쓰는게 얼마나 편한데..-_-;; 암튼..) 여행 처음이라 일부러 다른사람좀 만나려고 한인민박 잡았는데 남자방에도 아무도 없고..
이 숙소 통틀어서 투숙객이 나 혼자뿐이다.
뭐 이래..ㅠㅠ

잠이 쏟아지는데.. 그냥 자버리기엔 바깥의 햇빛가득한 날씨가 좀 아깝다. 그래도. 너무너무 피곤하다..ㅠㅠ

그렇게 4시간쯤 자고 일어나서 가까운 주변에 나가보았는데,
(숙소가 신따그마 광장이랑 가까워서 주변에 돌아보기는 좋았다)
여행 시작이고 낯선곳이라 굉장히 위축되어 버려서 제대로 돌아보지도 못하고 숙소에 금방 들어와버렸다.

숙소에서 인터넷도 하고 가족들과 친구들한테 보낼 엽서도 썼다. 인터넷 펑펑쓸수 있는건 참 좋은듯..

아직 이른 밤시간인데, 시차 때문인지 엄청나게 졸리다.
한인민박은.. 내가 생각하던 이미지랑 너무 다르다. 싼가격도 아닌데.. 주인은 없고 남자 한명이 문밖에 왔다갔다 하는데 영 불편하다. 투숙객이 더 있는것도 아니고 나 혼잔데.. 화장실도 하나뿐이고 아까 그사람도 같이 쓰는듯.. 화장실 휴지통도 그사람이 비우는것 같고.. 에휴.. 숙소가 너무 불편하다. 관리인이 여자라면 신경이 안쓰일텐데.. 아 놔.. 투숙객 누구 하나 들어올사람 없나..ㅠㅠ 게다가 마법에도 걸릴 조짐이 보인다. 날씨도 생각보다 춥고.. 그렇게 뒤척이다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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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14. 17:13
2007, 유럽이야기. 1. [출발_그리스에 가자.]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너무 오랜기간 준비했던 탓일까, 출국의 순간은 영영 안올줄 알았는데 완전 심하게 긴장된다. 일을 너무 크게 벌인것 같기도 하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게 걱정을 하면서 공항엘 가고있었는데, 가뜩이나 잔뜩 흐리고 비내리던 날씨.. 갑자기 우박이 떨어진다.
응?? 우..우박?? -_-
(정말입니다. 2007년 3월 28일 우박 관련글을 찾아보시면 아실거에요.)
정말 얼음덩어리가 하늘에서 마구 떨어지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우박이라 신기한 것까진 좋은데 그게 왜 하필 오늘인건데? 어? 왜 오늘이어야 하는건데?? -_-^ 여행 처음부터 이래야 하는거야? -_-

우박때문에 비행기 안뜨면 어쩌나, 비행기 안뜨면 숙소 예약된거 전부다 미뤄야하는데.. 그걸 어떻게 전부다 하나.. 비행기 날짜를 조정해야하나.. 저가항공은 날짜변경도 못하는데.. 이를 어쩌지.. 시작부터 왜이런거야.. 이러면서 마음졸이면서 가고있는데..
뒤에 앉은 여자두명 뫌,
 "오오 우박이다 오예~ 비행기 안떴으면 좋겠다~~!!" x 20

...
장난해? -_-...
가는 내내 저렇게 말을 하는데 정말 한대 쥐어박고 싶었다.

후.. 정말 맘졸이면서 공항엘 가고있는데 다행히 인천에 가까워오면서 우박은 내리지 않았다.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한 탓에, 체크인 카운터 열리길 기다렸다가 5등쯤(;)으로 체크인했다. (1등으로 하고싶었는데..- _-)

시간이 많이 남아서 공항 인터넷 라운지에서 인터넷을 하면서 대충 시간을 보내다가 비행기에 올랐다.
타이페이 경유 방콕행 타이항공.. 타이페이까지 2시간정도밖에 안되는줄 알았으면 창가자리에 앉을껄 후회중이다. 난 당당히 요청해서 배정받은 복도자리(;).. 마침 창가자리가 남아있길래 앉으려고 기회엿보고 있었는데 다른 외국인한테 자리를 뺏겼다.-_ - Shit.

땅에선 바람불고 우박까지 떨어지더니, 얼핏 보이는 창밖의 구름위 모습들은 강한 햇빛이 쏟아지고 있다. 부디 아테네는 날씨가 좋길.. 이번 여행 내내 날씨가 좋길..(몇 년전, 비에 쩔어서 다니던 여행기억이 새록새록..-_-)

긴장속에 시작한 비행, 첫 기내서비스 음료서비스가 다가왔다. 종류가 뭐가있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종류를 뭐라고 해야하는지 조차 기억이 안났다. 결국 머릿속으론 Water를 입으로는 Beer를 외치고말았다.  후. -_- 시작부터 빈속에 술이라니..좋은데? -_-b 알딸딸하게 긴장풀고 일기를 쓰면서 나는 타이페이로 향해갔다. 지난번 여행의 아쉬움들을 이번엔 어떻게 만회하고 채워야 할지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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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기내식을 먹으면서 알딸딸한 기운을 내보냈다. 닭고기 덮밥종류였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몇년 전 탔던 에어프랑스의 기내식을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정말정말 맛있는 기내식이랄까. :)

2시간여의 비행끝에 타이페이 공항에 내려 Transit 표지를 받고 대기중이다. 한국을 떠난지 2시간밖에 안됬다는게 믿겨지지 않을만큼 피곤에 쩔어있다. 지금 이 컨디션 정도라면 아테네에 도착했어야 하는건데.. 기절하지 않고 아테네에 도착할수 있을까? 의문이 안들 수 없었다..(정말로.)

1시간정도의 대기 후 다시 비행기에 올라 내가 앉았던 같은자리에 앉았다. 다시 시작된 비행.. 한번 더 기내식.. 3시간정도의 비행.. 그리고 방콕공항에 도착했다. 밤 12시 방콕에 떨어져서 추울것 같아서 옷을 껴입고 있었는데 이게 왠걸.. 왜이리 더워? 습하고 더운 완전 여름날씨..ㅡㅡ;; 태국이.. 더운나라인걸 완전 까먹었음..

Transfer하기까지 시간은 한시간여 남았는데.. 갈아탈 게이트가.. 걸어도 걸어도.. 나오지 않고 온통 면세점 뿐이다. 직원인듯 한 사람에게 영어로 대충 물어봤더니 영어를 못하는건지 어버버 하다가 면세점 상점쪽으로 안내하면서 쇼핑을 하란다. 장난해?-_- 아 씨.. 땀뻘뻘 흘려가며 다리가 부러져라 열심히 걷는데도.. 게이트는 아직 멀은걸까.. 정말 너무 멀어..ㅠㅠ 30분넘게 뛰다시피 걸어서 겨우겨우 갈아 탈 게이트에 도착했다. Transfer하는 게이트를 어쩜 이렇게 배려없이 먼곳에다가 해놓은건지.. 비행기 놓치지 않아 다행이라며 혼자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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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안도함도 잠시.. 초췌하게 피곤에 쩔어 땀범벅된 내모습.. 갈아타는 사람은 나뿐인걸까.. 다들 바캉스라도 하다가 집에 돌아가는건지.. 여유로운 반바지에 반팔차림.. 난..가디건까지 따뜻하게 챙겨입은 차림.. 청바지 안에 쫄바지도 입었다고 차마 말할수 없어.. 힐끔힐끔 집중되는 시선들..-_-;; 알아요.. 내가봐도 내모습이 웃길것 같다구..-_ㅜ

새롭게 보딩하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정말 극도로 피곤한 몸, 집에서 이불덮고 푹 잠이나 자고싶다. 집에서 평소에 자던 늦잠이 얼마나 소중한건지.. 절실히 깨닫게되는 시점이었다. 누워서 이불덮고 잔다는게 얼마나 행복한건지 다들 알아야한다. 후.. 이제 아테네까지 대략 10시간을 가야하는데.. 이대로 잠을 안잔다면 난 죽을지도 모를것 같았다. 짧은 비행은 복도석, 긴 비행은 창가석으로 배정받은 이상한 상황이지만 차라리 잘됐다. 이불덮고 도착할때까지 죽은듯이 잠만자야지.

정말, 방콕에서 출발하자마자 골아떨어져서 기내식도 안먹고 계속잤다. 그치만 푹 잔건 아니고 계속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도착하기 1시간쯤 남은시점 아침기내식을 기다리고 있다. 아침기내식으로 오믈렛이랑 크로와상이 나왔는데 칫솔을 못챙겨서 24시간여를 양치도 못하고 계속 있었더니 안그래도 이가 아팠는데 크로와상을 한입 뜯어먹으려다가 이가 빠질것만 같은 공포를 느꼈다.-_- 양치하고싶다..

한번의 Transit, 한번의 Transfer.. 비행시간만 약 15시간, 인천공항 이륙부터 아테네 착륙까지는 약 20시간.. 정말 심하게 피곤하다. 짧은시간 내에 총 3번의 이착륙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비행기타는걸 좋아하고 이륙과 착륙의 짜릿함을 좋아했던 나이지만 슬슬 이제 이륙을 하건 착륙을 하건 무덤덤하다.

아테네 시각으로 7시가 넘었는데도 해가 안뜨네.. 시계를 잘못맞춘걸까. 7시 5분 도착인데.. 20분이 되도록 도착은 커녕 계속 고공비행중이다. 비행정보가 모니터에 좀 뜨면 좋겠는데 계속 영화만 나오니 답답하다. 밖은 여전히 칠흙같은 어둠뿐이고.. 아놔.. 지금 몇시인거야..ㅠㅠ 몇시야..ㅠㅠ

한참을 간 뒤 창밖으로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행기 뒤쪽으로 해가 뜨려는 것 같기도 하고.
착륙을 앞두고 타이를 상징하는 듯한 꽃을 나눠준다. 타이항공.. 태국의 국가이미지 향상에 제대로 한몫하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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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말, 그리스에 온걸까?



다음편 : 2007, 유럽이야기. 2. [그리스_아테네(Greece_Ath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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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14. 13:23
2007, 유럽이야기. Intro

여행 시작전 몇달간 머리싸매고 고민하며 겨우만든 루트가 있었다.
<<창조해낸 황금루트 보러가기..-_ ->>

수많은 시간과 공을들여 만들어낸 루트였으나.
후후.
여행이 어찌 맘대로 되던가?
결론만 이야기 해보자면,

45일의 일정은 수수료를 물어가면서 귀국날짜를 변경해서 40일로 줄어들었고
루트는 완전히 꼬여서 그리스+이탈리아 패스와 동유럽패스는 개시조차 하지 않았으며
비싸고 사람이 미어터지는 부활절기간에 저가항공을 무려 4일전에 사서 비싼돈주고 이동했으며
예정에도 없던 빠리에 가서 흠뻑 빠져왔으며
살인물가로 유명한 런던에서만 2주가량을 머물렀던
그런 여행이 되었다.

꼬려버린 루트, 어깨와 허리와 목까지 뻣뻣하게 만들던 무거운 카메라와 크로스백이 날 힘들게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이제 조금씩 여행이야기를 풀어볼까 하는데 잘 써질지, 어떻게 써야할지 아직 갈피를 못잡고 있어서..
허접한 이야기들만 난무할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머릿속에 여행의 기억들이 남아있을때 얼른 써보련다.




*
2007년 봄이 시작될 무렵, 그녀는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의 컨셉은, 구석구석 사람들의 삶의 흔적 엿보기 였다.
캐리어의 시작무게는 13kg 이었으며 카메라 Canon EOS30+필름(Reala 100) 30통으로 여행을 담았다.
그녀는 혼자였고, 세상과 연결된 끈으로는 5만원이 충전된 선불전화카드.
현금 300유로, 50파운드, 직불카드1장, 체크카드1장, 신용카드1장.
그렇게.. 떠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스(아테네-미코노스-산토리니)
폴란드(므와바-바르샤바)
프랑스(파리-생말로-몽생미셸-파리)
영국(런던-해이온와이-솔즈베리-런던)


To be continued..

다음편. : 2007. 유럽이야기. 1. [출발_그리스에 가자.]

2006. 7. 22. 19:42

날 거의 울려버렸던, 무서웠던 스쿠터.



러브랜드 바로 옆.. 들어갈수 없었던 곳. 러브랜드보다. 이 옆의 잔디와 나무가 더 좋았다.



여전했던 협재, 비양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였던 비양도가 참 예뻣는데.


그녀. 발을 털고계십니다.



자전거타며 돌아봤던 우도. 안개가득, 머리엔 이슬이 송송맺혀버릴만큼 습한 날씨.




자욱한 안개로, 우도의 바다는 이렇게 뿌연모습만 보여주었다.




오름과 잔디,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진 말사진이 찍고싶었는데. 실패.
아쉬운대로.. 이 녀석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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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7. 22. 19:42
산굼부리에 왔어염.



생각보다 훨씬 멋지고 크고 아무튼 감동이었음. 가만히 귀기울이면 새소리가 가득.
외국인을 위해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이 옥의티였달까.




이번에 제주도가서 꼭 보고싶었던 풍경이 바로 이것. 나무와 오름과 푸른잔디가 어울어진 고요한 제주도의 모습. 정말 보고싶었고 그랬기에 실제로 봤을때의 기쁨이 더 컸다. 안개가 끼지않는 맑은날씨였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겨울에는 저 억세들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실제로 산굼부리 주변가득 억세밭이 늘어져있어 굉장히 멋있다.




아름다운 잔디밭과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 그리고 새소리까지.. 너무너무 기분좋은 그녀.
신났습니다. 꺄륵꺄륵.




네잎클로버를 찾아보아요. 과연 있을까?



버스를 놓쳐서.. 길가 정류장 바닥에 앉아 공기놀이를 했지요. 걸어서 다른 오름엘 가보자! 라며 시도했지만 인도도 없고 차도 쌩쌩달리는게 너무 위험하고 날도 흐려서 무서웠기에 실패!
2006. 7. 22. 19:41

용두암이랜다.. 별 기대없이 갔지만 역시나 작다.. 너무작다..-_-



용두암 근처에 있는 용연. 기대이상으로 상당히 예뻤다. 이렇게 예쁜 경치속에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떠는 교복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 나는 수다떠는곳이라곤 고작 놀이터였는데.



물이 많이 빠져있었지만 참 예뻤던 용연.



그리웠던 제주도 흑돼지! 작년에 먹었던 그집에 가서 먹었다. 우와. 역시 맛있다. 그리고 이번엔 드디어 한라산 소주를 먹었다. 순한건 그럭저럭 괜찮았는데(개인적으로 소주 잘 못먹음) 독한건 먹다가 쥐쥐쳤음. 정말 독했다.. -_-



다음날 공항.. 아쉬움을 뒤로한채 제주도에게 인사를 건넨다. 저 뒤로 짙게깔린 구름들은 우리의 여행이 끝날때까지 걷혀주지 않았다. 미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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